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평화상 수상자 유누스, 방글라데시 과도정부 맡는다

최고 고문으로 결정…혼란 수습·총선 관리 ‘중책’

무함마드 유누스. EPA연합뉴스


빈민층 무담보 소액 대출 운동으로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무함마드 유누스(84)가 방글라데시 과도정부 수장을 맡게 됐다. 격렬한 반정부 시위와 총리 사퇴 등으로 극도로 혼란스러워진 방글라데시를 조속히 안정시켜야 할 임무를 맡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모함메드 샤하부딘 방글라데시 대통령은 유누스를 과도정부 최고 고문으로 결정했다고 7일(현지 시간) 밝혔다. 군부, 반정부 시위 대학생 지도자, 시민단체 대표 등과 논의한 끝에 내린 결정이라는 설명이다. 유누스는 “대학생들이 어려운 시기에 나서달라는 요청을 어찌 거절할 수 있느냐”며 수락 의사를 밝혔다. 현재 신병 치료를 위해 프랑스 파리에 머물고 있는 그는 이른 시일 내 귀국행 비행기에 오를 것으로 알려졌다.


빈곤 퇴치 운동가인 그는 2006년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빈곤층에게 무담보 소액 대출을 해주는 그라민은행을 설립한 공로를 인정받으면서 노벨상 수상자로 이름을 올리게 된 것이다. 특히 이번 시위로 인도로 도피한 방글라데시의 전 총리 셰이크 하시나의 오랜 정적으로 꼽힌다. 블룸버그는 “유누스는 방글라데시의 가장 유명한 인물 중 한 명”이라면서 “서방 엘리트들에게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소개했다.


방글라데시의 정치적 혼란은 올 6월 다카 고등법원이 독립유공자 자녀 공직 할당제 부활을 결정하면서 촉발됐다. 공직 출신은 고임금 혜택을 누리는 데다 직업 안정성이 높은 직종으로 꼽히는데 해당 제도가 본격 도입되면 빈부 격차가 더 커질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특히 경기 침체로 구직난에 시달리던 젊은이들의 분노를 키우면서 시위가 격화했다. 방글라데시 곳곳에서 시위대와 경찰의 충돌이 벌어졌으며 400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하시나 총리는 5일 총리직을 버리고 인도로 도피했고 과도정부가 구성됐다.


유누스의 첫 번째 임무는 공정한 총선 관리다. 샤하부딘 대통령은 의회를 해산하고 총선 준비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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