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 수가 전국 2~3위에 달하는 대학 연합동아리 내부에서 마약 유통·투약 정황이 확인돼 총책 등 6명이 재판에 넘겨졌다.
5일 서울남부지검 형사4부(부장검사 남수연)는 서울대·고려대 등을 비롯해 국내 대학생 수백 명이 가입한 연합동아리를 이용해 마약을 유통·투약한 혐의를 받는 A(30대 초반)씨 등 총 14명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이미 별도의 마약 투약혐의로 구속된 주범 A씨는 추가 기소됐으며 그 외 3명은 구속기소, 2명은 불구속기소되고 단순 투약만 한 8명은 조건부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A씨를 제외한 피의자 모두가 서울 및 수도권 소재 주요 대학교에 재학 중인 20대 초~중반 학생들이었다. 이들 중에는 의대·약대 재입학 준비생, 로스쿨 진학 준비생은 물론 교내 장학생도 있었다.
친목 목적의 ‘ㄱ’ 연합동아리 소속인 이들은 2022년 12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향정신성의약품과 대마를 매매·수수·보관하고 최대 십 수차례 투약한 혐의를 받는다. 특히 동아리 회장인 A씨는 동아리 내에서 교제한 B(24)씨를 수 차례 때리고 성관계 촬영 영상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해 특수상해·성폭력처벌특례법위반 혐의 등도 추가 적용됐다.
연세대를 졸업하고 카이스트 대학원에 다니던 A씨는 2021년 동아리를 개설한 뒤 ‘캠퍼스픽’ 등 대학생들이 사용하는 SNS를 통해 '가입 시 고급호텔·파인다이닝·회원전용 숙소·뮤직페스티벌 입장을 무료·저가로 이용할 수 있다'고 홍보하며 주요 명문대 재학생들을 직접 선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이런 방식으로 동아리를 회원 수 전국 2위 규모(약 300명)까지 키워냈다.
검찰은 활동 참여율이 높은 동아리 회원이 ‘마약 타깃'이 됐다고 설명했다. 클럽·고급호텔·뮤직페스티벌 등에서 함께 술을 마시며 취했을 때 액상대마를 권하는 식으로 범죄에 끌어들인 것이다. 이후 단계적으로 강도가 높은 MDMA·LSD·케타민·사일로시빈, 필로폰·합성대마 등까지 권했다.
A씨는 함께 기소된 동아리 임원 C씨, D씨 등과 마약을 대량 구매한 뒤 동아리원들에게 웃돈을 얹어 1회분씩 팔며 수익을 챙기기도 했다. 검찰은 “A씨가 지난해 1년 동안 1200만 원 상당의 가상화폐로 마약 대금을 냈다"며 A씨가 단순 호기심으로 접한 마약을 점차 동아리 내부에 퍼트리고 두 배 가까이 부풀린 가격으로 되팔며 사업화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수사 과정에서 9000명이 넘는 이들이 ‘마약 수사 대비용’ 텔레그램 채널에 가입해 수사망을 피하기 위한 정보를 공유한 사실도 드러났다. 이번 사건의 피의자들 역시 해당 채널에 올라온 ‘포렌식 대비 휴대전화 자료 영구삭제 방법’, ‘모발 탈·염색 방법’, ‘피의자신문조사모의 답변’ 등을 보고 실제로 활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남부지검은 현재 대검찰청과 공조해 위 채널 운영자를 추적하고 있다.
검찰은 이날 재판에 넘기거나 기소유예 처분한 14명 이외 회원들에 대해서도 마약 혐의가 있는지 추가 수사 중이다. 검찰 관계자는 “최근 인터넷·SNS를 중심으로 대학생들에게까지 마약범죄가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다"면서 "젊은층을 대상으로 한 마약류범죄 근절을 최우선 과제로 설정하고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 대응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