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재정 악화·과잉 생산 초래하는 양곡법 또 밀어붙이는 이유 뭔가

더불어민주당이 5일 불법 파업을 조장하는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개정안)을 강행 처리한 데 이어 농가에 돈을 지원해주기 위한 양곡관리법 개정안까지 밀어붙이겠다고 한다. 민주당은 이날 의원총회를 열어 21대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폐기된 양곡관리법 개정안,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 안정에 관한 법(농안법) 개정안, 한우산업지원법(한우법) 제정안을 당론 법안으로 채택했다. 거대 야당이 의석수를 앞세운 입법 폭주로 소모적 정쟁을 반복하겠다고 천명한 것이나 다름없다.


민주당의 양곡법 개정안은 쌀값이 폭락할 경우 초과 생산된 쌀을 정부가 의무 매입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법안이다. 쌀값 안정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가뜩이나 소비가 안 되는 쌀의 과잉생산을 부추기고 재정 악화를 초래하는 등 부작용이 크다. ‘쌀 초과 생산량 3~5% 또는 쌀값 5~8% 하락’이라는 매입 조건까지 명시했던 이전 법안보다 내용이 다소 완화되기는 했지만 농촌 발전보다는 ‘현금 퍼주기’에 초점을 둔 선심 정책 법안임에는 변함이 없다. 특정 농산물의 시장 가격이 기준 이하로 떨어질 경우 정부가 차액을 보전하는 내용을 담은 농안법도 재배 쏠림과 국민 혈세 부담으로 이어지기는 마찬가지다. 두 법안 실행에 따른 추가 재정 부담은 연간 수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한우 농가에 도축·출하 장려금과 경영 개선 자금 등을 지원하는 한우법도 형평성 문제 등 논란이 적지 않다.


올해도 대규모 세수 부족이 예상되는 가운데 관리재정수지는 5월 기준 74조 4000억 원 적자를 기록하는 등 나라 살림에 빨간불이 켜졌다. 그런데도 거대 야당은 곳간을 거덜 내고 갈등만 초래하는 포퓰리즘 입법을 또다시 밀어붙이려 하고 있다. 지속 가능하게 농가 소득을 올리는 해법은 농업 기술 혁신으로 생산성을 높이고 불합리한 유통 구조를 개선하는 것이다. 그래야 농업 경쟁력을 키우고 식량 안보를 강화할 수 있다. 민주당은 노동자와 농민 등 지지층의 환심을 사기 위한 노란봉투법과 양곡법 개정안 등을 강행하는 입법 폭주를 멈추고 여당과 머리를 맞대 국가 전반의 경쟁력을 키우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