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8500만 인도인 홀린 밸런스히어로, 국내증시 상장한다

주관사에 미래에셋·하나證 선정
IPO 본격추진…이르면 내년 입성
소액대출로 3년새 印매출 10배
"韓상장 발판 동남아까지 진출"

밸런스히어로가 운영하는 ‘트루밸런스’의 모바일 어플리케이션 실행 화면. 사진 제공=밸런스히어로

인도에서 8500만 명 이상이 사용하는 금융 플랫폼 ‘트루밸런스’를 운영하는 밸런스히어로가 상장 주관사단 구성을 마치고 기업공개(IPO)를 본격 추진한다. 인도 모바일 대출 시장의 폭발적 성장이 전망되는 가운데 밸런스히어로는 국내 증시 상장을 발판으로 인도 대표 핀테크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계획이다.


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밸런스히어로는 미래에셋증권(006800)과 하나증권을 각각 상장 대표 주관사와 공동 주관사로 선정했다. 증시 입성 목표 시기는 이르면 내년이다. 밸런스히어로는 인도 증시에 상장하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회사가 향후 동남아시아 시장 진출도 계획하고 있다는 점, 주요 재무적투자자(FI)들이 모두 한국 기업이라는 점 등을 고려해 보다 선진 시장인 국내 증시에 상장을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로서는 코스피 시장과 코스닥 시장 상장 가능성을 모두 열어뒀다.


밸런스히어로는 이철원 대표가 2014년 설립한 핀테크 스타트업이다. 밸런스히어로는 원래 스마트폰의 데이터 및 통화량을 확인할 수 있게 하는 서비스로 출발했다. 이 대표는 2000년대 초반부터 인도 현지에서 SK텔레콤 자회사인 와이더댄을 통해 통신사 부가 서비스 사업을 담당하며 인도 모바일 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높았다. 이 대표는 인도 스마트폰 사용자의 약 90% 이상이 선불제 통신 요금을 사용하는데 중간에 서비스가 끊기지 않기 위해 수시로 ‘밸런스(잔액)’를 확인해야 하는 수요가 높다는 점을 주목했다. 밸런스히어로가 2016년 개발한 애플리케이션 ‘트루밸런스’는 선불제 통신료, 공과금 결제 등 서비스를 제공하며 이용자 수를 크게 늘렸다.





트루밸런스를 이용하는 고객 데이터가 충분히 모이자 밸런스히어로는 2019년 자체 개발한 대안신용평가(ACSS) 시스템에 기반한 소액 신용대출 서비스를 출시했다. 월 소득이 30만~80만 원인 20~35세의 인구를 대상으로 평균 약 20만 원의 금액을 약 3~6개월(이자율 연평균 5~6%) 동안 빌려주는 방식이다.


대부업 이미지가 부정적인 국내와 달리 인도와 같은 신흥국은 은행 계좌조차 없는 금융 소외 계층이 많아 생활 금융 플랫폼을 통한 소액 대출 수요가 높다. 인도 금융 서비스 업체 IIFL은 인도 디지털 대출 시장 규모가 2021년 382억 달러(52조 666억 원)에서 2030년 5150억 달러(702조 1510억 원)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여기에 인도 내 스마트폰 사용자가 급격하게 늘면서 트루밸런스와 같은 핀테크 기업의 성장성이 크게 확대됐다. 글로벌 데이터 업체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2016년 23%에 불과했던 인도 스마트폰 보급률은 2022년 66.2%로 3배 가까이 뛰었고 2030년 89.2%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호적 사업 환경에 힘입어 밸런스히어로는 2021년 인도 핀테크 업체 중 처음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고 지난해 매출 845억 원, 영업이익 160억 원을 각각 기록했다. 현재 트루밸런스 이용자 수는 약 8500만 명에 달한다. 올 상반기에도 매출 667억 원으로 사상 최대 매출을 달성했다. 영업이익은 170억 원으로 이미 지난해 실적을 초과했다.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매출 성장률은 약 904%다. 회사는 하반기부터 보험 등 금융 상품을 추가적으로 출시해 사업을 확장하겠다는 계획이다.


국내 투자 업계도 밸런스히어로의 높은 성장 잠재력에 주목해왔다. 2020년 네이버·IMM인베스트먼트·SBVA(옛 소프트뱅크벤처스) 등이 300억 원 규모의 투자 라운드에 참여했다. 당시 장병규 크래프톤(259960) 의장도 투자자 명단에 이름을 올려 주목을 받았다. 장 의장은 밸런스히어로의 등기이사를 맡고 있기도 하다. 회사는 지난해 8월에도 300억 원 규모 투자를 유치하며 약 2700억 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밸런스히어로가 자회사인 인도 법인을 통해 매출을 100% 창출하다 보니 사실상 해외 기업에 가까워 IPO 과정에서 심사 당국과 국내 투자자 설득 난이도가 높다는 점은 과제다. 회사가 국내 증권사 중 가장 적극적으로 인도 시장에 진출하고 있는 미래에셋증권과 해외 기업 IPO에 경쟁력이 높은 하나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한 것도 이 같은 고심의 결과로 전해졌다. 특히 미래에셋증권은 연내 인도 9위 증권사인 쉐어칸 증권 인수를 마무리할 예정으로 현지 사업 환경에 정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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