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6일 상급종합병원의 구조를 전문인력 중심의 중증환자 전문으로 전환하기 위한 정책적 방향을 공개했다. 이를 위해 중증 환자 비중을 2027년까지 60%로 끌어올리고 전공의 근로 의존도를 20%까지 줄이기로 했다. 진료 협력의 중추로 세우기 위해 진료협력병원이 요청한 환자를 가장 먼저 진료받게 하는 ‘전문 의뢰·회송 시스템’도 도입한다. 다만 경영난을 겪고 있는 대형병원들의 참여를 끌어내기 위해 정교하게 보상체계를 수립하는 등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의대정원 증원에 반발해 떠난 전공의들이 전문의 시험에 응시를 거부하고 일부 의대교수들이 이탈하는 등 전문의 배출에 차질이 불가피한 점은 풀어야 할 숙제로 꼽힌다.
정경실 보건복지부 의료개혁추진단장은 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의료 개혁 추진 상황 브리핑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상급종합병원의 구조 전환 방향을 설명했다. 정부는 다음 달부터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시범사업을 추진해 전체 47개 상급종합병원 중 먼저 준비된 곳부터 지원할 계획이다. 정 단장은 “3년의 시간을 두고 평균 50% 수준인 중증 환자 비중을 60%까지 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또 2027년 제6기 상급종합병원을 지정할 때 중증 기준인 ‘전문진료질병군 입원환자’ 비중 하한선을 현재 34%에서 적정한 수준까지 올리기로 했다. 중증 환자 적용 기준은 의료계의 개선 요구를 반영해 보완하기로 했다.
지역의료 역량을 끌어올리는 진료협력 중추병원으로서의 역할도 강화하기로 했다. 상급종합병원과 진료협력병원이 보다 적극적으로 환자를 의뢰·회송하는 전문 의뢰·회송 시스템을 도입하고 특히 환자가 증상 변화 시 언제든 상급종합병원에서 최우선 진료를 받도록 패스트트랙을 구축할 계획이다. 진료협력병원 간 전자의무기록(EMR) 연계를 통해 환자의 진료 정보 사진과 영상을 쉽게 전송·공유할 수 있도록 해 두 번 검사받게 하는 일도 방지할 계획이다.
정부는 또 전문의, 진료지원(PA) 간호사 등 전문인력 중심 병원 전환 방향도 재확인했다. 현재의 높은 전공의 의존은 수련 체계 개편을 통해 낮춘다는 계획이다. 정 단장은 “전공의의 70%가 상급종합병원에서 근무하는데 다양한 임상 경험을 할 수 있는 다기관 협력 수련 체계를 단계적으로 도입해 평균 약 40%인 전공의 근로 의존도를 20% 이하로 줄일 것”이라고 말했다. 의료 수가 보상 구조도 차질 없이 개편할 방침이다. 중증 입원과 수술에 대한 보상을 강화하고 응급 진료에 드는 대기시간 등의 노력에도 충분히 보상하기로 했다.
다만 전공의 이탈에 따른 전문의 배출 차질, 의대 교수들의 이탈 속에 구조 전환이 잘 될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정 단장은 “상급종합병원의 급격한 진료량 감소에 따른 병원 운영 어려움, 여전히 많은 비중증 진료, 갑작스러운 전공의 공백에 따른 현장 인력 소진은 시급한 문제”라면서도“이 부분을 보완하기 위한 게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지원사업”이라고 강조했다. 경영난에 경증 환자를 대폭 줄이기 어려운 상급종합병원들의 사정도 변수다. 정 단장은 “병원들이 내부 의사 타진 단계”라며 “구체적 수치를 보고 결정하겠다는 의견이 많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