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조선·해운업 탈탄소 계획, 한국이 '동메달'


한국, 중국, 일본 3국의 탈탄소 계획을 분석한 결과 한국이 ‘동메달’에 머물고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세계 상품 무역량의 약 80% 이상은 해상으로 운송되며 한·중·일은 특히 국제 조선·해운업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탈탄소 여정에서 책임이 크다.


12일 국내 기후단체 기후솔루션의 ‘해운 중간 대체연료의 환경 리스크와 한중일 연료 활용 계획’ 보고서에 따르면 3국의 중간 대체 연료 계획과 그린 연료로의 전환 잠재력 및 여건 등을 평가한 결과 한국이 가장 낮은 점수(4점)를 받았다. 재생에너지 조달 잠재력, 그린수소 자체 조달 잠재력, 그린수소 공급망 구축 관련 국제 협력 부문에서 모두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기 때문이다.


조선업 1위, 세계 선대 규모 2위인 중국은 8점으로 3국 중 최고점을 받았다. 중국은 화석연료 사용 비중이 높지만 동시에 재생에너지 사용 및 그린수소 조달 잠재력이 높다는 평가다. 중국은 전체 에너지 소비 가운데 비(非)화석 에너지 소비 비중을 2025년까지 20%, 2030년까지 25%로 높인다는 방침이다. 특히,중국은 2022년 기준 전년 대비 32% 증가한 4004만 톤의 수소를 생산했으며 세계 최대 수소 생산국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일본은 그린수소 공급망 구축 관련 국제협력 부문에서 더 일찍 기술 개발 연구와 투자를 시작해 우리나라보다 높은 점수(5점)를 받았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녹색성장전략에 따라신에너지-산업기술종합개발기구(NEDO)를 설립하고 약 2조 엔(약 17조 6000억 원) 규모의 녹색 혁신 기금을 조성해 향후 10년간 연관 기업과 단체를 지원할 계획이다. 다만 일본은 자체적인 재생에너지·수소 생산보다는 대규모 공급망 확보 및 해외 수소 생산 거점 구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일본은 2023년 약 200만 톤을 기록했던 연간 수소공급량 (암모니아 포함)을 2040년 1200만 톤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기후솔루션

한편 기후솔루션은 이번 보고서에서 무탄소 연료가 상용화되기 이전까지 중간(bridge) 대체 연료로 꼽히는 액화천연가스(LNG)·메탄올 등의 한계를 지적했다. LNG의 경우 전주기 온실가스 배출 집약도(76~89 g CO2 eq /MJ)는 석유계 연료 온실가스 집약도(90~91 g CO2 eq /MJ)와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저탄소 연료로 보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또 바이오매스를 원료로 생산된 바이오연료는 토지이용변화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을 고려할 경우 작물 및 유지 작물 기반 바이오디젤의 전주기 온실가스 배출 집약도가 적게는 56.7~62.1 g CO2eq/MJ에서 많게는 106.6~130.7 g CO2eq/MJ으로 선박연료유 평균(91.4~91.7 g CO2eq/MJ)보다 최대 약 1.4배 높게 나타났다.


메탄올은 제조 방식이 다양해 무탄소에 가까운 그린 메탄올을 만들 수 있는 반면, 화석연료를 기반으로도 생산이 가능해 온실가스 집약도 범위가 넓게 나타난다. 화석연료인 석탄과 LNG 를 기반으로 만들어지는 브라운·그레이 메탄올은 전주기 배출 집약도가 100.4 g CO2eq/MJ로 석유계 연료를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상적인 무탄소 연료는 그린 수소, 그린 암모니아처럼 모든 과정에서 온실가스 배출이 ‘0'에 수렴하는 연료지만, 아직까지는 기술적·경제적 요인으로 LNG, 바이오연료, 메탄올 등이 중간 대체 연료로 쓰이고 있다. 특히 국제 조선·해운업에서 많은 수주량을 차지하고 있는 한·중·일의 주력 연료다.


보고서의 주 저자인 김근하 기후솔루션 해운팀 연구원은 “해운업 탈탄소의 핵심은 연료의 전환인데, 동아시아의 해운 탈탄소는 화석연료에서 LNG라는 또 다른 화석연료로 옮겨가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라며 “연료별 전주기 온실가스 배출 집약도를 반영해 연료 전환 계획을 재수립해야 하며, 무탄소 연료에 지금보다 더 높은 수준의 투자와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