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체육 고질병 ‘협회 논란’…정부가 나서면 바뀔까

정치권으로 번진 ‘안세영 발언 사태’
7일 귀국 후 진상조사 본격화할 듯
문체부 “타종목 개선점도 살필 것”

파리 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 결승 경기 도중 고개를 숙이는 안세영. 파리=성형주 기자

28년 만의 배드민턴 단식 올림픽 금메달 직후 나온 안세영(22·삼성생명)의 작심 발언에 체육계를 넘어 정치권까지 파장이 확산하고 있다.


5일(한국 시간) 2024 파리 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 우승 뒤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 인터뷰와 기자회견을 통해 부상 관리 등 대한배드민턴협회의 대표팀 운영에 강한 불만을 제기한 안세영은 다음 날 코리아하우스 기자회견에도 불참했다. 경기 일정이 모두 마무리되면 하루 뒤 현지의 한국 홍보관인 코리아하우스에서 메달리스트 기자회견이 진행되는데 안세영은 여기에 참석하지 않은 것이다. 안세영은 7일 귀국한다.


정부가 사실관계 파악과 개선 검토를 약속하는 등 배드민턴에서 시작된 소용돌이가 체육계 전반으로, 또 정치권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에 “시대는 바뀌고 젊은 선수들의 의식도 빠르게 변하고 있는데 우리 협회는 아직도 독재적이고 권위적인 모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개탄스럽다. 협회는 선수를 위해 존재의 가치가 있다”고 적었다. 올림픽 사격 금메달리스트인 진종오 국민의힘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아픈 이야기를 용기 있게 꺼내주신 안세영 선수의 이야기를 무겁게 받아들인다. 선배 체육인이자 체육계를 관할하는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으로서 이번 일을 간단히 묵과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 또한 문화체육관광부를 통해 관련 내용을 보고받았다.


종목을 불문하고 잊을 만하면 불거지는 ‘협회’ 논란에 스포츠 팬들은 자조 섞인 반응을 내놓고 있다. 올림픽 역도 금메달리스트인 장미란이 정부의 체육 담당 차관인 만큼 제대로 된 개혁에 대한 기대도 나온다.


안세영의 불만은 처음 국가대표가 된 2018년부터 쌓여온 것으로 보인다. 금메달 기자회견 뒤 별도 방송 인터뷰에서 안세영은 “7년 동안 많은 것을 참고 살았다. 목소리에 힘이 실리면 좋겠다는 바람에 정말 힘들게, 바쁘게 살았다”고 말했다. 올림픽 금메달을 따면 공개적인 문제 제기를 하겠다고 오래전부터 마음먹었다는 얘기다. 안세영은 “시대가 변하는데 협회가 따라오지 못하는 부분에 늘 답답함과 부당함을 느꼈던 것 같다. 다른 나라 선수들을 보면서도 느끼는 게 많다”면서 “제가 계획했던 대로 갈 수 있으면 좋겠지만 안 된다면 어떻게 해서라도 얻어내야 할 것”이라고도 했다. 협회의 울타리를 벗어나 가능하다면 개인 자격으로 선수 생활을 계속하겠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지난해 10월 아시안게임에서 입은 심각한 무릎 부상 뒤 치밀하지 못했던 협회의 관리, 대회 출전 스케줄과 관련한 갈등, 복식에 치우친 시스템 등을 꼬집은 안세영은 현 체제의 협회와는 함께할 수 없음을 분명히 했다. 안세영은 인스타그램에 “선수들이 보호되고 관리돼야 하는 부분, 권력보다는 소통에 대해서 언젠가는 이야기 드리고 싶었다…한 번은 고민해주시고 해결해주시는 어른이 계시기를 빌어본다”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에서 일어난 파문과 관련해 지난달 축구협회 감사에 착수한 문체부는 안세영 사태에 대해서도 경위를 파악하겠다고 6일 밝혔다. 문제부는 “올림픽이 끝나는 대로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그 결과에 따라 적절한 개선 조치의 필요성을 검토할 예정”이라며 “다른 종목들도 선수 관리를 위해 개선할 점이 있는지 전반적으로 살펴볼 계획”이라고 전했다. 문체부와 대한체육회는 체육 정책을 둘러싸고 사사건건 대립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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