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 검색에 쏟아지는 글…法 있지만 사라지지 않는 자살 ‘사각지대’ [안현덕 전문기자의 LawStory]

디시인사이드에서 자살 뜻하는 특정 단어 찾아보자
각종 글이 올라와…처벌 조항에도 자살정보글 마저
자살유발글에 딸 잃은 아버지…법있어도 작동못해
재판부 등 범사회적 심각성 인지와 깊은 관심 필요

‘○살’을 검색하니 이어지는 글. 디시인사이드 캡처

지난 2일 디시인사이드에서 ‘○살’이라는 단어를 검색하자, 게시글이 쏟아졌다. ‘○살’은 인터넷 공간에서 자살을 의미하는 단어다. 이들 글에는 ‘스스로 목숨을 끊고 싶다’거나, ‘동참해 달라’ 등 취지 내용이 담겨 있었다. 생명을 보호하고, 생명 존중 문화를 조성한다는 목적의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문화 조성을 위한 법률(자살예방법)’이 시행된 지 12년이 흘렀으나, 인터넷 공간에서는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특히 자살예방법에서는 ‘정보통신방을 통해 자살 유발 정보를 유통해서는 안 된다(19조 1항)’고 담고 있었으나, ‘○살 꿀팁’이라는 글마저 게재돼 있었다. 해당 조항을 위반한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25조 3항의 3) 하지만 처벌을 통한 법의 억제 효력도 발휘되지 않는 듯 했다.


지난해 딸을 잃은 A씨는 서울경제신문과 통화에서 디시인사이드 등 온라인 공간에 만연하고 있는 이른바 ‘자살 글’에 대해 ‘입법불비(立法不備)의 대척점’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표현했다. “법이 있지만,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사람의 생명에 관한 문제인데, 네티즌들이 철이 없다고 치부하기에는 피해자들이 너무 많다”며 “재판부를 비롯한 우리 사회가 심각성을 인지하고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살예방법의 본래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사회적 관심과 노력이 절실하다는 얘기다. A씨가 지난 달 29일 디시인사이드 ‘△△ 갤러리’에 자살 유발 정보를 올린 성명 미상의 인물을 고발한 이유이기도 하다. 그는 ‘□□’ 아이디를 쓰는 이를 자살예방법 제 19조 1항 위반 혐의로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과에 고발했다. 해당 글에는 특정 가스로 스스로 목숨을 끊는 방법이 삽화 등으로 자세히 표현돼 있다.


A씨는 “우울증을 앓고 있는 사람에게 고통 없이 죽음에 이를 수 있다는 (정보를 주는) 건 법 위반으로 처벌을 받아 마땅한 행위”라며 “젊은 층에게 온라인 공간에서 나눈 대화나 글의 영향이 크다는 점에서 시대에 동 떨어지지 않고, 법 취지에도 어긋나지 않는 처벌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범정부적 노력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10~20대 젊은 층 자살이 사회 문제로 꾸준히 부각되면서 자살예방법이 제정·시행되고 있는 만큼 이른바 ‘법의 사각지대’가 없도록 해야 한다는 얘기다. 실제로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자살 시도 후 병원(응급실 기반 자살 시도자 사후 관리 사업 참여 85개 의료기관)을 찾은 3만665명을 분석할 결과 19~29세가 9008명(29.4%)으로 가장 많았다. 18세 이하는 4280명(14.0%)을 기록, 2위를 차지했다. 10·20대 젊은 층이 자살을 시도한 사람 가운데 절반 가까이에 이르고 있는 셈이다. 이어 40~49세(4117명·13.4%)와 50~59세(3603명·11.7%), 60~69세(2469명·8.1%) 순이었다. 자살 시도 동기로는 정신적 문제와 대인 관계 문제가 각각 33.2%, 17.0% 기록해 1·2위를 나타냈다. 이어 말다툼, 싸움 등 야단 맞음(7.9%)과 경제적 문제(6.6%)가 뒤를 이었다.


A씨가 딸 B양을 떠나보낸 건 지난 해다. 자택 인근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된 B양의 검안서상 사인은 C가스 흡입에 따른 산소결핍질식사였다. A씨는 D씨(고소 당시 ◇◇ 아이디를 쓰는 신원 불상 인물)가 B양에게 자살 방법을 알려주었다고 판단하고, 그를 경찰에 고소했다. 이후 검경 수사 결과 기소된 D씨는 1심에서 자살예방법 위반 혐의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C씨에 대해 보호 관찰 처분도 내렸다. ‘C가스로 자살할 수 있다는 취지로 D씨가 올린 글을 보고, B양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불행한 사건이 발생했다. 각종 댓글을 종합할 때 두 사람이 구체적인 자살 방법을 이야기했던 것으로 보인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었다. B양의 사망에 대해 D씨 책임이 결코 가볍지 않다는 취지다. 현재 2심이 진행 중이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1388’, ‘다 들어줄 개’ 채널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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