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최고 8000만 원대 팰리세이드 특장차로 최고급 미니밴 시장을 노린다. 도요타 알파드와 렉서스 LM500h 차량 등 수입 미니밴이 국내 시장에서 잇따른 성공을 거두는 것에 대응하는 차원이다.
11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005380)가 개발 중인 ‘팰리세이드 하이루프’ 특장차의 가격은 최고(캘리그래피 모델) 8000만 원 수준으로 최근 확정됐다.
기존 팰리세이드 모델의 최고가와 비교해 1500만~2000만 원가량 높은 가격이다. 하이루프를 통해 200㎜가량 전고를 높일 뿐 아니라 소프트터치 마감재와 고급 조명 등으로 고급스러운 내·외관을 연출한다. 승객은 고급 오디오 시스템, 마사지 시트, 대형 디스플레이 등 편의 사항을 이용할 수 있다. 파워트레인은 내연기관과 하이브리드(HEV) 두 가지로 알려졌다.
팰리세이드 하이루프는 VIP를 겨냥한 최고급 미니밴 시장을 노린다. 유사한 차종에 속하는 기아의 카니발과 현대차의 스타리아는 대중화 모델로 지금까지 럭셔리 시장에 대응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수요가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 최고급 미니밴 시장에서 일본 브랜드가 잇따른 성공을 거두고 있어 현대차도 경쟁에 나서는 것으로 보인다”며 “기존 인기 차종이었던 팰리세이드 차량을 고급화해 시장점유율을 확보하려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현대차가 팰리세이드 하이루프를 고가격으로 출시하는 배경에는 도요타 알파드와 렉서스 LM500h의 성공이 자리하고 있다. 알파드는 1억 원가량의 가격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7월 출시 이후 무려 959대가 판매됐다. 최고가가 2억 원을 넘어가는 렉서스의 LM500h도 출시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사전 예약 건수 500대를 돌파한 상태다. LM500h의 일부 트림에는 1열과 2열 공간을 완전히 분리하는 흡음재가 적용되는 등 VIP들을 위한 최고급 사양이 담겼다.
고부가가치 차량이 현대자동차의 실적을 뒷받침하고 있다는 점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대당 판매 가격(ASP)이 높은 럭셔리 미니밴 시장의 점유율을 확보해 이익을 극대화한다는 전략이다. 앞서 현대차는 글로벌 판매량 감소에도 불구하고 2분기 역대 최대 실적을 거뒀다. 전기차 판매가 큰 폭으로 줄어든 반면 ASP가 높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나 제네시스 차량이 글로벌 시장에서 인기를 얻었다는 것이 크게 작용했다. 현대차의 대표적 SUV인 투싼은 올해 상반기 미국에서 9만 2146대가 팔리며 최다 판매량을 기록했다. 제네시스 GV80의 판매도 같은 기간 1만 91대로 전년 대비 22.2% 증가했다.
팰리세이드 하이루프의 출시 시점은 팰리세이드 후속 모델과 동일한 올해 말 혹은 내년 초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는 현재 후속 차량으로 팰리세이드 완전 변경 모델을 준비하고 있다. 파워트레인은 새롭게 개발 중인 2.5ℓ 가솔린 터보 하이브리드가 장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7·8인승 외에 9인승 차량도 추가한다. 9인승 차량은 승합차로 분류돼 6인 이상 탑승할 경우 고속도로 버스 전용 차선을 이용할 수 있다.
다만 높은 가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여태까지 럭셔리 차량을 제네시스 브랜드에서 판매했던 만큼 비싼 가격을 책정했다가 소비자 반발을 불러올 수 있다는 뜻이다. 자동차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제네시스가 아닌 현대차의 차량이 8000만 원 이상을 웃돌게 되면 대중화 모델을 중심으로 제공했던 현대차의 브랜드 이미지에 혼란이 올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다만 럭셔리 미니밴 시장을 개척하는 역할로서 현대차의 특장차가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팰리세이드 특장차 등 신차와 관련된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