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005930)가 글로벌 시장에서의 선전에도 불구하고 아시아 3대 시장으로 꼽히는 중국·인도·일본 등에서는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의 맹공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아시아 최대 스마트폰 시장인 중국에서 주요 순위권에 포함조차 되지 못하고 있고 일본에서는 애플·구글 등 미국 기업 뿐 아니라 중국 기업인 샤오미에까지 밀렸다. 새로운 거대 시장으로 떠오르는 인도에 전략적으로 힘을 쏟아붓고 있지만 2분기에 선두를 내주면서 주춤했다.
10일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2분기 중국 스마트폰 시장은 전년 동기 대비 6% 증가했다. 중국의 시장 회복 신호에 따라 올해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의 전망 또한 개선될 것이란 기대가 커졌다.
2분기 업체별 시장 점유율을 보면 비보가 18.5%로 선두를 유지했다. 애플은 판매량이 5.7% 뒷걸음질쳤지만 15.5%로 2위를 지키는 데 성공했다. 판매량이 44.5% 급증한 화웨이(15.4%)와 16.3% 증가한 샤오미(15.3%)가 뒤를 이었다. 역시 중국 기업인 아너(15.2%), 오포(14.6%)도 상위에 포진했다. 중국에서 약세를 보이고 있는 삼성전자는 주요 기업 순위에 오르지도 못했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기타’로 분류된 업체들의 점유율은 지난해 2분기 7.6%에서 올해 5.5%로 2.1%포인트 줄었다. 업계에서는 중국 내 삼성전자의 점유율이 1% 이하일 것으로 예측한다.
삼성전자는 한때 중국 내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이 20%를 웃돌기도 했지만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보복, 자국 스마트폰 업체의 급성장 등으로 영향력이 급격히 낮아졌다.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앞세워 공략에 공을 들였던 일본에서도 좀처럼 힘을 내지 못하는 모습이다. 애플이 장악하고 있는 일본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2022년 점유율을 10.5%까지 높이면서 2위로 올라 반등의 계기를 마련했지만 상승세를 이어가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최근 샤오미의 일본 법인이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 자료를 인용해 공개한 일본 내 2분기 출하량을 보면 상위 5개 기업은 애플(56%), 구글(12%), 샤오미(6%), 샤프(5%), 삼성전자(5%) 등이다. 삼성전자는 전년 대비 39% 하락하면서 5위까지 밀려난 반면 샤오미는 359%나 급성장하면서 3위로 치고 올랐다. 삼성전자가 고전하는 사이 중국 업체에까지 밀린 것이다.
삼성전자는 일본 내 한국 기업의 부정적 이미지를 희석하기 위해 제품에 회사명 대신 ‘갤럭시(Galaxy)’를 사용해왔다. 2022년 점유율 회복 조짐이 보이고 한일 관계가 개선되면서 회사는 지난해 초 ‘삼성’ 로고를 부활시키고 마케팅을 확대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지만 뚜렷한 성과를 거두진 못했다.
세계 최대 스마트폰 시장으로 급부상한 인도에서는 여전히 잘 나가고 있지만 2분기에 중국 업체에 선두를 내주면서 주춤했다. 인도가 중저가 제품 중심의 시장인 만큼 중국 업체들의 물량 공세에 맞서 조기 대응해야 한다는 반응이 나온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2분기 삼성전자의 인도 점유율은 18.1%로 3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2분기에 18.4%로 1위였지만 1년 만에 샤오미(18.9%), 비보(18.8%) 등 중국 업체들에 밀려 두 계단 하락했다.
삼성전자는 중국에서의 부진 속에 스마트폰 시장 성장 속도가 가파른 인도에 집중해왔다. IDC에 따르면 출하량 기준으로 인도는 지난해 중국(2억 7130만 대)에 이어 2위(1억 4600만 대)를 차지했다. 하지만 최근 중국 업체들이 가성비를 앞세운 중저가 스마트폰으로 공세를 강화하면서 현지 영향력을 크게 높이는 추세다.
중국 업체들의 약진 속에서도 삼성전자의 현지 반응이 여전히 긍정적인 만큼 회사는 다양한 스마트폰을 출시하면서 시장 장악력을 유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32만 원의 가격을 갖춘 갤럭시 M55s와 13만 원대 저가형 스마트폰 갤럭시 A06 등을 하반기 인도에서 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아시아 전략 시장의 부진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판매는 순항하고 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조사에서 삼성전자는 2분기 글로벌 시장에서 20%의 점유율로 애플(16%), 샤오미(14%) 등을 제치고 1위를 지켰다. 플래그십 스마트폰 중심의 판매 전략을 펴고 있는 삼성전자는 올림픽 마케팅 효과 등을 더해 올해 갤럭시 Z폴드·플립6를 1000만 대 이상 판매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글로벌 소비자들로부터 갤럭시 인공지능(AI)이 우수한 평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