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미국은 우리 후손들도 대를 이어 상대하게 될 적대적 국가”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4일 평양에서 진행된 신형 전술탄도미사일 발사대 인계인수식 연설에서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미국이 결코 몇 년 동안 집권하고 물러나는 어느 한 행정부가 아니다”라며 이 같이 말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5일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최근 김 위원장을 잇따라 언급하며 집권 시 북미 대화를 시사한 가운데 북한은 어떤 행정부가 들어서더라도 핵·미사일 고도화를 이어가겠다는 뜻을 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김 위원장은 “대화를 하든 대결을 하든 강력한 군사력 보유는 주권 국가의 의무이자 권리”라고 강조했다. 또 미국이 지역 안전에 계속 위해를 끼치려 시도한다면 “미국 스스로 안보에 치명적인 후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을 똑똑히 알게 해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날 김 위원장은 최근 “미국 주도의 동맹 관계가 핵에 기반한 군사 블록으로 그 본질과 성격이 변화했다”며 이를 군사력 강화의 명분으로 삼았다. 이번 행사에서도 핵 역량을 고도화하겠다고 다짐했다.
김 위원장은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일체의 핵 위협을 억제하고 그로부터 스스로를 방어할 수 있는 보다 완비되고 보다 향상된 수준의 핵 역량 태세를 구비하겠다”고 말했다. 또 “우리의 힘은 지속적으로 진화할 것이며 우리의 강세는 영원히 한계를 부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미사일 발사대 250대가 국경 제1선 부대에 인도됐다”며 "압도적인 공격력과 타격력 우세로 주도권을 틀어쥐게 됐고 화력 임무공간의 다각화를 실현했으며 특수한 물리적 힘 전술핵의 실용적 측면에서도 효과성을 제고하게 됐다"고 역설했다.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한 사진을 보면 인도된 무기체계는 근거리탄도미사일인(CRBM)인 '화성-11-라' 발사대인 것으로 보인다. 이 발사대는 남한과의 군사분계선 일대에 실전배치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김 위원장의 행보는 홍수 피해로 뒤숭숭한 민심을 다잡으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김 위원장은 발사대를 돌아보며 “온 나라가 큰물(홍수)피해복구를 위한 투쟁에 떨쳐나선 시기임에도 신형 무기체계 인계인수기념식을 진행하는 건 국방력 강화를 어떤 환경 속에서도 정체 없이 밀고 나가려는 우리 당의 투철한 의지의 발현”이라고 말했다.
통신이 공개한 사진을 보면 저녁 시간대 열린 기념식에는 당·정·군 간부 등이 대거 참석했다. 김 위원장의 딸 주애도 지난 5월 14일 평양 전위거리 완공식 참석 이후 약 3개월 만에 북한 매체에 모습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