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정부 시위와 총리 사퇴로 혼란스러운 방글라데시 상황을 수습할 인물로 꼽히는 노벨평화상 수상자 무함마드 유누스(사진·84)가 자신이 과도 정부를 이끌 수 있다고 밝혔다.
치료차 프랑스에 있는 유누스는 6일(현지시간) 일간 르피가로에 실린 인터뷰에서 “지금이 국가 비상사태이고 다른 모든 대안이 소용없어졌다고 한다면 (과도)정부를 이끌 수 있다. 하지만 상황이 그렇게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방글라데시 현지 매체는 이날 소식통을 인용해 유누스가 대학생들의 요청을 받아들여 총선을 관리할 과도 정부의 최고 고문을 맡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유누스는 방글라데시의 빈곤 퇴치 운동가로 빈곤층 무담보 소액 대출을 위해 그라민은행을 설립한 공로로 2006년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유누스는 “젊은이들이 총탄에 맞섰고, 부모와 친구들이 동참했으며 그 규모가 전국적으로 수천만 명에 달해 혁명으로 이어졌다는 사실에 놀랐다”고 평가했다. 그는 해외로 도피한 셰이크 하시나 총리에 대해 “항상 그랬던 것처럼 폭력과 권위주의로 행동했다”며 “시위 지도자들을 구타하고 투옥해 학생들을 낙담시키고 분열시키려는 정부의 일반적인 전술이 이번엔 통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대학생 시위로 하시나 총리가 사퇴한 것은 혁명의 끝이 아닌 시작이라고 평가하고, “우리는 상황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방글라데시에서는 지난 6월 다카 고등법원이 독립유공자 자녀 공직 할당제 부활을 결정하면서 대학생들의 반정부 시위가 촉발됐다. 이 과정에서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해 지금까지 300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하시나 총리는 반정부 시위가 격화해 많은 사상자가 나오자 전날 총리직을 사퇴하고 인도로 도피했다.
방글라데시 현지 매체 등에 따르면 모함메드 샤하부딘 방글라데시 대통령은 전날 군부, 야당 지도자들과 긴급회의를 연 뒤 즉각 과도정부를 구성하기로 했다. 또 야당 핵심 지도자 칼레다 지아(78) 전 총리뿐만 아니라 이번 시위 과정에서 체포된 이들 전원도 석방하기로 했다. 내각책임제를 채택하고 있는 방글라데시에서는 총리가 실질적 권한을 갖는다. 대통령은 평상시 상징적 임무를 수행하지만, 비상시에는 국가원수로서 국정을 주도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