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천 청라국제도시의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벤츠 전기차량에 불이 나 차량 140여 대가 불에 탄 가운데 충남 금산군에서도 유사한 전기차 화재 사고가 발생했다. 최근 전기차 배터리 문제로 인한 화재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전국 곳곳에 ‘전기차 포비아’ 현상이 퍼지고 있는 모양새다.
6일 경찰과 소방 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전 5시께 충남 금산군 금산읍의 한 주차타워에서 1층에 주차된 기아 EV6 차량에 불이 났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소방 당국은 장비 12대와 인력 35명을 즉시 현장에 투입해 1시간 37분 만에 진화를 완료했다. 화재로 인한 인명 피해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차량을 임대했다는 50대 A 씨는 경찰에 전날 오후 7시께 충전기를 꽂았다는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이달 1일 오전 6시 15분께 인천 서구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벤츠 전기차 한 대가 불길에 휩싸여 함께 주차돼 있던 차량 140여 대가 불에 타고 주인 등 23명이 연기를 흡입해 병원으로 이송되는 사고가 있었다. 불길은 8시간 20분 만에 꺼졌다. 불길로 인해 아파트 지하 설비와 배관 등이 녹아 나흘 이상 1580가구 전체에 수돗물 공급이 중단되고 470가구는 전기 공급이 끊겨 폭염에 시달리기도 했다. 현재 주민 180여 명은 단전과 단수 문제로 인근 행정복지센터 등에 마련된 대피소에서 지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기차 화재로 인해 입주민들에게 피해가 발생하는 사례가 잇따르자 일부 아파트 단지에서는 입주민회의를 통해 전기차의 지하 주차장 주차를 막기도 했다. 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는 ‘전기차 지상 1층 주차만 허용, 지하 주차장 이용 불가’라는 공지를 올리기도 했다.
서울 영등포구의 한 아파트 단지에 거주하는 이 모(32) 씨는 “최근 인천 청라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 사건을 본 뒤로 지하 주차장에 전기차량이 주차돼 있으면 일부러 지상에 주차를 하고 있다”며 “전기차가 안정적으로 제작될 때까지는 전기차량의 지하 주차장 주차는 자제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인세진 우송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전기차에 화재가 발생했을 때 진화를 할 수 있는 수단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현재까지 전기차 화재와 관련한 뾰족한 대책이 마련돼 있지 않은 만큼 제조사가 나서서 문제점을 해결해야 하는 것은 물론, 정부 차원에서도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