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종합부동산세 폐지 방침을 재확인하면서 정부의 ‘2024 세법개정안’ 취지도 상세히 설명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대통령이 6월 선포한 ‘인구 국가비상사태’ 대응을 위한 결혼 세액공제와 기업의 출산지원금 비과세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부자 감세’라고 비토를 놓고 있는 상속세 개편에 대해서는 “서울에서 아파트 한 채를 가진 중산층이 부담을 갖는 것은 곤란하다”며 “상속세제의 현실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반박했다.
성 실장은 서울경제신문 창간 64주년을 기념한 특별 인터뷰에서 올해 세법개정안에 담기지 못한 종부세 폐지와 상속세의 유산취득세로의 전환 등은 충분한 준비 과정을 거쳐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는 “종부세 폐지는 필요하다”면서도 “폐지할 경우 재산세와 통합 방안, 지방 세수 문제 등을 종합적으로 논의해야 해 7월까지 논의를 마치기 쉽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또 “다자녀에 대한 상속세 페널티를 없애기 위한 최선책은 유산세를 유산취득세로 바꾸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성 실장은 “이런 세제 개편이 특정인들이 아닌 결국 모든 국민들이 혜택을 볼 수 있다는 인식이 높아지도록 소통을 계속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세법개정안 중 그는 결혼 및 출산 부담을 덜어주는 지원책들이 국회 문턱을 넘어서기를 기대했다. 정부는 혼인신고 시 최대 100만 원(부부 합산)을 공제해주는 ‘결혼 세액공제’를 신설하고 기업이 출산지원금을 지급할 경우 근로소득 전액을 비과세하는 등 대대적인 지원을 펼치기로 했다. 성 실장은 “맞벌이 가구 근로장려금(EITC) 소득 상한액을 4400만 원까지 인상해 결혼 페널티도 줄이겠다”고 설명했다.
기획재정부가 세법개정안을 발표한 후 야당은 상속세 완화 방침을 강하게 비판하며 반대하고 있다. 정부는 상속세 최고세율을 현행 50%에서 40%로 내리고 자녀 세액공제를 5000만 원에서 5억 원으로 상향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민주당은 이를 “초(超)부자 감세”라고 규정했다.
성 실장은 시대를 따라가지 못하는 낡은 상속세 체계가 중산층 가정에 부담을 지울 뿐 아니라 대(代)를 이어 경영 노하우를 전수해 경쟁력을 확보하는 가업승계에 어려움이 되고 있다며 협조를 당부했다. 성 실장은 “우리나라 상속세는 1950년에 만들어진 제도”라며 “각종 한도·공제 수치는 2000년에 만들어져 지난 25년 동안 물가 흐름, 자산 가격이 전혀 반영돼 있지 않다”고 꼬집었다.
성 실장은 “명목 최고세율 50%에 최대주주 할증이 반영되면 상속세율은 사실상 60%에 이른다”면서 “상속 제도가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저해하는 요소가 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기업의 지속 가능성에는 고용 문제도 들어 있는 것”이라며 “밸류업 및 기회발전특구 창업·이전 기업의 경우 가업상속공제 대상을 중소·중견기업 전체로 확대하는 등 기업의 지속 가능성 확보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투자소득세는 유예론으로는 부족하다는 입장도 재확인했다. 성 실장은 “자본시장을 통해 주식이 적절히 평가받는 과정을 통해 기업은 자금을 조달할 수 있고 국민은 투자 수익을 얻을 수 있다”면서 “증시 여건이 개선되고 있지만 지수 상단을 제약하는 중요한 요인이 금투세를 비롯한 불안”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금투세는 확실히 폐지해야 한다”며 주주 환원 확대 기업에 대한 법인세 감면과 배당소득 분리 과세 등을 통해 국민 자산 형성 지원을 이어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