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환, 뉴레짐 시대의 투자 단상[양석준의 마켓인사이드]

양석준 자본시장연구원 초빙위원
전 한국은행 외자운용원장
‘최후의 보루 외화자산이 미래다’의 저자


‘대전환(Transformation)’이라는 용어가 어느새 익숙해졌다. 이전 시대와는 확연히 다른 구조적 변동(structural shift)이다. 무엇이 그것을 주도하고 있는가. 첫째, 팬데믹 후 세계가 지정학적으로 나누어지고 공급망이 새롭게 배치되면서 파편화(fragmentation)되고 있다. 둘째, 지난해 등장한 챗 GPT는 기존의 일반적 인공지능(AI)과 차원이 다른 생성형 AI 시대로 가는 문을 열었다. 셋째, 기후위기에 대한 우려가 현실로 다가오면서 저탄소 경제로의 이행은 불가역적인 과제로 인식되고 있다.


우리는 팬데믹 이후 경제 여건이나 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이전의 소위 ‘대안정기(Great Moderation)’로의 복귀는 요원해졌다는 것을 실감한다. 전 세계적으로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들면서 생산 공급이 제약적인 상황이 되고 있다. 경제성장은 부진해지고 높은 인플레이션과 금리 수준을 감내하고 있다. 이미 확대된 정부 부채는 줄어들 기미를 찾기 어렵다. 이렇게 새로운 체제, 즉 새로운 노멀이 형성되는 이른바 ‘뉴레짐(new regime)’ 아래 놓여있다.


이제는 금융(financial)의 역할을 기대하기 보다는 실물(real) 그 자체의 펀더멘털에 집중해야 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중앙은행이 나서서 열일하면 거시적 변동성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 그것도 글로벌 생산 능력이 확대되고 노동력이 받쳐주는 여건이었기에 가능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인플레이션을 크게 우려하지 않아도 되니 값싼 자본에 힘입어 기업가치를 부양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기업별로 차별화가 극심해질 수 밖에 없다. 전환의 중심에서 펀더멘털이 우량한 소수 기업이 주도하는 체제가 된다. 투자자의 관심도 AI 역량을 구축하면서 강력한 현금 흐름을 형성시킨 곳으로 쏠릴 수 밖에 없다. 이는 그간 주식시장에서 충분히 목도된 것이기도 하다.


대전환을 주도하는 거대한 힘의 중심에는 단연 생성형 AI가 있다. 이로 인해 얼마나 대규모로 얼마나 빨리 전환이 이루어질지,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클지 솔직히 가늠하기 어렵다. 과거 산업혁명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혁신이 일어난다고도 하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너무 이상에 빠져있는 먼 얘기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지금 엄청난 자금이 투입되고 있으나 뚜렷한 단기 성과가 없어서 과연 앞으로 있을지 모를 경제적 역풍을 견딜 수 있을지 걱정이라는 말도 나온다. 최근 AI 기업들의 주가가 조정을 받으면서 ‘돈 먹는 하마’라는 거품론이 고개를 들고 있는 이유다.


AI에 의한 전환 과정에는 단계가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생산성이 높아지고 경제성장과 인플레이션 안정이 달성되는 이상적 결과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하게 거쳐가야 한다. AI를 구축(build-out)하는 단계이다. 이미 우리가 경험하고 있듯 데이터센터 등과 같은 투자수요가 몰아치는 단계를 거치면서 앞으로 엄청난 에너지 수요를 촉발시킬 수 있다. 여기에 저탄소경제로의 이행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진다면 에너지 시스템을 전환하는 데도 계속 큰 자금이 투입될 것이다. 게다가 세계는 지정학적으로 파편화돼 공급 구조상 경제적 효율성보다는 국제 정세의 유불리성이 우선적으로 고려된 지 오래되었다. 투자의 방향을 정하는 데 모두 고려해야 할 중요한 포인트들이다.


단기적으로 앞으로의 1년은 AI 전환의 전개와 투자 향방에 있어서 시금석이 되는 중요한 시기이다.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는 지금처럼 AI주도 기업들에 의해 경제성장이 유지되고 주가지수도 상승하는 것이다. 최근처럼 디스인플레이션 추세가 확고해진다면 금상첨화겠다. 그러나 최악의 시나리오도 그리 멀리 있지 않다. AI의 구축 과정에서 에너지 수요가 확대되고 저탄소 이행과 더불어 에너지 가격이 급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플레이션 이슈의 재등장으로 고금리 장기화가 지속되고 그동안 잘 나가던 AI관련 주식들의 밸류에이션에 대한 재평가가 이루어질 수 있다.


모든 사람들이 이상적으로 그리고 있는 AI가 가져다 주는 세상. 즉, 광범위한 높은 생산성을 바탕으로 생산이 증가하고 인플레이션이 안정되는 그런 경제 상황에 이르기까지는 아직 꽤 멀어보이는 게 사실이다. 대전환의 과정을 냉정하게 지켜보면서 이에 대비해야 하는 이유다. 그 진화의 과정을 거치면서 우리는 무수히 많은 단기 전망의 변화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11월 미 대선의 결과가 중요한 것도 그 단기 전망에 엄청난 변동을 야기할 수 밖에 없어서다.


더욱 복잡해진 투자 방정식을 풀기 위해 적합한 자산 배분에 대한 통찰력을 갖고 탄력적으로 포트폴리오를 정비해야 하는 것은 결국 우리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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