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면서 채권 투자자들이 기업 채권 디폴트에 대비한 헤지를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4일(현지 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회사채의 부도 방지를 위한 파생상품 신용부도스와프(CDS) 지수 중 하나인 미국 CDX의 거래액은 255억 달러(약 34조 7000억 원)로 약 5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CDS는 채권 발행자의 부도 위험을 거래하는 파생상품으로 CDX지수는 북미 투자 등급 기업 125곳으로 구성됐다. 이 지수의 상승은 시장참가자들이 경제 불확실성이 고조돼 전반적인 신용 위험이 증가했다고 인식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최근 미국 노동시장의 약세를 시사하는 일련의 경제지표가 발표되면서 시장의 불안은 점점 커지는 상황이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시기에 대한 시장의 기대도 변화하고 있다. 당초 9월 인하에 환호하던 시장은 ‘9월은 너무 늦다. 7월에 인하했어야 한다’는 지적으로 바뀌는 분위기다. 이에 트레이더들은 보호 매수를 확대하고 있으며 빅테크 기업들의 실망스러운 실적과 소비 위축 현상도 이 같은 움직임을 가속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라파엘 투인 티케하우캐피털 자본시장전략책임자는 “현재 시장에서 가장 저평가된 리스크는 약화된 거시경제 환경과 이것이 향후 기업 실적에 미칠 부정적 영향”이라고 우려했다. JP모건이나 BNP파리바 등 주요 투자은행들은 미국의 경기 침체 우려에 더해 “미국·유럽의 실적 시즌이 불안정하게 시작됐다”는 점을 들어 CDS 지수들을 이용한 헤지를 투자자에게 권하고 있다.
시장의 우려가 인플레이션에서 경기 침체로 옮겨가고 있다는 진단도 나왔다. 빅토르 요르트 BNP파리바 글로벌신용전략책임자는 “‘경기가 과열돼 금리 인상이 필요한 상황(too hot, rates higher)’에서 ‘경기가 냉각(침체)돼 금리 인하가 필요한 상황(too cold, rates lower)’으로 전환하고 있다”며 현재 시장이 변화의 중간 단계에 있다고 봤다. 경제 상황이 변하고 있어 이에 따른 투자 전략의 조정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