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공회전' 세운4구역, 더 높게 개발계획 다시 짠다…종묘 이슈는 변수

"서울시 녹지생태도심 전략 활용하자"
SH, 용적률 1000% 안팎 상향 추진
토지 소유주들에 변경 동의서 받아
국가유산청의 '종묘' 판단 지켜봐야

사진 설명


서울 중구 세운재정비촉진지구에서 가장 먼저 재개발을 시작한 뒤 20년 넘게 공회전하고 있는 세운4구역이 용적률과 건물 높이 상향을 추진한다. 녹지를 늘리면 고층 개발 인센티브를 주는 오세훈 시장의 ‘녹지생태도심’ 전략에 따라 세운지구 내 다른 구역들이 1000~1500%의 높은 용적률을 활용할 수 있게 된 만큼 4구역도 동일한 기준을 적용 받아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인근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종묘가 자리해 이 같은 용적률 등의 상향이 순조롭게 이뤄질 지 주목된다.


8일 개발 업계에 따르면 세운4구역 개발의 시행을 맡은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는 현재 세운4구역의 토지 등 소유자들에게 정비계획 변경에 대한 동의서를 받고 있다. 세운4구역은 용적률 660%, 지상 15~20층, 높이 54~71m, 연면적 31만 2000㎡ 규모의 판매·업무 시설 등을 짓는 내용의 계획이 수립된 상태다. SH공사는 용적률을 1000% 안팎으로 상향해 건축 규모를 대폭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서는 약 140명인 토지 등 소유자의 동의를 얻은 후 서울시에 입안해 관계 기관의 협의를 거쳐 세운지구 개발의 지침 역할을 하는 재정비 촉진계획을 변경하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


세운4구역은 2004년에 정비구역으로 지정되며 세운지구 정비의 첫발을 뗐지만 속도는 느리다. 북측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종묘가 있어 문화재청(현 국가유산청)의 심의가 5년(2009~2014년)간 진행되면서 2018년에야 사업시행인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당초 세운4구역은 높이 122m의 건물을 지을 계획이었지만 무려 열두 차례의 문화재 심의 끝에 높이 규정이 결국 종로변(종묘 근처)은 52.6m, 최고 71.9m로 정해졌다. 이후 개발 사업의 ‘9부 능선’이라 불리는 관리처분인가를 받아 이주 및 철거까지 완료하고 시공사도 코오롱글로벌을 선정했지만 매장 문화재 조사를 하느라 아직도 첫 삽을 뜨지 못했다.


난항 끝에 착공을 앞두고 있는 세운4구역이 정비 계획을 다시 수립하기로 한 것은 토지 등 소유자가 세운4구역의 사업성 개선을 위해 여타 구역들처럼 높은 용적률을 적용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의 녹지생태도심 전략에 따라 지난해부터 세운지구 재정비 촉진계획이 변경되면서 세운지구 내 재정비촉진구역들은 기반시설과 공개 공지를 많이 제공하면 높이와 용적률이 대폭 완화된다.


일례로 용도지역이 일반상업지역으로 세운4구역과 같은 세운 6-4-22·23구역은 용적률 1163.9%, 높이 167m에 달하는 건축을 추진하고 있다. 반면 세운4구역은 이미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상태였기 때문에 이번 촉진계획 변경 대상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SH공사의 한 관계자는 “세운지구가 개방형 녹지를 많이 확보하려는 취지에서 촉진계획이 변경됐는데 세운4구역도 다른 구역과 동일하게 일관성 있는 계획을 가져가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운4구역이 고층 개발을 할 수 있을지 여부는 이번에도 국가유산청에 달려 있다. 세운4구역은 건축행위 시 국가유산청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은 아니지만 세계문화유산인 종묘 때문에 국제적인 규제를 받아야 한다. 개발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가유산청에 판단에 따라 세운4구역의 용적률 상향 등이 결정되는 만큼 아직 개발 계획에 대한 변화 가능성이 큰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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