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대병원 “차입금 500억 이미 소진…전공의 없이 한계”

병원장 명의로 2024년 상반기 경영상황 공개·경영난 호소
세종시 분원 건립에 장기차입금 충당…금리인상에 부담 커져
전공의 집단사직 장기화에 주요 상급종합병원 경영난 심화



장기화하는 의정 갈등 (서울=연합뉴스) 박동주 기자 = 의정갈등이 이어지고 있는 30일 오전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 관계자와 환자들이 승강기를 기다리고 있다. 2024.7.30 pdj6635@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대전 본원과 세종시 분원을 둔 충남대병원이 전공의 집단 이탈로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것으로 확인됐다. 경영진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국회 등에 다방면으로 지원을 요청하는 한편 비용절감, 수익성 강화 방안 등 다양한 자구책을 모색하고 있다.


31일 의료계에 따르면 조강희 충남대병원장은 전일(30일) 임직원들에게 2024년 상반기 경영상황이 담긴 공지글을 보내 "전공의 부재라는 초유의 사태로 진료와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이 같이 밝혔다.


조 원장에 따르면 충남대병원(본원)은 2023년 기준 자본총계 971억 원, 자본금 991억 원으로 부분자본잠식 상태다. 분원인 세종충남대병원은 자본총계 –1214억원, 자본금 858억 원으로 자본잠식률이 241%에 달하는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올해 들어서는 1월부터 5월까지 당기 순손실이 발생했으며 본원과 분원에서 각각 148억 원과 220억 원 규모의 적자가 났다.


조 원장은 “대전 본원의 경우 전공의 부재로 인해 하루 4억원, 월 100억 원의 자금 부족이 추정된다"고 전했다. 올해 2월 말부터 시작된 전공의 집단 사직으로 인해 연간 1000억 원이 넘는 자금 부족에 직면했다는 것이다.


조 원장은 "올해 상반기 차입금 500억 원은 이미 소진한 상태"라며 "두 병원의 운영비와 올해 하반기 세종병원 건립 장기차입금 원리금을 상환하려면 추가로 500억 원 차입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전공의 집단 이탈로 대다수 수련병원들은 심각한 경영난을 호소하고 있다. 전공의 의존도가 높았던 '빅5' 병원들은 하루 수십억 원씩 적자를 겪으며 일찌감치 비상경영을 선포한 상태다. 서울대병원과 세브란스병원은 의사를 제외한 직원들을 대상으로 무급휴가 신청을 받았고 서울아산병원은 희망퇴직 신청까지 받았다. 희망퇴직 대상자는 올해 연말 기준으로 50세 이상이면서 20년 넘게 근무한 일반직 직원들이다. 충남대병원의 경우 분원인 세종충남대병원 건립을 위해 무리한 수준의 장기차입금을 충당한 게 화근이 됐다. 지난해부터 원금 상환을 시작했는데 금리 인상으로 부담이 더욱 커졌다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2018년 2.7% 수준이던 금리는 2024년 현재 4.9%로 2배 가까이 뛰었다.


조 병원장은 “세종충남대병원은 단순한 의료기관을 넘어 지역 정주 여건 향상을 위해 설립된 세종시의 유일한 국립대병원”이라며 “세종충남대병원 건립 총 사업비 3617억 원 중 988억 원(27%)만 국고 지원을 받고 나머지 2629억 원(73%)은 금융기관을 통해 차입해야 했다”고 적었다. 이어 "향후 10년 동안 매년 300억~400억 원의 원리금을 상환해야 하다 보니 경영 부담이 크다"고 호소했다.


이 병원은 이달 중순께 보도자료를 내고 정부·지자체·국회 등에 세종 분원 건립 장기차입금 원리금에 대한 긴급 지원, 세종충남대학교병원 개원 후 2023년까지 발생한 당기순손실 및 향후 발생할 운영자금에 대한 지원 등을 요청한 바 있다.


앞서 정부는 지난 5월 전공의 이탈 후 경영난에 직면한 수련병원에 건강보험 급여 3개월분을 선지급하기로 했다. 경영상 어려움, 필수의료 유지, 필수 진료 체계 유지를 위한 자구 노력 등을 전제로 6~8월 3개월간 기관별 전년 동월 급여비의 30%를 우선 지급하고 내년에 정산하는 방식이다. 다만 서울아산병원, 세브란스병원, 고대안암병원, 충북대병원 등 9곳에 대해서는 일부 교수의 무기한 휴진 선언과 진료·수술 축소로 ‘필수 의료 유지’ 조건을 만족하지 못한다고 판단해 6월분 선지급을 보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계에서는 현 상태가 지속될 경우 문닫는 병원들이 속출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병원 직원들은 물론 대형병원 앞에 자리잡은 일명 '문전약국'도 고스란히 환자 수 급감에 따른 경영난을 짊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상급종합병원에 근무 중인 한 간호사는 "병원 경영이 어려워지면서 반강제적으로 무급휴가 신청을 받고 있다”며 “직원들 사이에서는 이러다 실직자가 되는 것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크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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