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사망 사건과 관련해 소멸시효완성에도 불구하고 신의칙에 따라 권리남용이 인정되면 사망보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이정희 부장판사)는 A씨 아들이 국군재정관리단장을 상대로 제기한 군사망보상금 지급불가 결정 처분 취소 소송에서 지난 5월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A씨는 1950년 11월 육군에 입대해 복무하던 중 1956년 1월 사망했다. A씨의 아들은 25년이 지난 1981년 군에 유족급여에 대해 문의했으나 육군은 ‘A씨가 병사했다’라며 거부했다. 1997년 7월 육군본부는 A씨의 사망을 순직으로 인정하는 재분류 결정을 했지만 이를 유족에게 통보하지 않았다. 이후 2021년 10월 대통령 직속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가 A씨 죽음에 대한 진상규명 결정을 했고 A씨는 막사 신축 작업에 동원됐다가 산이 무너지는 사고로 부상을 입고 육군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다 사망한 것으로 사망과 군 복무와의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A씨 아들은 이 사실을 통보받고 2022년 1월 A씨에 대한 군사망보상금 지급을 청구했지만 국군재정관리단은 1956년 11월 사망신고된 것으로 볼 때 유족은 그 이전에 사망통지를 받은 것으로 추정돼, 사망통지서를 받은 날로부터 5년이 지나 시효완성으로 청구권이 없다는 이유로 거부했다. A씨는 재심을 청구하였으나 2023년 3월 기각됐다.
이에 A씨는 “아버지의 죽음 당시 3살이었고, 사망통지를 당시 수령하지 못했다”라며 “1997년 순직 재분류 결정 때도 유족에게 통지하지 않았고, 이제와 시효완성 항변은 신의칙 위반이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유족 측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소멸시효가 완성됐지만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은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 사망 당시 원고는 3살이라 구체적 사망 경위를 알 수 없었고 1997년에야 A씨의 순직이 결정돼 그 이전에 청구해도 인용되지 못했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A씨가 군 복무 수행 중 사망했음에도 육군본부는 이를 ‘병사’로 규정해 유족에게 아무런 보상도 하지 않았다”라며 “원고가 군사망보상금은 물론 국가배상 등 어떠한 금전적 보상도 받지 못하는 건 부당하다”라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