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육평가원(평가원)이 대학수학능력시험, 검정고시 등의 문제지를 홈페이지에 무료 배포하더라도 시험지 내부 삽화와 산문, 운문 등 저작물에 대해선 사용료를 지급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공익·비영리적 목적이라하더라도 저작물에 대해선 합당한 사용료를 내야 한다는 것이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제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한국문학예술저작권협회가 평가원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단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평가원은 2005년부터 고입선발고사,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대학수학능력시험, 중등교사임용시험, 검정고시, 수능모의평가 등 문제지에 미술 이미지나 산문·운문 등 저작물 155건을 전부 또는 일부 인용하고, 문제지를 평가원 홈페이지에 올려 누구든지 내려받을 수 있게 했다. 이에 저작권협회는 각 저작물의 저작권자로부터 복사·전송권을 신탁받았기 때문에 평가원의 행위로 저작권자의 전송권이 침해됐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반면 평가원은 교육 등 정당한 범위 안에서 인용했기 때문에 저작권자의 이익을 해치지 않는다고 주장해왔다.
1심 재판부는 수험생의 균등한 학습 기회 등을 보장한다는 목적이라며 평가원의 손을 들어줬다. 이후 2심 재판부는 원심 판결을 뒤집고 시험 문제에 저작물 허용 범위는 시험 목적 내에 한정돼야 한다고 봤다. 대법원도 원심 판결을 그대로 인정했다. 평가원이 게시나 다운로드 받을 수 있는 기간에 제한을 두지 않았기 때문에 저작권자의 이익을 침해했다고 본 것이다.
대법원은 “교육기관이나 교육지원기관이 교육 목적 등을 달성하기 위해 저작물을 이용하는 경우에도 일부 교육기관을 제외하고는 해당 저작재산권자에게 보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