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글로벌 국가뿐 아니라 한국 역시 기준금리 인하 여건이 조성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금리 부담은 낮게 가져가고 건전성 관련 규제를 통해 대출이 늘어나지 않도록 하는 총량 관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 실장은 발표를 앞둔 부동산 대책에 대해 “과감한 공급 확대 정책이 포함될 것”이라며 “하반기 소상공인 지원과 내수 보강 대책을 통해 체감하는 변화를 달성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성 실장은 1일 서울경제신문 창간 64주년을 기념해 지난달 30일 서울 종로의 서울경제신문 본사 16층에서 특별 인터뷰를 갖고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조정과 관련없이 시장금리는 이미 하향되는 상황”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기준금리는 금융통화위원회가 독립적으로 결정한다는 데 100% 동의한다”면서도 “전 세계적으로 금리 ‘피벗(통화정책 대전환)’이 진행 중이고 국내도 물가가 안정을 찾아 금리를 인하할 여건이 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6월 국내 근원물가가 2.2%, 소비자물가지수(CPI)는 2.4% 상승으로 안정돼 전반적인 금리 여건이 변화하고 있다”며 “유럽중앙은행(ECB)과 스위스·스웨덴·캐나다 등이 금리 인하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성 실장은 이달 정부가 발표할 부동산 대책에 대해 “도심의 원하는 지역에 주택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풀고 신규 택지 개발을 포함해 신도시 관련 공급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시장 정상화를 위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신축 비(非)아파트를 대규모로 매입해 공공임대주택을 저렴하게 공급하는 게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그린벨트 해제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나타냈다.
성 실장은 또 정부의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 포함된 소상공인 지원책과 소비·건설 투자 촉진 등 내수 보강 방안이 현장에서 효과를 발휘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그는 “상대적으로 부진한 내수 부문에서 국민이 더 개선된 것을 체감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체코, 韓 산업장관 이어 국토·과기·교육장관도 콕 찍어 초청
유럽 '넷제로' 발맞춰 네덜란드·폴란드 등서 추가 수주 기대
부동산은 공급 확대에 방점···수도권 그린벨트 해제는 신중
올 수출 7000억弗 목표···탄력근무·다양한 임금 체계 준비
“체코가 총공사비 24조 원에 달하는 신규 원전 2기 건설 사업의 우선협상 대상자로 ‘팀코리아’를 선정한 이유는 우리의 기술력, 그리고 적기에 원전을 공급할 수 있는 사업 관리 능력이 핵심입니다. 체코와는 에너지·산업·교육·기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포괄적 경제협력이 이뤄지는 발전적 관계가 될 것입니다.”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달 30일 진행된 서울경제신문 창간 64주년 특별 인터뷰에서 “유럽 원전 수출은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교두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반도체나 인공지능(AI) 등 첨단 산업의 발전과 탄소 중립을 함께 달성하기 위해서는 원전이 가장 중요한 전력 공급처가 될 것”이라며 “제대로 원전을 시공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국가의 위상과 의미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성 실장은 “원전 특성상 여러 분야의 협력 관계가 중요하기에 앞으로 상당히 의미 있는 상황이 진행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체코와 경제협력 관계 대폭 강화될 것”=실제로 원전 관련 업계에서는 체코를 시작으로 팀코리아가 네덜란드·핀란드·스웨덴·폴란드 등 유럽에서 최대 10기의 원전을 신규 수주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내년 네덜란드 보르셀 원전 프로젝트 사업자 선정을 앞두고 타당성 조사 용역을 받아 진행 중이다. 용역이 끝나면 입찰을 위한 작업에 나설 예정이다. 핀란드·스웨덴과도 지속적으로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폴란드 패트누브 원전 프로젝트는 한수원이 2022년 일찌감치 참여 의사를 밝혔고 협력의향서(LOI)도 체결했다.
성 실장은 지난달 23일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함께 윤석열 대통령의 원전 특사로 체코를 다녀왔다. 성 실장은 “보통 정책실장은 대통령 순방에 동행하지 않다 보니 관용 여권도 없었다”며 급박하게 진행된 특사 활동을 소개했다. 그는 “페트르 피알라 체코 총리에게 윤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하고 감사의 뜻을 전했고, 피알라 총리 역시 한국에 대해 너무나도 우호적이었다”고 말했다.
