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료 인상이나 재정 투입 없이 현행 국민연금 제도를 유지하려면 앞으로 연평균 8%대의 운용 수익률을 올려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연금연구원이 9일 발간한 ‘국민연금 재정 안정화를 위한 기금의 역할’ 보고서에 따르면 현행 보험료율(9%)을 유지한 채 2093년까지 기금 ‘적립배율(지출 대비 적립금 규모)’ 1배를 지탱하기 위한 필요 수익률은 8.21%였다. 과거 평균 수익률과 향후 5년간 목표 수익률이 각각 5.92%, 5.4%인 점을 감안하면 거의 달성하기 불가능한 수준이다. 21대 국회 말 여야 합의대로 보험료율을 13%로 인상해도 적립배율 1배를 유지하기 위한 필요 수익률은 6.6%에 이르렀다.
우리나라의 현재 보험료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18.2%)의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 기존 가입자들이 낸 보험료보다 과도하게 돈을 받아 가고 부담은 미래 세대에 전가하면서 ‘세대 착취’라는 말까지 나온다. 지금 추세라면 2041년 국민연금이 적자로 전환되고 2055년에는 기금이 소진된다. 더불어민주당 주장대로 소득대체율을 40%에서 45%로 올릴 경우 보험료율을 13%로 인상해도 고갈 시점이 8년 늦춰질 뿐이다.
여야 원내대표는 연금 개혁 방안을 논의하자면서도 입씨름만 거듭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여야정 협의체에서 모수 개혁과 구조 개혁 방안을 동시에 마련하자는 입장이다. 반면 민주당은 정부가 개혁안을 제시한 뒤 별도의 국회 특별위원회나 윤석열 대통령,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 간의 양자 회담에서 협상으로 풀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런 사이 연금 개혁이 하루 늦어질 때마다 기금 손실이 1000억 원씩 늘어난다는 경고가 이어지고 있다. 여야는 하루빨리 머리를 맞대고 21대 국회안보다 ‘더 내는’ 방향으로 개혁 방안을 도출해야 한다. 노후 보장도 필요하지만 연금의 지속 가능성이 더 중요하다. 정부도 국회에 책임을 떠넘기지 말고 모수 개혁 등에 대한 구체적 방안을 제시하면서 논의를 주도해야 한다. 여야정은 신·구 연금 계좌 분리, 직역연금·국민연금 통합, 기초연금 개편 등 구조 개혁 방안도 함께 검토해야 할 것이다. 연내 처리를 서두르지 않으면 2026년 지방선거, 2027년 대선 등의 정치 일정으로 인해 22대 국회에서도 연금 개혁이 물 건너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