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전야' 레바논 주민 피난처로 대피…산악지대 임대료 치솟아

■중동 긴장 최고조
레바논 국민들, 헤즈볼라 비판
팔레스타인 난민, 전면전 기대하기도

5일(현지시간) 레바논 베이루트 국제공항에서 이용객들이 출국수속을 밟기 위해 수하물을 들고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최근 요동치는 중동 정세로 각국은 자국민들에게 레바논 탈출을 권고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란과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가 이스라엘에 보복을 예고하면서 전쟁터로 내몰릴 위기에 처한 레바논의 국민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4일(현지 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은 긴장 완화를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 이어지면서 또 다른 전쟁이 당장이라도 일어날 수 있는 ‘폭풍 전 고요’ 같은 현실에 많은 레바논인이 절망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10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 기습 공격을 하며 가자지구 전쟁이 발발하자 헤즈볼라는 이에 동조해 미사일과 로켓 등으로 이스라엘 북부를 공격하며 산발적인 교전을 이어왔다.


그러다 지난달 30일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 헤즈볼라 고위급 지휘관 푸아드 슈크르가 이스라엘의 표적 공습에 숨지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몇 시간 뒤 헤즈볼라와 하마스를 지원해온 이란 영토 내에서 하마스 일인자인 이스마일 하니예가 암살되는 사건까지 벌어지며 ‘저항의 축(이란과 그 대리세력)’의 분노는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헤즈볼라와 이란은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을 공언했고 이르면 5일부터 전면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가디언은 “이스라엘의 공습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여겨지는 베이루트 주변 산악 지대에서는 만일의 사태를 우려해 피난처를 찾으려는 사람들이 몰리면서 건물 임대료가 치솟고 있다”고 전했다.


레바논 내에서는 정부의 무능함에 대한 질타와 헤즈볼라에 대한 회의적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레바논의 운명을 결정하는 것은 일개 정파인 헤즈볼라가 아니라 레바논 정부여야 한다는 것이다.


또 레바논 국민 대다수가 가자지구에서 죽어가는 팔레스타인인들에게 연민을 갖는 것이 사실이지만 헤즈볼라가 가자전쟁에 개입한 탓에 레바논이 감내해야 할 대가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레바논 거주 팔레스타인 난민 사회(17만~47만 명으로 추산) 등을 중심으로 이스라엘과의 전면전이 벌어지기를 기대하는 분위기도 포착된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헤즈볼라와 함께 싸워온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알아크사 순교자여단의 지도자 무니르 알미크다 소장은 “이스라엘과의 어떤 대결도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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