성 실장은 이번 원전 건설을 계기로 체코와의 경제적 협력 관계가 대폭 강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이 강점을 보유한 제조업과 첨단 산업 분야에서의 협력도 예상된다. 성 실장은 “피알라 총리는 9월 윤 대통령의 체코 순방에 주무 부처인 산업부 장관뿐 아니라 국토교통부·과학기술부·교육부 장관까지 4명을 콕 찍어 초청했다”며 “관련 부문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가진 한국과의 협력을 확대하고 싶다는 체코 측의 의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부에서 덤핑 수주라는 시각이 있는데 전혀 사실이 아니다” 라며 “체코 현지에서도 우리의 우수한 입찰 제안서, 한국의 탄탄한 제조업 기반,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시공에서 보여준 신뢰할 수 있는 공사 능력을 높게 평가했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체코 원전 수출을 변곡점으로 고사 상태였던 국내 원전 생태계 복원과 정상화를 속도감 있게 지원할 예정이다. 성 실장은 “핵심 산업을 지원하기 위한 국가전략산업 태스크포스(TF)에서 원전 생태계 강화와 복원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대책 과감한 공급 확대책 포함”=성 실장은 이달 정부가 발표할 부동산 대책은 공급 확대에 방점을 찍을 것임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8월 발표될 부동산 대책에는 과감한 공급 확대 정책이 포함될 것”이라며 “주택 시장 안정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공급 확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수요 쏠림 현상이 있는 서울 도심을 중심으로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확 풀고 도시정비사업은 속도를 높여 사업성을 개선하기 위한 제도 개선 내용도 담을 것으로 전망된다. 성 실장은 “신규 택지지구 지정을 포함해 신도시 내 주택 공급 속도를 높이는 등 다양한 공급 확대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 실장은 최근 부동산 시장이 지방보다는 서울, 서울 내에서도 강남 3구와 소위 ‘마용성’(마포·용산·성동), 비(非)아파트보다는 아파트로의 쏠림 현상이 근본 원인인 만큼 종합 패키지 형태의 공급 대책으로 실수요자와 투자자들의 불안 심리를 잠재우는 데 중점을 둘 계획이다. 다만 수도권 그린벨트 해제에 대해서는 “당연히 생각은 해볼 수 있지만 아직 결정된 것은 아니다”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성 실장은 부동산 시장을 왜곡하고 교란하는 규제는 폐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임대차 2법’ 폐지가 대표적인데 공급 확대 방안은 아닌 만큼 이번 대책에 포함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임대차 3법 중 거래신고제를 제외한 계약갱신권과 전월세 상한제는 세입자 보호가 취지라지만 오히려 전월세 가격을 상승시키고 시장을 교란해 임차인의 주거 안정성을 악화시켰다. 폐지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계약갱신권과 전월세상한제가 결합해 집주인은 4년 치 임대료를 선반영하려 하고, 임차인이 체감하는 상승 폭은 더욱 커졌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4년 치 임대료를 선반영해 전셋값이 급등하면 전세가와 매매가 차이가 줄어 무리한 갭투자 유인이 되고 이로 인해 다시 또 전세사기 등 비아파트 시장의 어려움을 가중시킨다”고 짚었다.
◇“日, 소득 앞선 것 역사적인 일…진정한 극일”= 한국 경제의 역동성이 개선되면서 올 해 정부의 경제성장률 목표치인 2.6%는 무난하게 달성할 것으로 예상했다. 성 실장은 “상반기로 보면 경제성장률은 2.8%이고 하반기 들어서도 전년 대비 높은 성장률을 이어가고 있다”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5월에 한국의 올 해 성장률을 2.6%로, 국제통화기금(IMF)은 7월에 2.5%로 각각 상향 조정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올 해 정부의 성장률 전망치인 2.6% 달성은 가능할 것”이라고 자신있게 내다봤다.
지난해 기준으로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일본을 추월한 것에 대해서는 “역사적인 일”이라고 평가했다. 성 실장은 “1970년대 우리 소득수준은 일본의 7분의 1 정도였고, 일본의 지원을 받아 사업을 했다”며 “지난해 기준으로 우리의 1인당 GNI가 일본을 추월한 것은 역사적인 일이자 진정한 극일(克日)을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수출 역시 호조를 보이면서 올 해 연간 수출 목표치인 7000억 달러 달성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성 실장은 “상반기 수출은 전년 대비 9.1% 늘어 3348억 달러 정도 되는데, 이런 추세라면 연간 기준으로 7000억 달러에 조금 못 미치지만 달성한다는 각오로 임할 것” 이라며 “3분기 들어 반도체 장비나 설비 투자 부문들이 회복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본과 수출액 격차가 상반기 기준 35억 달러로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한 것에 대해 그는 “대통령께서 국무회의에서 언급했지만 한국과 일본의 수출 격차가 지속적으로 축소되고 있는 점도 고무적” 이라며 “꼭 올 해가 아니더라도 일본의 수출을 곧 능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국은 역사상 단 한 번도 수출 규모에서 일본을 앞선 적이 없다.
