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폰에도 5G·AI 이식…스마트폰 '가성비 경쟁'

삼성·中업체, AI 지원폰 확대
애플 印서 '15프로맥스' 할인
퀄컴 '100달러 미만' AP 출시
"올 저가폰 출하량 11% 늘것"

스마트폰의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경쟁이 되살아나고 있다. 한동안 경기 침체 속에서도 교체 수요가 유지됐던 프리미엄(고급형) 스마트폰 경쟁과 병행해 시장 회복으로 다시 늘고 있는 실속형 소비자들을 함께 공략하려는 것이다. 특히 5세대 이동통신(5G)이나 인공지능(AI) 같은 프리미엄 기능을 중저가 스마트폰에 이식하거나 프리미엄폰 가격을 낮추는 식의 경쟁 대응이 이뤄지고 있다.



퀄컴의 저가형 5G칩 '스냅드래곤4s 2세대'. 사진 제공=퀄컴

4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퀄컴은 최근 인도에서 5G를 지원하는 저가형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두뇌칩) ‘스냅드래곤4s 2세대’를 출시했다. 샤오미가 가장 먼저 이를 탑재한 중저가폰 신제품을 연말에 내놓을 계획이다. 스냅드래곤4s 2세대는 전작보다 성능을 낮춘 대신 100달러가 안 되는 스마트폰에 쓸 수 있을 정도로 가격을 낮췄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세계 100~399달러대 스마트폰 중 5G폰 비중은 64%, 특히 중저가폰 인기가 높은 인도에서는 1분기 5G 보급률이 71%까지 올랐다.







2022년 대비 5% 감소했던 지난해 스마트폰 출하량은 올해 3% 늘며 성장을 회복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지난해 경기 침체 속에서 가격에 민감한 중저가폰 수요가 크게 위축됐던 것과 달리 올해는 20만~30만 원대 저가형의 출하량이 11%, 80만~100만 원대 준고급형도 17%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저가형 부문이 신흥 시장을 중심으로 눈에 띄는 반등을 보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삼성전자(005930)도 지난달 31일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전화회의)에서 “상반기 중저가 시장은 일부 벤더(판매자)의 과다한 셀(판매)로 유통 재고가 증가했다”며 이 시장 경쟁이 치열해졌다고 진단했다.


생성형 AI를 탑재한 AI폰 역시 가격대를 낮추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퀄컴은 기존보다 저렴한 매스프리미엄(준고급형) AI폰 전용 AP인 ‘스냅드래곤8s 3세대’를 올해 3월 출시했고 경쟁사인 미디어텍도 비슷한 급의 ‘디멘시티8400’을 연내 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연말 자체 AP ‘엑시노스2400’을 장착한 준고급형 스마트폰 ‘갤럭시S24 팬에디션(FE)’을 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엑시노스2400은 회사의 첫 AI폰 ‘갤럭시S24’에 탑재된 AP다. 삼성전자가 갤럭시S 시리즈가 아닌 제품군으로 AI 지원을 확대한다는 의미가 있다. 중국의 오포 역시 프리미엄폰 ‘파인드’ 시리즈뿐 아니라 ‘레노’ 등 더 저렴한 제품군으로 AI 지원을 확대한다는 구상을 밝혔다.



오포가 6월 3일(현지 시간) 영국 런던에서 사업 설명회를 열고 자사 중저가 제품군을 포함한 모든 스마트폰에 AI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사진 제공=오포

애플은 지난달 말 인도에서 사상 처음으로 아이폰 가격을 인하했다. 최고급형인 ‘아이폰15프로맥스’ 기준 6000루피(약 10만 원)가 할인됐다. 차기작 ‘아이폰16’ 시리즈는 일반형뿐 아니라 고급형도 현지 공장에서 만들기로 결정하며 가격 경쟁력을 더 키우려 하고 있다. 중저가폰을 중심으로 현지 점유율을 장악한 삼성전자와 중국 제조사들에 맞서 아이폰 가성비를 높이려는 취지로 풀이된다.


삼성전자와 샤오미는 프리미엄폰 판매를 강화하면서도 인도를 포함한 신흥국에서 ‘갤럭시M’ 등 중저가폰을 늘리며 점유율을 방어하는 쌍끌이 전략을 내세웠다. 삼성전자는 2분기 스마트폰 출하량이 5400만 대로 1분기 6000만 대보다 10% 감소했는데 신제품 출시 효과가 사라진 비수기임을 감안하면 중저가폰 판매를 통해 실적 영향을 최소화했다는 평가다. 실제로 2분기 기종별 판매량 순위에서 ‘갤럭시A15’가 ‘아이폰14’를 밀어냈다.



인도 뉴델리의 애플 스토어에서 이용객들이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 제공=애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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