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유통·투약으로 논란이 된 대학 연합동아리가 ‘자차 8대 보유’, ‘고급 호텔 회원권 다수 보유’ 등 재력을 내세워 회원들을 현혹했던 정황이 파악된 가운데, 회장 A씨가 과시했던 2억 원짜리 외제차는 6000만 원이 안되는 가격에 구입한 중고차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중고차 구매 이후 판매자가 불법 튜닝 사실을 고지하지 않았다는 점을 문제삼아 소송전을 벌여 300만 원 손해배상을 받아내기도 했다.
7일 서울경제신문이 입수한 판결문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 제2민사부는 지난 2021년 6월 24일 피고인 중고차 판매자 B씨에게 원고 A씨를 상대로 300만 원 및 지연이자금을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A씨는 2019년 5월 23일 B씨로부터 BMW i8 2015년형을 6000만 원에 구매하는 계약을 맺고 명의이전 절차를 완료했다. 다만 저당권 설정이 계약 다음날인 5월 24일자로 해제되는 점을 고려해 계약 당일에는 3000만 원만 선지급했다. ‘기본적인 성능점검이 마쳐진 차로 한 달 내에 주행에 큰 지장이 있는 성능문제가 발생 시 계약은 무효로 한다’는 특약 조항도 넣었다.
A씨는 계약 당일 차량을 인도받은 직후 차량을 운행하는 과정에서 엔진경고등에 표시가 들어와 이를 피고에게 알렸다. A씨는 이를 빌미로 계약대금을 150만 원 깎는 데 성공했고 익일 오전 저당권이 해제된 사실을 확인한 후 B씨에게 잔금 2850만 원을 보냈다.
다만 B씨는 계약일 이후로는 차량에 엔진경고등이 더 이상 표시되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하고 불만을 품었다. B씨는 A씨에게 차량 배기통이 불법으로 튜닝됐다는 사실을 알리며 돈을 더 주지 않을 경우 순정 배기통과 차키를 주지 않겠다는 취지로 말했다. 순정 배기통으로 교체하지 않으면 대행업체를 통하지 않을 시 자동차 정기검사를 정상적으로 통과할 수 없고, 검사 없이 주행할 경우 과태료를 부과받게 된다.
이에 A씨는 2019년 7월 남부지법에 B씨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B씨가 차량등록증을 위조해 불법튜닝 사실을 숨겼다며 불완전이행·매도인 담보책임에 따른 1500만 원 손해배상을 주위적, 계약의 특약에 따른 무효·해제 또는 사기·착오에 따른 7850만 원 손해배상을 예비적으로 청구했다. 아울러 기망, 협박 등 혐의로 형사고소도 했지만 검찰 단계에서 불기소 처리됐다.
1심 재판부는 “피고가 차량등록증 등을 위조했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고, 150만 원을 감액한 이상 특약상 무효를 주장할 수 없다”며 A씨 청구를 모두 기각했지만 2심에선 B씨가 A씨에게 300만 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2심 재판부는 계약서상 차량 계약일 이전에 발생한 행정상 하자에 대해선 피고가 책임지도록 돼 있는데도 B씨가 불법튜닝 사실을 고지하지 않았다는 점을 B씨의 책임으로 인정했다. B씨는 A씨가 계약 당시에도 불법튜닝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A씨가 차량이 튜닝됐단 사실 자체는 계약 당시 알고 있었지만 불법인 점은 몰랐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외에도 A씨는 월세로 계약했던 서울 구로구 소재 동아리 아지트를 자가인마냥 포장하는 등 소위 ‘허세’가 심한 모습이었다. 엑스(구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집단 성행위를 알선할 때도 ‘(자신과 파트너는) 집안도 대학도 좋다, 외모도 최상이다’, ‘현생에서는 엘리트니 수준 떨어지는 분들은 연락하지 말아달라’며 본인이 상류층임을 강조했다.
2021년에는 대형 마트에서 스피커, 유명 브랜드 여행가방 등 36만 원어치를 훔치고 서울 강남구 고급 호텔 창고에서 263만 원 상당의 와인과 샴페인 등 주류 34병을 절취한 혐의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기도 했다.
서울경제신문과 접촉한 제보자 C씨는 “주변에 잘사는 형들과는 다르게 A씨는 실제로는 돈도 잘 안썼다”며 “동아리 모임 때 차를 끌고 다니는데 대리비가 아까워서인지 술도 잘 마시지 않았다”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