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상논단]결단이 필요한 시점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한국 경제가 살아날 수 있는가? 한국 경제의 기적을 만든 인재들이 퇴직하고 있다. 저출산으로 인구는 줄어들고 젊은 세대는 눈높이에 맞는 일자리를 찾는 데에 어려움을 겪는다. 1987년 체제 이후 불공정한 노동 정책으로 경제는 저성장의 늪에 빠졌다. 일반적으로 민법 제760조 공동불법행위자의 책임 규정에 따라 불법행위자 각각이 공동불법행위로 인한 전체 손해에 대한 책임을 진다. 거대 야당은 ‘노랑봉투법’으로 법 원칙을 무너뜨리고 불법행위에 특별한 대우를 해주는 정의롭지 못한 사회를 만들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무책임한 최저임금 정책의 부작용이 아직도 남아 있는 상황에서 특권적 노동운동이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시대착오적인 대기업 규제는 글로벌 경제 전쟁에서 우리 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정치가 기업 경영권을 흔들고 불확실한 사업 환경을 만들어 장기적 투자의 발목을 잡고 있다. 단기 투자자들의 놀이터가 된 자본시장에서 기업들은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는 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납품단가연동제’도 물가 상승의 주범으로 작용했으며, 취지와는 달리 납품단가 하락기에는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했다. 소비자 부담을 줄이겠다면서 정권마다 통신비 인하를 이야기했지만, 가격 통제로 인해 통신사업자들은 설비 투자를 주저했다. 그 결과 서울 종로구에서도 많은 수의 소비자가 광케이블 인터넷 서비스를 받지 못한다. 가격 통제로 공기업들의 부채는 불어났고, 엉뚱한 국민의 부담만 늘었다. 저출산 고령화 사회에서 경제가 성장하려면 시스템 효율화로 생산성이 증가해야 한다. 정부는 저출산을 핑계로 기업의 부담을 늘리고, 규제는 강화하면서 경제 시스템의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있다.


대외적 환경도 악화하고 있다. 반도체를 제외한 거의 모든 산업에서 중국과 경쟁하고 있다. 중국의 위협으로 한국의 전통산업과 가전산업은 무너졌으며 이제 자동차·조선·철강·화학 등의 산업이 위협받고 있다. 반도체와 배터리 등 새로운 성장 동력에서도 중국이 쫓아오고 있다. 원천 기술을 확보하고 세계적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산업 생태계와 혁신시스템을 강화하는 정책은 보이지 않는다. 당연하게 세계 일류가 되는 것도 아니며 당연하게 현재의 지위를 계속 유지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미국의 글로벌 위험 통제 능력이 떨어지고, 우리나라는 글로벌 위험에 수동적이다. 가치 동맹의 실질적 효과가 구체화하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공급망 문제와 러시아에 좌초된 자산의 문제 등 해결해야 할 국제문제가 산적해 있다.


사면초가의 한국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특단의 조치와 용기가 필요하다. 익숙한 규제를 재검토하고 기업들이 활발하게 기업활동을 할 환경을 만드는 것은 쉽고도 어렵다. 기업의 핵심은 인재이고, 인재들이 경제를 이끌기 위해선 노동문화를 바꿔야 한다. 노동문화를 바꾸기 위해서는 열심히 일하는 근로자 위에서 군림하는 노조문화를 바꿔야 한다. 무기 대등의 원칙에서 임금과 근로조건 등 근로자 계약의 노사간 자율성이 강화돼야 한다. 열심히 일한 근로자가 대우받는 공정한 노사관계 확립이 노동문화의 개혁이고 경제 성장의 기초다.


공직사회의 개혁도 시급하다. 탈원전을 주도한 공무원들이 정권이 바뀐 다음에도 핵심 정책을 담당하고, 전 정권에서 연금개혁의 발목을 잡은 공무원들이 연금개혁을 담당하는 웃픈 이야기가 현실이다. 공기업과 협회에 퇴직 공무원들이 자리를 잡아 관치 경제를 운영하는 한 기업정책과 산업정책의 개혁은 요원하다. 공직사회의 개방성을 높여야 한다.


산업정책의 핵심은 기업이 혁신생태계를 만들고 산업의 혁신을 주도할 수 있도록 연구개발 전략을 만드는 것이다. 혁신생태계에서 대학과 기업, 그리고 자본시장이 유기적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제도 개혁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도 글로벌 위험을 관리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춰야 한다. 식량과 에너지, 그리고 원자재 등이 원활하게 공급되고 시장이 확보되도록 가치 동맹국과의 협력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어느 것 하나 쉬운 일은 없지만 지금 개혁하지 않으며 우리 경제는 고사한다. 뚝심으로 개혁에 나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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