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금융사에 흩어진 정보를 한데 모아 이를 관리하고 분석하는 마이데이터 제도가 출범 2년여 만에 1억 명이 넘는 가입자를 끌어모았다.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가로막혔던 데이터 활용의 허들을 낮추자 그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이다. 마이데이터를 기반으로 ‘대출 갈아타기’ 등 새로운 서비스도 도입될 수 있었다. 업계에서는 이처럼 데이터 활용 범위의 확대가 선순환을 불러올 수 있는 만큼 규제 문턱을 확 낮춰야 한다고 강조한다.
마이데이터 서비스 가입자는 올 2월 기준 1억 1787만 명(중복 가입 포함)에 달한다. 서비스가 출범한 2022년 1월(1400만 명)에 견줘 8배 넘게 뛰었다.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위해 금융사가 한 달간 주고받는 데이터 건수만 325억 건에 달할 정도로 활성화돼 있다.
마이데이터는 은행 앱이나 웹사이트에 접속해 서비스 이용 동의만 하면 맞춤형 금융 상품을 추천해 인기를 끌고 있다. 현재 69곳의 사업자가 마이데이터 인가를 받아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대출 갈아타기’ 등 마이데이터 덕에 가능해진 서비스의 성장세를 보면 마이데이터가 금융소비자에게 미친 영향을 실감할 수 있다. 지난해 5월 대출 갈아타기 서비스가 출시된 후 지난달 26일까지 1년 2개월 동안 총 23만 7535명이 이 서비스를 이용해 12조 7321억 원 규모의 대출을 갈아탔다. 이용자의 대출금리는 평균 약 1.52%포인트 하락했는데 이 덕분에 1인당 연간 약 173만 원의 이자를 아낄 수 있었다.
최근 모바일 앱이 낯선 고령층을 위한 서비스 개선 방안이 마련된 만큼 서비스 대중화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마이데이터는 그간 비대면 서비스로만 제공돼 앱을 사용하지 않으면 활용이 제한돼왔다. 이에 금융 당국은 은행 점포에서도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가입하고 비교 추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했다. 아울러 당국은 14세 이상 청소년이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받지 않아도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활용할 길을 열기로 했다.
마이데이터 사업자가 활용할 수 있는 정보가 다양해지면서 맞춤형 금융 서비스의 질 또한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우선 당국은 배달 플랫폼을 통해 이뤄진 거래 내역을 보다 구체화해 마이데이터 사업자에 제공할 예정이다. 이전에는 거래 금액이 담긴 정보만 제공됐다면 앞으로는 판매처나 구매 물품 등이 적힌 정보도 전송되는 것이다.
다만 마이데이터 사업자가 확보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새로운 사업을 벌일 때 사전 신고를 거쳐야 해 사업을 신속히 추진하기 어려운 점은 한계로 남아 있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변화하는 환경에 맞춰 신고 제도를 개선할 것”이라면서 “신용정보법 개정을 통해 겸영 부수 업무 역시 폭넓게 허용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