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가를 희망 가격 범위(밴드) 상단 이상 가격에 정하면서 고평가 부담을 안고 상장했던 코스닥 새내기주들의 주가가 줄줄이 급락했다. 올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기업 4곳 중 3곳의 주가가 공모가보다 낮아진 상황에서 일반 투자자들이 공모주 투자 손실을 피하려면 기관투자가들의 매도 가능 주식 비율 및 시점에 촉각을 기울여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민간 우주발사체 스타트업 이노스페이스(462350) 주식은 이날 전 거래일 대비 14.76% 떨어진 1만 93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달 2일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지 한 달 만에 주가가 공모가(4만 3300원)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앞서 이노스페이스는 공모가 산정 과정에서 44.69배의 주가수익비율(PER)을 적용해 기업가치가 후하게 평가됐다는 지적을 받았으나 기관투자가 대상 수요예측 결과 최종 공모가를 밴드(3만 6400원~4만 3300원) 상단인 4만 3300원으로 확정했다. 결국 올 코스닥 IPO 시장에서 처음으로 상장일 공모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거래를 마감했고, 주가는 한번도 공모가를 회복하지 못했다.
다른 코스닥 새내기주들도 상황이 비슷하다. 올 코스닥 시장에 신규 상장(스팩 제외)한 31개 기업 중 이날 종가가 공모가를 하회한 곳은 24곳에 달한다. 지난달 31일 공모가 2만 2000원에 상장한 피앤에스미캐닉스(460940)도 이날 전일 대비 13.2% 하락한 1만 9140원을 기록했다. 모두 수요예측에서 밴드 상단 혹은 상단을 초과해 공모가를 정한 기업들이다.
지난해 에코프로머티리얼즈 공모 흥행 이후 통상 새내기주 주가는 상장 후 일정 기간 주가 급등세를 보이다 하락 반전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그런데 최근에는 급락 전환 시기가 빨라지고 하락폭도 커지는 추세가 뚜렷하다. 상장일 수익률의 고점이 점점 낮아지자 투자자들이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물량 매도 시점을 앞당기면서 주가 하락이라는 악순환으로 귀결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최근 코스닥 IPO 수요예측에서는 기관투자가들이 일정 기간 동안 지분을 팔지 않겠다고 약속하는 의무보유확약 비율은 대부분 한 자릿수에 머물렀다. 이노스페이스에 이어 상장일 주가가 공모가 아래로 내려간 엑셀세라퓨틱스(373110)의 의무보유확약 비율은 최종 9.25%였다. 기관투자가가 보유한 공모주의 90.75%가 상장 당일 매도될 수 있는 물량이었다는 의미다. 또 이날 이노스페이스의 연이은 주가 급락은 재무적투자자(FI)들이 보유하고 있던 243만 5246주(지분율 약 26%)의 보호예수가 해제되면서 이들이 일부 물량을 매도한 영향으로 추측된다.
한편 올 들어 처음으로 밴드 하단에 공모가를 정한 뱅크웨어글로벌은 약 11만 명의 투자자가 몰리며 이날 244대1의 경쟁률로 일반 청약을 마감했다. 저조한 수요예측 결과에도 불구하고 공모가가 낮게 설정돼 상장일 주가 상승을 기대한 투자자들이 상당했던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의무보유확약 비율이 1.52%에 불과하고 주요 FI들이 보유한 주식 중 93만 2458주(지분율 9.32%)도 상장일 매도가 가능해 주가 하락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