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혁재의 칩 비하인드]벼랑 끝에 몰린 인텔

이혁재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 소장


한때 반도체 산업의 제왕이라고 불렸던 인텔 주가가 최근 급락했다. 인텔의 2분기 매출액은 어닝 쇼크 수준으로 비용 절감을 위해 전체 직원의 15%를 감원하고 자본 지출도 당초 계획 대비 20% 줄인다고 발표했다. 그동안 치열한 경쟁으로 어려움을 겪던 인텔이 드디어 한계 상황에 도달한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낳고 있다.


인텔은 반도체 업계 종사자들에게는 존경과 부러움의 대상이 되는 대단한 회사였다. 1980~1990년대 인텔은 반도체 기술을 급속히 발전시키는데 큰 공헌을 했다. 반도체 산업에서 유명한 ‘무어의 법칙’은 인텔 창업자 중 한 사람인 고든 무어가 반도체 성능이 2년에 대략 2배정도 향상될 것이라고 내놓은 예측이다. 30년 이상 이 법칙대로 반도체 성능이 향상됐다. 이렇게 오랜 기간 지속적으로 반도체 기술을 발전시킴으로써 저렴한 가격의 PC를 확산시켰고, 최근 4차산업혁명을 이끌어 나가는 핵심 기술이 됐다.


인텔 직원들은 반도체 산업의 발전을 이끌어왔다는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런 자부심이 때로는 기술 혁신에 방해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은 인텔을 떠난 후 얼마 되지 않아 알았다. 당시 1기가헤르츠(GHz) 속도의 중앙처리장치(CPU)를 어느 회사가 먼저 개발하는지 경쟁이 치열했는데 경쟁사인 AMD가 인텔보다 한 발 빨랐다. 세계 최고라고 자부하던 인텔 엔지니어들은 충격을 받았고, AMD가 속도 향상을 위해 새롭게 시도했던 기술들에 문제가 있을 거라고 한참동안 믿고 있었다. 그러한 인텔 내부의 기대와는 달리 AMD의 CPU는 잘 동작했으며 2000년대 중반까지 인텔은 AMD에 기술 리더십을 빼앗기고 고전했다.


인텔에게는 1980년대 PC 시장에서의 성공 이후 새로운 사업을 확장할 많은 기회가 있었다. 1990년대 후반에는 인터넷이 활성화되면서 통신용 반도체 시장이 확대됐고, 2000년대 중반에는 스마트폰용 반도체 시장, 그리고 이후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이 있었다. 인텔도 이러한 시장 진입을 위한 반도체 개발을 시도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엔지니어들이 모여 있는 인텔에서 기술력 부족으로 새로운 사업에 성공하지 못한 것은 아닐 것이라 생각된다. 오히려 기존 CPU 사업에서 큰 성공을 거둔 자부심으로 새로운 사업에도 같은 방식을 적용을 하려 했지만 잘 맞지 않은 것이 실패의 원인 중 하나가 아닐까 조심스럽게 예측해 본다.


현재 인텔에서 새로이 파운드리 사업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에서는 막강한 TSMC가 버티고 있어서 후발 주자인 인텔이 따라잡기가 쉽지 않다. 올 2분기 파운드리 사업에서 약 3조 8000억 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 잘 나가던 CPU 사업의 영업 이익도 줄어들어 파운드리 사업에 적자를 감수하고 투자를 확대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주력 사업에서 많은 이익이 났을 때 새로운 사업을 찾아 적응하지 못한다면 인텔과 같은 길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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