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1때 시작한 사격…양지인, 무심하듯 쿨하게 금메달 ‘탕탕’

25m 권총 세계랭킹 2위
첫 출전한 올림픽서 금메달
좌우명 ‘어떻게든 되겠지’

연합뉴스

대한민국에 8번째 금메달을 선사한 양지인(21·한국체대) 선수는 중학교 1학년 수행평가로 처음 시작한 사격으로 첫 출전한 올림픽에서 금빛 사냥에 성공했다.


양 선수는 3일(현지시간) 프랑스 샤토루 슈팅센터에서 열린 파리 올림픽 사격 25m 권총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다. 지난해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그는 개인전과 단체전 동메달을 획득했다. 개인전 결선 당시 양지인은 기계 오류로 격발 결과가 모니터에 뜨지 않는 일이 벌어졌다. 이를 확인하느라 경기가 지연됐고, 멘털은 요동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양지인은 “내가 바꿀 수 없는 상황이니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고 쐈다”고 당시 상황을 회고했다. 표정만 쿨한 게 아니라, 경기 중에 생긴 돌발 변수까지 무심하게 넘긴 것이다.


덕분에 양지인은 아시안게임 메달리스트가 됐고 이제 올림픽 무대에서까지 시상대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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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선수의 좌우명은 ‘어떻게든 되겠지, 미래의 내가 알아서 하겠지’다. 스스로 성격의 장점이자 단점을 ‘대충 사는 것’으로 꼽을 정도다. 이러한 그의 성격이 자신의 실수를 자책으로 여기지 않고 쿨하게 넘기는 장점으로 발휘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일은 빨리 잊어버리고 평정심을 찾는 게 중요한 ‘멘털 스포츠’ 사격에 적합한 셈이다.


양지인이 처음 사격을 시작한 건 중학교 1학년 때다. 남원하늘중학교 재학 시절 수행평가로 사격을 경험한 후 중학교 코치의 권유로 선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중학교 2학년 때인 2018년에는 회장기 전국사격대회에서 공기권총 금메달을 획득하는 등 일찌감치 재능을 보였다.


순조롭게 기량을 키우던 양지인은 중학교 졸업을 앞두고 한국체대에서 교생실습을 나온 선배로부터 ‘더 큰 선수가 되려면 서울로 가서 화약총을 접해보라’는 권유를 받고 고향 남원을 떠나 서울체고로 진학했다.


권총은 10m 종목까지 공기 권총을 사용하고, 25m는 화약총을 쏜다. 쏠 때마다 ‘탕탕’하는 소리가 주는 쾌감을 느낀 양지인은 고등학교에서 25m 권총으로 주 종목을 바꿨고, 이 선택은 결과적으로 신의 한 수가 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를 덮친 시기에 고교 생활을 한 양지인은 2021년에는 온라인 대회로 치러진 동아시아 유스 대회에 출전하며 기량을 유지했다.


이처럼 성장을 거듭하던 양지인은 2022년 한국체대에 입학했고, 2023년에는 성인 국가대표로 선발됐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1년 연기돼 2023년에 치러진 건 양지인에게 행운이었다. 2022년 치른 아시안게임 대표선발전에서는 뽑히지 못했지만, 2023년 국가대표 선수에게도 아시안게임 출전권을 주면서 태극마크를 달 수 있었기 때문이다.


김예지가 25m 권총 결선 42점으로 세계 신기록을 세울 당시 종전 기록 보유자는 바로 양지인이었다. 양지인은 올해 1월 아시아선수권대회와 5월 사격 월드컵에서 두 차례 결선 41점으로 세계 신기록과 타이기록을 수립했다.


25m 권총 세계 랭킹도 양지인이 2위, 김예지는 4위다.



26일(현지시간) 프랑스 샤토루 슈팅 센터에서 2024 파리올림픽 25m 권총에 출전하는 사격 대표팀 양지인과 장갑석 감독이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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