◇“인구전략부 우선 처리 법안…탄력 근무 형태 준비”= 저출생 문제와 관련해 5월 출생아 수가 8년 반 만에 두 달 연속 증가하고 결혼이 늘어나고 있는 점에 대해 성 실장은 “매우 반갑고 고무적인 일”이라면서도 “추세적 반등은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구전략기획부에 대해서는 “우선 처리 법안으로 당정 협의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성 실장은 “저출생 대책은 △일·가정 양립 △교육과 보육 양육 국가 지원 강화 △주거 문제 개선 등 세 가지에 초점을 맞춰서 진행 중” 이라며 “임기 내 결혼과 출산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 국가 책임 보육 체계를 완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 개혁의 주요 과제 중 하나로 거론되는 정년 연장 부분은 단순히 정년만 연장하는 개념이 아니라 “숙련된 고령 노동자들이 사장되지 않고 일할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며 “현재 경직된 노동시장 구조에서 정년만 연장하면 기업의 부담이 커지고 청년층 일자리 기회도 줄어들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연공서열이나 호봉제 같은 경직된 임금체계를 다양한 근무 형태와 성과에 따른 다양한 임금체계, 탄력적 근무가 가능한 근무 형태로 바꾸는 등 청사진을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아파트 한채 중산층 부담 경감 필요
상속세, 25년간 제자리···개편 시급
기업이 지속 가능해야 고용도 안정
금투세 폐지해 국민 자산 형성 지원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종합부동산세 폐지 방침을 재확인하면서 정부의 ‘2024 세법개정안’ 취지도 상세히 설명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대통령이 6월 선포한 ‘인구 국가비상사태’ 대응을 위한 결혼 세액공제와 기업의 출산지원금 비과세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부자 감세’라고 비토를 놓고 있는 상속세 개편에 대해서는 “서울에서 아파트 한 채를 가진 중산층이 부담을 갖는 것은 곤란하다”며 “상속세제의 현실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반박했다.
성 실장은 서울경제신문 창간 64주년을 기념한 특별 인터뷰에서 올해 세법개정안에 담기지 못한 종부세 폐지와 상속세의 유산취득세로의 전환 등은 충분한 준비 과정을 거쳐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는 “종부세 폐지는 필요하다”면서도 “폐지할 경우 재산세와 통합 방안, 지방 세수 문제 등을 종합적으로 논의해야 해 7월까지 논의를 마치기 쉽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또 “다자녀에 대한 상속세 페널티를 없애기 위한 최선책은 유산세를 유산취득세로 바꾸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성 실장은 “이런 세제 개편이 특정인들이 아닌 결국 모든 국민들이 혜택을 볼 수 있다는 인식이 높아지도록 소통을 계속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세법개정안 중 결혼 및 출산 부담을 덜어주는 지원책들이 국회 문턱을 넘어서기를 기대했다. 정부는 혼인신고 시 최대 100만 원(부부 합산)을 공제해주는 ‘결혼 세액공제’를 신설하고 기업이 출산지원금을 지급할 경우 근로소득 전액을 비과세하는 등 대대적인 지원을 펼치기로 했다. 성 실장은 “맞벌이 가구 근로장려금(EITC) 소득 상한액을 4400만 원까지 인상해 결혼 페널티도 줄이겠다”고 설명했다.
기획재정부가 세법개정안을 발표한 후 야당은 상속세 완화 방침을 강하게 비판하며 반대하고 있다. 정부는 상속세 최고세율을 현행 50%에서 40%로 내리고 자녀 세액공제를 5000만 원에서 5억 원으로 상향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민주당은 이를 “초(超)부자 감세”라고 규정했다.
성 실장은 시대를 따라가지 못하는 낡은 상속세 체계가 중산층 가정에 부담을 지울 뿐 아니라 대(代)를 이어 경영 노하우를 전수해 경쟁력을 확보하는 가업승계에 어려움이 되고 있다며 협조를 당부했다. 성 실장은 “우리나라 상속세는 1950년에 만들어진 제도”라며 “각종 한도·공제 수치는 2000년에 만들어져 지난 25년 동안 물가 흐름, 자산 가격이 전혀 반영돼 있지 않다”고 꼬집었다.
성 실장은 “명목 최고세율 50%에 최대주주 할증이 반영되면 상속세율은 사실상 60%에 이른다”면서 “상속 제도가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저해하는 요소가 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기업의 지속 가능성에는 고용 문제도 들어 있는 것”이라며 “밸류업 및 기회발전특구 창업·이전 기업의 경우 가업상속공제 대상을 중소·중견기업 전체로 확대하는 등 기업의 지속 가능성 확보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투자소득세는 유예론으로는 부족하다는 입장도 재확인했다. 성 실장은 “자본시장을 통해 주식이 적절히 평가받는 과정을 통해 기업은 자금을 조달할 수 있고 국민은 투자 수익을 얻을 수 있다”면서 “증시 여건이 개선되고 있지만 지수 상단을 제약하는 중요한 요인이 금투세를 비롯한 불안”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금투세는 확실히 폐지해야 한다”며 주주 환원 확대 기업에 대한 법인세 감면과 배당소득 분리 과세 등을 통해 국민 자산 형성 지원을 이어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