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파리 올림픽에서 메달 보다 빛난 상대방에 대한 배려를 보여준 선수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 실력도 빼어나지만 승자에 대한 예우, 패자에 대한 배려, 동료에 대한 우정을 보여줘 진정한 올림픽 정신이 무엇인지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태권도 '종주국'의 자존심을 살린 박태준 선수는 금메달을 딴 뒤 상대 선수인 마고메도프를 챙겼다. 시상대 세레머니에 앞서 마고메도프에게 다가가 위로를 건넸다. 시상식도 그를 부축하며 등장했다. 메달 수여식이 끝난 뒤에도 마고메도프를 부축하며 시상대를 내려갔다.
박태준은 8일(한국시각) 프랑스 파리의 그랑 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태권도 남자 58㎏급 결승에서 가심 마고메도프(아제르바이잔)에게 기권승을 따냈다.
1라운드 도중 박태준과 마고메도프의 정강이가 서로 부딪혔다. 이후 마고메도프는 고통을 호소하며 정상적인 플레이를 하지 못했고, 결국 기권을 선언했다.
일각에서는 쓰러지기 직전의 마고메도프를 향해 박태준이 공격을 한 것을 두고 항의하는 댓글도 있었지만 이는 태권도 규칙을 제대로 알지 못했기에 일어난 일이다.
경기 종료 후 인터뷰에서 박태준은 "심판이 '갈려'를 하고 나서 발로 차는 건 반칙이고 비매너다. 그전까지는 발이 나가는 게 정해진 규칙 안에 있다"고 명확하게 설명했다.
이어 "경기는 상대가 포기하거나 그만하기 전까지 최선을 다하는 게 상대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해 끝까지 최선을 다했다"고 덧붙였다.
우상혁(28·용인시청)의 강력한 경쟁자로 꼽히는 무타즈 에사 바르심(카타르)이 파리 올림픽 남자 높이뛰기 예선 경기 중 쥐(국소성 근육 경련)가 나는 부상을 겪어 고통을 호소했다.
이 광경을 본 또 다른 우승후보 장마르코 템베리(이탈리아)가 한달음에 달려와 바르심을 챙기는 모습이 포착됐다.
7일(한국시간) 펼쳐진 예선에서 우승후보인 바르심은 2m27 1차 시기 도움닫기 도중 종아리 부위에 근육 경련을 겪어 주저 앉고 말았다. 이내 그의 라이벌이자 절친인 템베리는 주저않고 바르심에게 달려가 그를 챙기며 훈훈한 스포츠맨십을 보여줬다.
MBC뉴스 영상을 보면 템베리는 바르심의 종아리를 어루만지며 진심으로 걱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영상을 접한 누리꾼들은 “바로 뛰어가는 템베리 찐우정이네”, “진정한 스포츠는 저런 거다”라는 등의 반응을 남겼다.
미국 여자 기계체조의 ‘전설’ 시몬 바일스(27)가 시상식에서 남다른 품격을 보여주었다.
자신을 제치고 마루운동 금메달을 딴 선수에게 무릎을 꿇고 존경심을 표한 바일스의 세리머니가 눈길을 끌었다.
바일스는 6일 베르시 경기장에서 열린 마루운동 대회 결선에서 14.133점의 기록으로 은메달에 그쳤다. 0.033점의 차이로 금메달을 차지한 레베카 안드리드(25·브라질)가 시상대 가운데서 양팔을 들어 올리며 승리를 만끽하자, 바일스는 동메달을 받은 조던 차일스(23·미국)와 함께 우승자를 향해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뻗어 보이는 퍼포먼스를 보였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팀 동료인 차일스가 먼저 이같은 퍼포먼스를 제안했고 바일스가 동의했다고 한다. 바일스는 안드리드에 대해 "리베카는 정말 대단하고 여왕 같다"며 "리베카는 보는 것이 너무 흥분됐고 모든 팬이 그녀를 응원했다"고 말했다.
바일스는 "흑인 선수가 모두 시상대에 올랐다는 게 엄청나게 즐거웠다"고도 덧붙였다. 역대 올림픽 체조 종목에서 1~3위를 모두 흑인 선수가 차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