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약이와 함께 쓴 언니들의 '코리안 드림' [올림픽]

■ 韓탁구 12년만에 최고 성적
혼합복식·여자단체 등 銅 2개 수확
中서 귀화 전지희·이은혜 첫 메달
신유빈 "언니들 점수딸 때 눈물이"

탁구 대표팀의 신유빈(왼쪽부터)·이은혜·전지희가 10일 파리 올림픽 탁구 여자 단체전에서 3위에 오른 뒤 시상식에서 손하트 안의 동메달을 보여주는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파리=성형주 기자

파리 올림픽 탁구 여자 단체전 3위 결정전에서 독일을 몰아붙이는 신유빈(오른쪽)과 전지희. 파리=성형주 기자

‘활·총·검’이 빛난 파리 올림픽에서 ‘라켓’도 당당히 어깨를 폈다. ‘셔틀콕 여왕’ 안세영이 28년 만의 단식 금메달로 한국 배드민턴을 일으킨 가운데 탁구도 의미 있는 성적을 냈다.


10일(한국 시간) 프랑스의 사우스파리 아레나에서 신유빈(20)과 이은혜(29·이상 대한항공), 전지희(32·미래에셋증권)가 시상대에 섰다. 탁구 여자 단체전 3위 결정전에서 독일을 3대0으로 제압하고 동메달을 딴 것.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 조인 신유빈·전지희가 중국계인 완위안·산샤오나를 3대2로 이겼고 이은혜는 아네트 카우프만을 3대0으로 돌려세웠다. 이어 전지희가 산샤오나를 3대0으로 제압하고 동메달을 확정했다. 2008년 베이징 대회 동메달 이후 16년 만의 여자 단체전 메달 수확이다.


한국 탁구는 혼합 복식 임종훈(한국거래소)·신유빈에 이어 동메달 2개째로 2012년 런던 대회(은1) 이후 12년 만에 최고 성적을 냈다.


어릴 적 TV 예능 프로그램 출연을 계기로 사람들의 관심을 받아온 ‘삐약이’ 신유빈은 동메달 2개를 갖고 돌아온다. 한국 탁구가 올림픽 멀티 메달리스트를 배출한 것은 1992년 바르셀로나 대회(김택수·현정화) 이후 32년 만이다. 신유빈은 여자 단식까지 무려 세 종목에 출전하면서 개막 첫날부터 폐막 전날까지 거의 매일 경기를 치렀다. 15일간 14경기를 뛴 끝에 달콤한 열매를 따냈다.


경기 후 신유빈과 전지희를 울린 것은 이은혜의 눈물이었다. 2011년 중국에서 귀화한 이은혜는 믹스트존 인터뷰에서 “사실 좀 많이 힘들었다”며 고개를 숙였다. 중국 허베이성 출신으로 내몽골 지역에서 뛰던 이은혜는 당시 선교사 활동을 하던 양영자(1988 서울 올림픽 복식 금메달) 감독을 만나 귀화했다. 같은 허베이성 출신으로 중국 성인 대표팀 문턱에서 좌절하다 2011년 한국 국적을 얻은 전지희는 “귀화 선수 자리가 아무래도 많이 없기 때문에 제가 들어가면 은혜 선수 자리는 없는 경우가 많았다. 쉽지 않았을 텐데 한발 한발 이 자리까지 10년 넘게 견뎌온 것”이라고 했다.


“진짜 언니들 대단하다. 언니들 포인트 얻을 때마다 눈물 났다. 언니들 덕분에 메달 땄다”고 말하는 신유빈을 향해 전지희는 “(신)유빈이가 앞에서 잘 싸워줘서 시드를 받았기에 이 자리에 우리가 있는 것”이라고 했다. 전지희는 세 번째 올림픽에서, 이은혜는 첫 올림픽에서 천금 같은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편 중국은 여자 단체를 포함해 사상 첫 탁구 금메달 5개의 싹쓸이를 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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