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밀 유출 이어 내부 맞고소전…정보기관 기강 다잡아야

국내 정보기관들에서 기밀 유출, 내부 맞고소전 등 기강 해이 사태가 잇따라 벌어지고 있다. 그로 인해 해외 비밀요원 명단 등 중요 정보가 줄줄 새어나가는데도 제대로 대책을 마련하지 못했다. 대북·군사 정보 최전선에 있는 국군정보사령부에서는 최근 심각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정보사령부의 여단장 A 준장이 정보사령관 B 소장에게 상관 모욕 등을 한 혐의로 수사를 받고 A 준장이 반발해 상호 소송전을 벌이는 과정에서 정보사의 비밀 사무소 위치와 공작 방식·암호명이 외부에 드러났다. 정보사 출신 군무원 C 씨도 올해 신분을 위장해 정보활동을 하는 군의 블랙요원 신상 정보를 비롯해 2~3급 기밀을 조선족에 유출한 혐의로 구속돼 수사를 받고 있다. 그 여파로 군의 블랙요원들이 해외 활동을 멈추고 급히 귀국하게 됐다.


미국에서는 우리 국가정보원 요원이 과거 정부 때부터 주미 대사관 번호판을 단 차량을 타고 다니는 등 허술하게 활동하다가 연방수사국(FBI)의 수사·감시망에 걸렸다. 그 결과 해당 요원과 접촉했던 대북 전문가인 수미 테리 미국외교협회 선임연구원이 외국대리인등록법 위반 혐의로 현지 검찰에 기소됐다. 우리의 대외 인적 정보망이 위축될 상황에 처한 것이다. 국정원은 정권 교체기마다 인사 파동을 겪고 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에도 김규현 전 국정원장 당시에 고위 간부들 간의 갈등설이 불거져 외부에 고스란히 노출되기도 했다.


국정원과 정보사는 해외·북한 관련 첩보를 수집하고 방첩 활동을 벌이는 국가 안보의 핵심 기둥들이다. 이런 기관들이 일부 관계자들의 허술한 정보 보안, 안이한 직업의식, 내부 알력으로 흔들리는 것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 신냉전과 글로벌 경제 패권 전쟁 속에서 국제 정세가 요동치고 북한이 잇단 도발을 시도하고 있는데 정보기관들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면 안보 태세가 흐트러진다. 정부와 군은 시급히 정보기관의 무너진 기강을 다잡고 정보 관리 시스템을 정비해야 한다. 유사한 기강 해이 사태가 재발되지 않도록 하려면 기밀 유출에 대해 엄중하게 처벌하고 간첩죄 적용 범위를 기존의 ‘적국’에서 ‘외국 또는 외국인 단체’로 확대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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