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합병 막겠다는 이복현…"부족하면 횟수 제한없이 정정 요구"

자산운용사 CEO 간담회
3개월 간 밸류업 참여 6곳
“대표 기업, 적극 참여해달라”
운용사들 금투세 폐지 한 목소리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금융감독원장-자산운용사 CEO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이 8일 두산의 합병 관련 증권신고서에 대해 “부족한 것이 있다면 횟수에 제한을 두지 않고 지속적으로 정정 요구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두산그룹이 지배구조 재편 과정에서 계열사 간 합병비율을 놓고 소액주주 이익을 침해했다는 논란에 당국이 적극적인 태도로 임할 것을 시사한 셈이다.


이날 이 원장은 국내외 23개 자산운용사 최고경영자(CEO)와의 간담회에서 “정부의 밸류업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지배주주 이익만을 우선시하는 기업경영 사례가 반복 발생해 안타깝다”며 이같이 밝혔다. 불공정한 합병비율 등으로 밸류업에 역행한다는 두산을 겨냥한 셈이다. 특히 이 원장은 “정부 등의 진정성 있는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로 근절돼야 할 ‘그릇된 관행’”이라며 날을 세웠다.


최근 두산그룹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대주주인 ㈜두산 지분이 14%에서 42%로 크게 확대되는 반면 두산에너빌리티나 두산밥캣 주주들은 손실이 발생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에 금감원은 두산이 제출한 합병 등 증권신고서에 대해 정정을 요구했고, 두산그룹 측은 6일 계열사 간 합병으로 인한 시너지 효과 등 관련 내용을 새롭게 작성해 다시 제출한 상태다. 이에 이 원장은 “구조 개편 효과, 의사 결정 과정, 이로 인한 위험 등이 충분히 기재됐는지 서두르지 않고 살펴보겠다”며 “현재 검토 중이라 단정할 수는 없으나 부족한 것이 있다면 횟수에 제한을 두지 않고 지속적으로 정정 요구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원장은 “정부가 소액주주의 이익을 보호하면서도 기업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으나 일부 정치권에서는 지나치게 규제적인 방법까지 논의 중인 상황”이라며 “기업들이 경각심을 갖지 않으면 정부가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흐를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날 이 원장은 상장기업의 CEO 및 대주주에 대해 “거래소 중심으로 진행되는 밸류업 자율 공시와 관련해 산업을 대표하는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정부 당국이 규제보다는 세제 혜택과 함께 자율적인 방식으로 자본시장 선진화를 추진하고 있는 만큼 적극 동참해달라는 것이다.


밸류업 공시가 시작된 5월 말 이후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낸 기업은 키움증권(039490)·에프앤가이드(064850)·콜마홀딩스(024720)·메리츠금융지주(138040)·우리금융지주(316140)·신한지주(055550) 등 6곳에 불과하다. 국내 상장사(2707개사)의 0.22% 수준이다. 시가총액 상위 기업인 삼성전자·SK하이닉스·LG에너지솔루션·현대차 등은 예고 공시도 내놓지 않은 상태다. 이 원장은 “국내외 투자자들은 의사 결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대주주 차원에서 소통이 부족하다는 불만을 갖고 있다”며 “CEO나 대주주들이 주주 간 소통을 더 원활하게 해달라”고 말했다.


이날 자산운용사 CEO들은 금투세 폐지에 한목소리를 냈다. 먼저 원천징수 방식 채택으로 발생하는 기술 문제부터 금융 상품에 투자해서 얻은 이익을 은행 이자나 배당과 같은 성격으로 취급하는 것이 맞지 않다는 근본적인 문제까지 제기했다. 직접투자에 대한 세율이 20%인데 펀드를 통한 투자는 50% 안팎의 세율을 부과하는 것은 장기·간접투자 장려에 역행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금투세가 도입되면 사모펀드를 통한 국내주식 자본 차익에 대한 과세 부담 증가로 사모펀드 시장의 환매 대란이 우려된다”고 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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