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제국 시기 자주 외교 거점이자 한미 우호 관계의 요람이었던 주미대한제국공사관이 미국의 ‘국가유산’으로 지정돼 그 역사적 가치를 공식 인정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공사관은 대한제국 정부가 최초로 서양국가에 설치한 외교공관이다.
8일 국가유산청 등에 따르면 미국 국립공원관리청(NPS)은 이날 워싱턴DC의 주미대한제국공사관을 국립사적지(NRHP·National Register of Historic Places)로 지정하는 방안에 대해 오는 22일까지 의견을 수렴한다고 관보를 통해 밝혔다.
국립사적지는 한국의 국가유산(문화유산·옛 문화재)과 유사한 제도로 미국 정부는 보존할 역사적 가치가 우수한 건물, 구조물, 장소 등을 국립사적지로 법으로 지정한다.
워싱턴DC는 지정 추천서에서 “한국이 미국에 설치한 첫 상시 외교 공관인 공사관은 한국의 근대국가 설립 노력과 관련돼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또한 “건물 원형이 잘 보존됐다”면서 “한국 국가유산청(옛 문화재청)이 2015년부터 3년간 진행된 대규모 복원 공사를 통해 공사관 운영 당시의 역사적 모습과 분위기를 되살렸다”고 평가했다.
미국 국립공원관리청이 공개한 국립사적지 명단을 보면 한국과 관련해 지정된 곳은 워싱턴DC의 한국전쟁 참전용사 기념비가 유일하다. 다만 이곳은 한국전쟁에 참전한 미군의 역사를 기리는 의미가 크며, 한국 정부가 소유하고 한국의 역사가 주체인 장소가 지정된 경우는 아직 없다고 주미대한제국공사관 관계자는 설명했다.
백악관에서 1.5㎞ 거리에 있는 공사관은 1877년 빅토리아 양식으로 지은 지하 1층, 지상 3층 건물로 19세기 워싱턴DC에 있었던 외교공관 중 원형을 간직한 유일한 건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