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문제를 주제로 큰 인기를 얻었던 드라마 ‘더 글로리’. 이제 학교폭력 문제는 비단 드라마나 영화 등의 소재를 넘어 유명 연예인, 고위 공직 후보자 검증 등과 관련해 그들이 피나는 노력으로 쌓아 올린 사회적 활동의 기반까지도 무용지물로 만들 수 있는 중요한 사회문제가 되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는 학교폭력 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고 이를 예방하고자 이미 20여년 전인 2004년 1월 29일 최초로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이하 ‘학교폭력예방법’이라고 한다)을 제정하여 시행해 왔다. 그리고 이 학교폭력예방법은 시대가 발전함에 따라 변화되는 학교폭력 양상에 맞추어 그동안 많은 개정을 거듭해 온 것이 사실이다.
필자 또한 학생인 자녀를 키우는 부모의 입장이다 보니 학교폭력 문제에 대한 관심과 그동안 검사 생활과 변호사 생활을 통해 업무상 경험한 학교폭력 문제를 토대로 2024년 3월 1일 시행된 개정 학교폭력예방법의 주요 내용을 중심으로 오늘의 칼럼을 정리해 보려 한다.
학교폭력예방법 제2조 정의 규정에 따르면 ‘학교폭력’은 학교 내외에서 학생을 대상으로 발생한 상해, 폭행, 감금, 협박, 약취・유인, 명예훼손・모욕, 공갈, 강요・강제적인 심부름 및 성폭력, 따돌림, 사이버폭력 등에 의하여 신체・정신 또는 재산상의 피해를 수반하는 행위를 말한다. 따라서 학생을 대상으로 한다면 학교 안에서뿐만 아니라 학교 밖에서도 발생할 수 있고, 소위 ‘왕따 문제’도 학교폭력에 해당하는 것이다.
교육부가 지난해 12월 공개한 '2023년 1차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초등학교 4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학교폭력 피해 경험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1.9%이고, 유형별 조사 결과(중복 응답)는 언어폭력이 37.1%로 가장 많았으며 이어 신체폭력 17.3%, 집단 따돌림 15.1% 순이었다.
그런데 실무로 마주하는 학교폭력 문제들 중 상해나 폭행, 협박과 같은 신체 또는 언어 폭력의 경우에는 그 증거수집이나 사실관계 파악이 그다지 어렵지 않은 데 반하여 집단 따돌림의 문제는 가해자가 다수이고, 피해자가 1명 형태에서 따돌림이 은근한 형태로 이루어져 피해자가 분명 따돌림을 당하고 있다고 느끼고 있지만 그 증거를 수집하여 문제를 제기하는 일이 쉽지 않은 경우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학교폭력예방법은 학교폭력 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처하는 제도적 틀을 마련하고자 2004년 1월 29일 제정돼 2004년 7월 30일부터 시행된 이래 현재까지 사회 변화에 따라 여러 차례 개정돼 왔다.
그런데 그동안의 개정 이유나 2024년 3월 1일부터 시행되고 있는 개정 학교폭력예방법의 개정된 규정들을 살펴보면 학교폭력예방법은 학교폭력 피해학생이나 그 보호자의 의사를 존중하여 가해학생에 대한 조치 등에 있어 피해학생이나 그 보호자의 의사를 청취하거나 진행상황을 통지받도록 하는 절차를 촘촘하게 마련하는 형태로 개정돼 왔다.
또 전문기관이나 전담부서를 통해 학교폭력 문제가 전문적이고 책임 있게 다루어지도록 개정돼 왔고, 학교폭력 피해학생의 치유와 회복을 위한 심리상담, 치료와 치료를 위한 요양 등 비용뿐만 아니라 사이버폭력에 따른 피해 촬영물등을 삭제하는데 지원되는 소요 비용까지도 가해학생과 그 보호자가 부담하는 명시적인 규정을 마련하는 형태로 개정됐다.
이와 같은 개정 방향은 가해학생에 대한 조치 등에 있어 피해자 측의 의사를 보다 존중하고 피해학생을 두텁게 보호하는 형태로 법률이 개정되고 있는 것이다.
학교폭력예방법에 따르면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는 피해학생의 보호와 가해학생의 선도・교육을 위하여 학교폭력 가해학생에 대하여 1. 피해학생에 대한 서면사과, 2. 피해학생 및 신고・고발 학생에 대한 접촉, 협박 및 보복행위(정보통신망을 이용한 행위를 포함한다)의 금지, 3. 학교에서의 봉사, 4. 사회봉사, 5. 학내외 전문가, 교육감이 정한 기관에 의한 특별 교육이수 또는 심리치료, 6. 출석정지, 7. 학급교체, 8. 전학, 9. 퇴학처분 중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조치 또는 수 개의 조치를 동시에 부과할 것을 교육장에게 요청하여야 한다. 그리고 교육장은 이러한 요청에 대하여 14일 이내에 해당 조치를 하여야 한다. 다만, 퇴학처분은 의무교육과정에 있는 가해학생에 대하여는 적용되지 않는다.
가해학생에 대한 이러한 조치에 관하여 이의가 있는 경우 가해학생과 그 보호자 뿐만 아니라 피해학생과 그 보호자 또한 행정심판 및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실제 사례들을 보면 출석정지, 학급교체, 전학과 같은 가해학생에 대한 조치에 대하여 가해학생이나 그 보호자는 이를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으로 다투면서 집행정지 신청을 해 그 효력을 정지하는 방법을 많이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개정 학교폭력예방법에 따르면 가해학생이나 그 보호자가 가해학생에 대한 위와 같은 조치에 관하여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으로 다투면서 집행정지 신청을 한 경우 그 사실과 결과를 피해학생 또는 그 보호자가 통지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또 행정심판위원회 및 법원이 가해학생에 대한 조치에 관하여 집행정지 결정을 하려는 경우에는 의견진술의 기회를 포기한다는 뜻을 명백히 표시한 경우와 같이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원칙적으로 피해학생 또는 그 보호자의 의견을 청취하여야 한다. 결국 가해학생에 대한 조치, 관련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 집행정지 신청에 대한 결정 등에 있어서 피해학생이나 그 보호자의 의견 진술 기회가 보장되고, 그 의견이 존중되고 있는 것이다.
학교폭력 문제는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점차 법적 분쟁으로 번지는 사례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세계 1위의 초저출산 국가에서 귀하게 얻은 자녀를 키우는 부모라면 소중한 자녀의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 자녀가 학교폭력의 가해학생이든 피해학생이든 사건 초기부터 향후 절차 등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바탕으로 적절히 절차에 대응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
가해학생 측이라면 1. 학교폭력의 심각성, 지속성, 고의성, 2. 반성정도, 3. 선도가능성, 4. 피해학생 측과의 화해 정도 등이 가해학생에 대한 조치(징계) 수위를 결정하는 만큼 절차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자료 구비를 통해 경미한 조치(징계)가 이루어지도록 노력해야 하고, 가능하다면 사건 초기부터 해당 사건이 ‘경미한 학교폭력’으로 분류되어 학교장의 자체해결이 가능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피해학생 측이라면 무엇보다 피해학생의 건전한 성장을 위해 학교폭력으로 입은 신체적 정신적 피해에 대한 치유와 회복이 가장 중요하겠지만, 이에 부수하여 가해학생에 대한 조치(징계)와 관련하여 피해학생 측으로서 가지고 있는 절차 참여권 등을 숙지하고 자신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