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가자 폭격으로 100명 숨져…휴전협상 또 물 건너가나

이스라엘 “하마스 등 군사시설로 활용” 주장에
하마스 “피란민 표적으로 삼기 위한 핑계” 반박
“이스라엘 종전 의지 없어” 등 국제사회 맹비난

가자지구 북부의 한 학교가 10일(현지 시간)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무너진 가운데 피란민들이 희생자들의 시신을 찾고 있다. UPI연합뉴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내 학교 건물을 공습해 어린아이 등 피란민 100여 명이 숨지는 대규모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를 겨냥한 공격이라는 이스라엘의 해명에도 국제사회의 비난이 빗발치고 있으며 가자전쟁 휴전 협상에도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10일(현지 시간) 가자지구 보건 당국에 따르면 이날 이스라엘군은 팔레스타인 북부 알다라즈 지역의 한 학교 건물에 대한 공습을 감행했다. 이번 공습은 이슬람 예배 시간에 맞춰 이뤄지면서 대규모 인명 피해로 이어졌다. 가자지구 민방위 응급구조대는 “이번 공습 당시 200명 이상의 사람들이 기도실에 모여 예배를 드리고 있었다”며 “어린이와 여성을 포함해 90명 이상이 사망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와 또 다른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이슬라믹지하드(PIJ)가 가자지구 내 학교 건물을 군사시설로 사용해왔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군 대변인 나다브 쇼샤니 중령은 “하마스와 PIJ 소속 고위 사령관을 포함해 약 20명의 무장세력이 이 학교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이스라엘을 상대로 공격을 감행해왔다”고 밝혔다. 또 쇼샤니 중령은 “가자지구 보건 시스템이 파괴되면서 사망자 추적이 더 어려워졌다”며 가자지구 당국이 발표한 수치가 부풀려졌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하마스는 이스라엘의 주장을 일축했다. 하마스는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은 민간인과 학교, 병원, 피란민의 텐트를 표적으로 삼기 위해 핑계를 만들고 있다”고 반박했다. 최근 이스라엘이 가한 공격은 학교 운동장을 주로 겨냥하고 있으며 그중 상당수는 임시 대피소로 개조됐지만 이스라엘은 이를 무장단체들의 군사시설이라고 주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유엔 인권사무소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지난 한 달간 가자지구의 17개 학교 건물이 이스라엘 공격의 표적이 됐으며 최소 163명의 팔레스타인인이 사망했다.


국제사회 역시 이스라엘을 규탄했다. 주제프 보렐 유럽연합(EU) 부의장은 공습 직후 성명에서 “이러한 학살은 정당화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미국 백악관 역시 숀 세이벳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을 인용한 성명에서 “조 바이든 행정부는 민간인 사상자 보고에 대해 깊이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데이비드 래미 영국 외무장관도 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즉각적인 휴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집트는 외무부 성명에서 이번 사건이 이스라엘의 ‘고의적 살해’라며 이스라엘에 “종전을 향한 정치적 의지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스라엘의 이번 공격은 이달 15일 미국·이집트·카타르가 주도한 휴전 협상을 앞두고 단행됐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3국 공동성명을 통해 “휴전과 가자지구로 납치된 인질 및 이스라엘에 억류된 팔레스타인 억류자들의 석방을 위한 협상을 타결할 때가 왔다”고 선언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중재국의 제안에 따라 대표단을 파견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하마스 측은 중재국들의 제안에 아직 별다른 입장을 내놓고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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