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일본의 통화정책 방향이 변화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은행이 쉽게 기준금리 인하에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택 가격 상승세가 심상치 않은 상황에서 섣불리 금리 인하에 나섰다가는 부동산 시장만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31일 한국은행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한은 금융통화위원들은 부동산 시장 과열을 걱정하고 있다.
한은이 30일 공개한 7월 금통위 통화정책방향회의 의사록에 따르면 금통위원 6명 전원은 가계부채와 부동산 시장 관련 우려를 드러냈고 5명은 외환시장을 언급했다. 한 금통위원은 “주택 관련 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대출 증가세가 높아지고 있는 점이 우려된다”며 “고금리 기간에 경제의 디레버리징(부채 축소)을 과감히 이뤄내지 못한 것이 향후 통화정책 운용의 폭을 제한할 수 있다”고 경계하기도 했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하면 8월 금리 인하는 쉽지 않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내수가 둔화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부동산과 금융시장 안정, 환율 등을 종합적으로 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은이 주시하고 있는 가계대출이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적용되는 9월 이후에도 증가할 경우 피벗 시점이 10월을 넘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KB증권은 “7월 금통위 당시보다 더 시장금리가 하락한 가운데 한은이 2023년 5월과 같이 인위적으로 시장금리를 끌어올릴 가능성도 열어놓아야 한다”고 적었다. 한은의 사정에 정통한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7월 금통위 때도 내부 분위기가 상당히 매파적이었던 것으로 안다”며 “부동산 시장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