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정상화를 위한 시기를 놓친 것 같습니다. 이제 소상공인도 땜질식 처방에 익숙해졌습니다.”
소상공인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정부 기관의 한 관계자는 소상공인 성장 촉진 및 재기 지원을 담당하는 직원들이 최근 발생한 티몬·위메프(티메프) 미정산 사태로 인한 소상공인 업무 지원에 투입되자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긴 호흡으로 흔들림 없이 추진해야 할 소상공인 정책들이 또다시 뒤로 밀렸기 때문이다. 그가 말한 소상공인 정책들은 소상공인 경쟁력 강화를 위한 성장 촉진(스케일업)과 한계 소상공인들에게 새롭게 출발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주는 일이다. 싹이 보이는 소상공인은 적극적인 지원을 통해 더욱 키우고 가능성이 없는 소상공인에게는 새로운 길을 알려주는 등 이른바 ‘소상공인 구조조정’인 것이다.
이러한 정책 배경에는 한국 소상공인만의 구조적 문제가 있다. 주요국 대비 월등히 높은 자영업자 수(약 570만 명)를 가진 한국이지만 대부분 도소매·음식·숙박 등 진입장벽이 낮은 생계형 업종 중심이다. 이들 중 35%는 연 매출 5000만 원 이하인 영세 사업자들이고, 지난해 폐업자 수가 91만 명에 달하는 등 이들을 중심으로 한 폐업률도 지난해부터 상승하고 있다. 누적된 채무와 준비 부족으로 창·폐업을 반복하는 소위 ‘회전식 창업’으로 소상공인들의 고통은 줄지 않는 게 현실이다. 이에 정부는 지난달 발표한 ‘소상공인·자영업자 종합 대책’에서 “소상공인 구조적 요인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정책 방향성을 구체화하기도 했다.
하지만 실제 시행되고 있는 정책 대부분은 현금 지원 및 저금리 대출 등 현금성 지원들이다. 급한 불은 꺼야 하고, 당장 티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 당시에도, 고금리·고물가 상황에서도 땜질식 현금성 지원 대책이 우선시됐다. 그 부작용은 이제 현장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최근 전통시장을 방문한 소상공인 담당자는 “현금성 지원 규모가 생각보다 작으면 ‘이게 뭐냐’며 화를 내는 상인도 있다”며 “이제 소상공인도 땜질식 처방에 내성이 생기다 보니 소상공인 구조적 대응은 더욱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이러한 병폐의 원인으로 대부분 국회를 지목한다. 코로나 상황과 경기 침체, 이번 티메프 사태까지 매번 정치가 끼어들다 보니 땜질식 대응만 나오고 결국 구조적 문제 해결은 뒤로 밀리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이번 정부 역시 이런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지만 결국 정치성 대책만 반복하고 있다. 이제 소상공인들도 익숙해지면서 구조조정이라는 단어는 입 밖에 꺼내지 못하는 무시무시한 단어가 됐다. 모두들 해결책인 ‘소상공인 구조조정’이라는 답은 알고 있지만 스스로 금기어로 만들어버린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