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최저임금 결정 체계 수술하고 업종별 차등화 도입하라

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170원 오른 시간급 1만 30원으로 고시된 가운데 정부 및 서울시의 외국인 가사관리사 서비스 시범 사업에 지원한 필리핀인 100명이 6일 국내에 입국했다. 현행 최저임금 제도에 따르면 필리핀 가사관리사들이 하루 8시간씩 근무할 경우 각 가정이 부담할 비용은 월 238만 원가량에 이른다. 정부가 가사도우미·간병인 등 돌봄서비스 업종에 외국인 고용을 도입하기로 한 만큼 우리 국민들이 저렴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화를 추진해야 한다. 싱가포르와 홍콩 등에서는 외국인 가사도우미를 우리 최저임금보다 훨씬 낮은 시간당 1721~2797원에 고용하고 있다. 한국은행도 올해 보고서에서 외국인 고용허가제 대상 업종에 최저임금을 낮게 적용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하지만 현재의 최저임금 결정 체계로는 이 같은 합리적 방식을 도입하기 어렵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지난달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 적용안을 부결시켰다. 최저임금위는 매번 강성 노동계에 휘둘리다가 주먹구구식 흥정으로 결론을 내리는 경우가 허다했다. 근로자·사용자·공익위원이 각각 9명 참여해 심의하는 방식으로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현행 구조는 1988년부터 도입됐지만 노사 합의로 의결된 사례는 매우 적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5일 “최저임금 제도 개선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말했다. 우리의 최저임금은 이미 올해 시간급 9860원으로 일본의 1004엔(약 9545원)을 넘어섰다. 이 정도 됐으면 노동계의 주장에 끌려갈 게 아니라 최저임금 과속 인상으로 몰락 위기에 처한 영세 소상공인들의 호소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최저임금법에 근거 규정이 있는 최저임금의 업종별 차등 적용을 더는 미룰 수 없다. 또 최저임금 결정 체계를 대폭 수술해야 한다. 노사 간 힘겨루기에 의해 결정되는 현행 최저임금 결정 방식에서 탈피해 객관적 경제지표를 토대로 과학적 결정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독일은 노사와 전문가로 구성된 위원회가 월별 임금지표에 기반해 2년마다 최저임금을 결정한다. 우리도 해외 선진국들의 사례들을 참고해 합리적인 최저임금 결정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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