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무게 10㎏’ 앙상한 6세 팔레스타인 소년…‘죽음 문턱’까지 갔다는데 지금은?

지난 3월 가자지구 병원에서 치료받던 파디(오른쪽)가 건강을 되찾았다. 연합뉴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유전 질환을 앓으며 제대로 된 치료와 영양 공급을 받지 못해 죽음의 문턱까지 갔던 6세 소년이 국제사회의 도움으로 건강을 되찾았다.


30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가자지구 북부 가자시티 출신의 파디 알잔트(6)는 지난 3월 가자 북부의 카말 아드완 병원 병원에서 생사의 기로에 서 있었다.


낭포성섬유증이라는 선천적 질환을 지니고 있던 파디는 지난해 10월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이 터지기 전까지는 주기적으로 병원 치료를 받으며 평온한 일상을 보냈다.


그러나 전쟁이 터지자 파디의 가족은 살아남기 위해 수많은 피란민 행렬에 몸을 실어야 했다. 그리고 가자지구를 덮친 식량난에 더 많은 영양 섭취가 필요한 파디의 몸은 급격하게 말라갔다.


전쟁 이전에 18㎏를 조금 넘겼던 그의 몸무게는 5개월 사이에 절반 수준인 10㎏으로 내려갔다. 상태가 급격히 나빠지자 지난 3월 파디의 엄마 샤이마(31)는 아들을 품에 안고서 근처에 유일하게 운영하고 있던 카말 아드완 병원을 찾았다.


그러나 다른 대부분 가자지구 병원과 마찬가지로 이곳 역시 필요한 의료품과 물자가 바닥난 채 거의 운영되지 못하는 상태였고, 파디의 상태는 날로 악화했다.


그 시기 가자에서 활동하던 기자 오사마 아보 라비와 호삼 샤바트가 이 병원을 찾았고, 이들은 뼈만 앙상하게 남은 몸으로 사투를 벌이고 있는 파디의 모습을 촬영해 자신들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개했다.


생사의 기로에 선 파디의 안타까운 모습은 SNS에서 빠르게 퍼져나갔고, 그를 돕고 싶다는 사람들도 나타났다. 그중에는 미국에 기반을 둔 국제구호단체 팔레스타인 아동구호기금(PCRF)의 해외 치료 프로그램 담당자 타레크 하일랏이 있었다.


파디의 영상을 본 하일랏은 세계보건기구(WHO) 측에 연락해 파디의 상황을 알렸고, PCRF와 WHO의 구호 직원들은 당시 이스라엘군의 공세가 빗발치던 가자지구 북부에서 파디를 구출해내기 위한 작업에 들어갔다.


그리고 PCRF 직원들은 이스라엘 정부와 소통 끝에 WHO의 구급차를 타고 가자지구 북부로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을 얻어냈다.


처음에 구조 대원들은 파디와 그의 엄마만 구급차에 태울 수 있다고 했지만, 현장에서 긴 실랑이 끝에 그의 쌍둥이 형제와 여동생도 함께 차를 타고 가자지구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상태가 심각해 비행기에 타는 것도 위험할 정도였던 파디는 이집트의 한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몸무게와 폐 기능 등을 일부 회복한 파디는 PCRF의 도움으로 5월 5일, 엄마와 함께 임시 비자를 발급받아 미국에 도착했다. 다만 파디의 다른 형제들은 이집트에 남아야 했다.


파디는 곧장 뉴욕 맨해튼의 병원으로 옮겨졌다. 수 개월 간 집중 치료 끝에 건강을 되찾은 파디는 가자지구 북부 병원에서 죽음의 문턱에 서 있던 때로부터 약 3개월 만인 지난 5월 31일 퇴원해 처음으로 병원 문밖에 나섰다.


현재 병원 근처 집에서 엄마와 지내고 있는 파디는 뉴욕 센트럴파크에서 PCRF가 열어준 피크닉에 참석해 풍선을 부는 등 이전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을 만큼 건강해진 모습으로 다시 화제가 되고 있다.


한편 WHO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이후 가자지구에서 파디처럼 해외에서 치료가 필요한 이는 1만3,500명이 넘으며, 이 중에서 실제로 대피한 사람들은 4,900여명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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