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속 실종 노인, 엿새 만에 가족 품으로…산속서 흐르는 물 마시며 버텨

탈진 외 건강 이상 없이 발견
치매 증상 진단 받으러 왔다가 실종…당시 기억 없어

부산 금정산. 연합뉴스

치매 증상을 보이던 70대 남성이 폭염 속 실종 6일 만에 산속에서 탈진 상태로 발견돼 무사히 가족 품으로 돌아갔다.


2일 부산경찰청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오전 부산 동래구에서 70대 남편 A씨가 실종됐다는 아내의 신고가 112로 접수됐다. 전날인 27일 남편이 사라진 뒤 스스로 돌아오기를 기다리다가 다음날인 28일 오전 신고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남 지역 주민인 A씨가 최근 치매 증상을 보여 병원 진단을 받기 위해 부산의 한 가족집을 찾았다가 실종된 것으로, 가족들은 A씨가 집도 찾지 못할 정도로 증세가 심한지는 몰라 신고가 늦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동래구와 금정구 일대 방범용·사설 폐쇄회로(CC)TV 150개가량을 수색해 A씨의 이동 동설을 추적한 결과, A씨가 27일 오후 10시15분께 금정산 산성로로 걸어가는 모습이 확인됐다. 이에 경찰은 인력 78명과 수색견 2마리를 투입해 수색에 나섰다.


그러나 A씨의 행방은 쉽사리 발견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당시 부산에는 30도를 웃도는 폭염이 열흘 넘게 지속되던 상황이라 A씨의 실종 장기화는 가족들의 애를 태웠다.


그러던 지난 1일 오전 7시40분께 금정산 중턱에서 A씨의 슬리퍼를 발견, 주변을 집중 수색하던 중 수색견이 그를 발견했다. 이후 경찰은 119 구조요청을 통해 그를 병원으로 이송했다. 발견 당시 A씨는 탈진 상태로 쓰러져 있었고 발바닥 전체에 물집이 잡힌 것 외 다른 이상은 없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등산로에 완전히 떨어져 우리 수색팀도 길을 개척해서 가야 할 정도로 깊은 숲 속에 누워 있었다”면서 “엿새 동안 아무것도 못 드셨고, 조금 떨어진 곳에 물이 약간 흐르는 곳이 있어 이 물을 먹고 버텼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A 씨는 자신이 어떻게 산속으로 들어오게 됐는지 아예 기억조차 못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몸을 흔들고 물을 권하자 간단한 의사소통이 가능할 정도의 의식이 돌아왔다”며 “현재는 병원 치료를 받으며 안정을 취하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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