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 83%가 비타민D 결핍이라니…잘못된 기준"

■명승권 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장
영양소 권장 섭취량 시대 반영 못해
비타민D는 2차대전 당시 기준 적용
과도한 기준에 따른 연구 재검토 필요

이미지투데이


건강한 생활과 생리 상태 유지에 필수적인 영양소 권장 섭취량이 시대적인 변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전 세계적으로 비타민D 결핍이 대유행하는 것도 잘못된 권장 섭취량의 개념과 정의에 기인한다는 지적이다.


명승권(사진) 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대학교 대학원장(가정의학과 교수)은 영양소 권장 섭취량의 새로운 개념 및 정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SCIE 국제학술지 영양(Nutrition) 최신호에 연구단신으로 온라인 출판됐다고 5일 밝혔다.



명승권 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대학교 대학원장. 사진 제공=국립암센터

2014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한국 남성의 75%, 여성의 83% 가량이 비타민D 결핍으로 나타났다. 비타민D 혈중 농도 20ng/mL를 기준으로 삼은 데 따른 결과다. 일반 병의원에서는 30ng/mL로 기준을 더욱 높게 잡다보니 여성의 90% 이상이 비타민D 결핍으로 진단돼 비타민D 주사나 약물 복용을 권유받고 있다.


명 교수는 “비타민D 결핍이 전체 인구의 80~90% 이상을 차지한다는 1941년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에서 개발된 권장 섭취량의 개념과 정의에 기인한다”고 주장한다. 당시에는 미국 군 징집병의 25%가 현재 혹은 과거 영양결핍자였다. 미국 국방자문위원회는 영양결핍이 국가 안보를 위협할 수 있다고 보고 미국 국립과학한림원의 자문을 받아 군인 뿐 아니라 일반 대중에게 적용되는 주요 영양소의 권장 섭취량을 만들었다. 문제는 임상연구가 불충분한 가운데 전문가 50여 명의 의견을 수렴해 주요 영양소별 권장 섭취량을 정한 탓에 개념과 정의가 정확하게 서술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명 교수는 “당시 권장 섭취량은 건강의 최적 상태와 관련한 의학적 및 임상적으로 타당한 연구 결과에서 얻은 근거가 아닌 전문가들의 합의로 만들어졌다” 며 “여러 차례 개정이 이뤄졌지만 여전히 권장 섭취량을 ‘특정 나이와 성별의 집단에서 거의 대부분의(97~98%) 건강한 사람들의 영양 요구량을 충족시키는데 충분한 하루 평균 특정 영양소의 섭취량’으로 정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쉽게 말해 현재의 권장 섭취량은 최적의 건강상태와는 상관없이 특정 인구집단별로 섭취량이 많은 상위 2.5%의 섭취량을 기준으로 삼은 나머지 지나치게 과도하다는 것이다.


명 교수는 “적어도 80~90%가 비타민D 결핍 혹은 부족으로 잘못 분류되고 있다”며 “한국 뿐만 아니라 남아시아인의 68%, 유럽인의 40%가 비타민D 결핍으로 분류되는 것도 기준 자체가 잘못됐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명 교수에 따르면 건강한 사람들의 비타민D 혈중 농도는 대부분 12~20ng/mL 구간에 분포한다. 이런 수치가 결핍이라고 봐야 할 임상적 근거는 부족하며 오히려 정상으로 간주해야 한다는 것이다. 비타민C의 하루 권장 섭취량이 영국,인도는 40㎎, 한국과 일본은 100㎎, 프랑스는 110㎎ 등으로 나라마다 차이가 큰 것도 권장 섭취량의 정의 자체가 잘못 되어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이같은 견해가 국제학술지에 공식 출판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일반적으로 비타민D 혈중 검사는 불필요하다"며 “비타민D 혈중농도가 20ng/mL 미만이라도 별도의 보충요법이 필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수십 년간 발표된 권장 섭취량 및 영양결핍 관련 연구는 잘못된 개념과 정의에 기반했으므로 신뢰할 수 없다”며 “의학, 영양학, 역학, 보건학 등 영양과 관련한 모든 분야가 논의해 올바른 권장 섭취량의 개념과 정의를 새롭게 만들고 기존 연구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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