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러시'에 알트코인 위기론…"무더기 상폐 가능성 낮아"

이용자보호법 시행 직전까지 '우후죽순' 상장
상장 유지 심사 의무화…알트코인 위기론 부상
"실체 없는 코인 이미 상폐…시장 성숙 기대"

출처=게티이미지뱅크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의 신규 상장 건수가 지난달 19일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하 가상자산법) 시행 이후 급격히 줄었다. 거래소가 법 시행과 함께 가상자산 상장 요건이 강화되기 전 시장 점유율 확보 차원에서 공격적으로 상장에 나섰기 때문이다. 여기에 거래소의 상장 유지 심사가 의무화되자 이전에 무더기로 상장된 가상자산이 대거 상장폐지 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됐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가상자산의 대규모 상장폐지 가능성이 낮다고 분석한다.


법 시행 전 대규모 상장…시장 점유율 확보 목적

지난달 1일부터 가상자산법 시행 전까지 국내 5대 가상자산 거래소의 신규 상장 건수는 22건이다. 반면 법 시행 이후부터 같은 달 31일까지 신규 상장은 3건에 불과하다. 거래소가 법 시행 직전 상장에 적극적이었던 탓에 상대적으로 법 시행 이후 상장 건수가 적어 보이는 일종의 ‘기저효과’다.


거래소가 법 시행 전까지 상장에 열을 올린 배경엔 가상자산법과 함께 시행된 ‘공통 상장 가이드라인’이 있다. 그동안 모호하다고 지적받은 상장 기준을 강화한 공통 기준이 적용되면 거래소의 자체 내규에 따른 상장 경쟁이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이다. 김동혁 디스프레트 리서처는 “지난 5~6월 상장된 가상자산 대부분은 글로벌 시장이 주목하는 신생 프로젝트의 토큰”이라며 “유망한 가상자산을 상장해 시장 점유율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려는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닥사)는 지난달 2일 가상자산 상장 심사·종료·절차 등을 구체화한 ‘가상자산 거래지원 모범사례’를 공개한 바 있다. 기존에도 닥사의 공통 상장 폐지 가이드라인이 있었지만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기 때문이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거래소는 신규 상장의 경우 형식적·질적 요건을 모두 심사해 부적격 요건을 하나라도 발견하면 거래를 지원할 수 없다. 거래소는 또 분기마다 이미 상장된 가상자산에 대한 유지 심사도 의무적으로 해야 한다. 한 거래소 관계자는 “상장 심사를 할 때 고려할 부분이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알트코인 무더기 상폐 우려…전문가 “가능성 낮아”

상장 유지 심사가 의무화되자 일각에선 알트코인(비트코인을 제외한 가상자산)의 무더기 상장폐지 가능성도 제기됐다. 익명의 투자자는 한 가상자산 커뮤니티에 “(상장 심사) 가이드라인이 생각보다 엄격하다. 김치코인은 대부분 상장폐지 되는 것 아니냐”며 우려했다. 김치코인은 한국에서 발행돼 대부분 국내 거래소에서 거래 중인 가상자산으로 대부분 유동성이 적어 가격 변동이 심하다는 특징이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가상자산이 단기간에 대량으로 상장폐지 될 가능성은 적다고 내다봤다. 장경필 쟁글 리서치 센터장은 “사업 실체가 불분명한 프로젝트는 이미 상장폐지 됐고 프로젝트도 거래소 가이드라인에 맞춰 규제에 대응할 것이기 때문”이라며 “오히려 시장이 장기적으로 실체가 있는 프로젝트 위주로 개편돼 성숙해질 수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일부 가상자산이 상장폐지 되면 투자자 반발도 어느 정도 예상되지만 거래소가 투자자에게 설명할 명확한 기준이 생겼기 때문에 (반발이) 심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