尹 "당직개편은 대표 일"…韓, 친정체제 구축 돌입

韓, 尹에 전화해 만남 요청…90분간 대화
尹 "본인 사람 만들어야…폭넓은 포용필요"
서범수 "임명직 당직자 일괄 사퇴해달라"
尹·韓 갈등요소 잠복…신뢰회복까지 시간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4일 용산 대통령실 앞 파인그라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신임 지도부 초청 만찬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등과 함께 걷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30일 깜짝 비공개 회동을 가진 것으로 알려지면서 본격적인 당정 갈등 해소의 물꼬가 트일 수 있을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윤 대통령은 최근 논란을 빚고 있는 당직 인선 문제에 대해 “당 대표가 알아서 할 일”이라며 한 대표의 부담을 덜어줬고 한 대표는 “걱정 없이 잘해내겠다”고 화답했다. ‘친한계’ 서범수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정점식 정책위의장을 비롯한 임명직 당직자들에게 일괄 사퇴를 요구하며 ‘한동훈 체제’ 구축에 나섰다.


31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전날 오전 국무회의 직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한 대표와 90분가량 비공개 회동을 진행했다. 전당대회 직후인 24일 대통령실에서 삼겹살 회동을 가진 지 6일 만으로 정진석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배석했다. 한 대표가 윤 대통령에게 직접 전화해 만남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측은 “당정 화합을 위한 아주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며 점심 약속을 미루면서까지 대화를 이어갔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한 대표에게 “정치에서는 결국 자기 사람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며 “이 사람, 저 사람 폭넓게 포용해 한 대표의 사람으로 만들라”고 조언했다. 이에 대해 한 대표는 “대통령이 걱정하지 않도록 잘 해내겠다”고 답했다.


특히 윤 대통령은 한 대표에게 당직 인선과 관련, “당 대표가 알아서 할 일”이라며 “지도부 인선이 정리되면 관저에게 만찬을 하자”고 말했다. 이는 정 의장 교체 여부는 본인의 관심 사항이 아니라고 선 긋으며 한 대표가 단행할 인사에 대한 부담을 덜어준 것으로 해석됐다. 다만 윤 대통령이 ‘폭넓은 포용’을 강조한 것을 두고 “친윤계를 아우르라”는 의중도 동시에 전한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한동훈 지도부도 곧장 행동에 나섰다. 한 대표는 이날 정 의장과 서 사무총장을 연달아 만나며 인선 문제를 고심했다. 서 사무총장은 한 대표와 면담한 직후 “당 대표가 임면권을 가진 당직자는 일괄 사퇴해줬으면 한다”고 밝혔다. 서 사무총장은 “(한 대표도) ‘새로운 출발을 위한 모양새를 갖추는 게 어떻겠느냐’는 취지로 말했다”고 전했다. 한 대표가 지도부 새 판 짜기 의사를 표명한 만큼 정 의장을 비롯한 전임 지도부에서 임명된 당직자들의 결단도 ‘초읽기’에 돌입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윤 대통령이 앙금을 뒤로 하고 ‘당정 화합’ 모드에 나선 건 여권의 자중지란은 막아야 한다는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김건희 여사 특검 등 야당의 ‘윤-한 틈 벌리기’ 전략 속 당정 분열을 방치할 수 없다고 본 것이다. 다만 완전한 신뢰 회복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전날 회동에서도 둘만의 독대는 없었고 민감한 현안인 ‘채 상병 특검법’이 언급되지 않아 갈등 요소는 잠복돼 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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