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동성 장세가 이어지면서 증권가 투자은행(IB) 본부의 하반기 실적 고민이 깊어졌다. 특히 유상증자와 메자닌 발행을 계획하던 기업들이 관망세로 돌아서며 IB 본부 내에는 채권 등 대체 먹거리 찾기 움직임이 분주하다. 유상증자·메자닌 발행은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증시 상승세를 타고 주식자본시장(ECM) 부문의 수익을 책임진 주역이었다.
9일 IB 업계에 따르면 이달 5일 ‘아시아 증시 블랙 먼데이’ 이후 주요 증권사 IB 본부는 하반기 영업 계획 수정에 나섰다. 구체적으로 ECM 부문의 실적 전망치를 낮추고 대체 먹거리 찾기에 분주한 분위기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국 대선을 앞두고 9월께 증시 변동성이 커진다는 것은 익히 알던 사실이었다”면서도 “예상보다 이른 시기에 큰 폭의 조정이 찾아오면서 하반기 ECM 시장의 실적이 기대치를 밑돌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메자닌은 채권과 주식의 중간 단계에 있는 전환사채(CB)·신주인수권부사채(BW)·교환사채(EB) 등을 일컫는다. 메자닌은 상장사들이 자금을 조달할 때 가장 많이 선택하는 수단이다. 비우량 신용등급을 보유해 회사채 발행이 어려운 기업도 메자닌을 활용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증시 호황기에 유상증자·메자닌 발행을 적극 고려한다. 시장의 높은 참여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까지만해도 증권사들은 하반기에도 증시 호조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자금 수요가 있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유상증자·메자닌 발행을 적극 제안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통상 유상증자·메자닌 발행은 상장주식 수가 늘어나 기존 주주의 이익 침해 요인으로 꼽혀 주가 하락 요인으로 작동한다.
실제 2022년 하반기 이후 유상증자 조달액과 메자닌 발행액은 우상향하고 있었다. 증시가 저점을 찍고 반등한 시기와 겹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2년 하반기만 해도 1조 3800억 원이던 유상증자 조달액은 이듬해인 2023년 하반기 5조 2518억 원, 올 상반기 4조 3131억 원으로 반기 기준 3조 원 넘게 늘어났다. 올 상반기 메자닌 발행액은 3조 5662억 원으로 지난해 상반기(2조 9308억 원) 대비 5859억 원 증가했다.
증권사들은 채권발행시장(DCM) 부문에서 추가 실적을 내는 방안을 우선 고려하고 있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안정적 수익을 쫓는 자금이 증시에서 채권으로 움직이는 데다 9월부터 미국이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에 단기 시세차익을 노리는 수요까지 몰리고 있다”며 “회사채 발행 주관사를 따내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