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을 전공한 후 서울 대학로에서 10여년을 보낸 이길준 브러쉬씨어터 대표. 어떻게 하면 더 좋은 공연을 펼치고 많은 관객을 모을 수 있을까 고민하던 끝에 예술경영지원센터의 아트코리아랩(Arts Korea Lab)을 찾았다. 예술산업 종합지원 플랫폼인 아트코리아랩의 지원을 통해 이머시브 사운드(몰입형 음향), 프로젝션 맵핑(가상의 영상을 현실과 접목해 착시현상을 유발하는 기법) 등의 첨단기법을 활용한 아동·청소년 공연을 개발했다. 브러쉬씨어터는 아트코리아랩의 첨단 시설과 컨설팅·멘토링, 홍보, 네트워킹 지원, 투자유치를 통해 예술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제는 국내를 너머 해외시장에서도 두각을 보이는 중이다. 이길준 대표는 “상업적이면서 예술적일 수 있다. 예술도 수익을 낼 수 있다”고 말한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지난해 10월 서울 종로구 트윈트리타워에 개관한 아트코리아랩은 예술과 첨단 기술(테크)이 최전선에서 만나는 장소로 성과를 내고 있다. 문체부 관계자는 “아트코리아랩은 예술가와 예술기업이 자유롭게 만나고, 실험하고, 서로를 확장시키는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예술 창작이 그 자체로 중요하기는 하지만 상품으로의 확장성이 더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예술에도 생성형 인공지능(AI)이라든지 증강현실(AR), 확장현실(XR), 블록체인 등의 융합기술 적용이 활발해지고 있다. 이들은 예술에 새로운 영감을 줄 뿐만 아니라 잘 만들어진 상품으로서도 작용을 한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단순히 ‘예술창작’ 활동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예술에 기반한 다양한 산업활동을 통해 확장성을 키울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아트코리아랩에는 전시나 공연 등 순수예술로 분류됐지만 또다른 성장을 바라는 예술 단체나 초기 예술기업들이 입주했다. 아트에 테크를 입혀 본격적인 예술산업을 만들자는 것이다. 예술인과 예술기업의 창작·제작 실험부터 시연·유통·성장에 이르기까지 예술과 기술을 활용한 창업주기 전반을 지원하며 이를 위해서 트윈트리타워 A동 지하 1층과 6~7층, 16~17층 등 총 5개층에 4010㎡ 규모로 시설이 조성됐다.
아트코리아랩 내부에는 예술가들이 창작 아이디어를 기술적으로 구현할 수 있도록 돕는 다양한 시설들이 있다. 공연·미술 등 분야 간 융합 실험을 하는 중소 규모 창작·제작 스튜디오 4곳과 다목적 스튜디오, 사운드 스튜디오, 이미지 편집실이 마련됐다. 예술가들도 첨단 장비를 손쉽게 활용하도록 기술 전문가가 상주한다.
또 예술가와 예술기업이 자유롭게 만나 머리를 맞댈 수 있도록 예술산업아카데미 강연, 워크숍, 포럼 등이 이루어지는 강연장과 공유 사무실도 운영한다. 현재 20개 입주기업과 4개 프로젝트팀이 활동하고 있고 그 외 30곳의 멤버십 기업·단체가 시설과 프로그램을 활용한다. 입주 공간에는 목공과 금속가공, 3차원(3D) 프린터 기반의 시제품을 제작할 수 있는 실험실, 법률과 노무·기술·마케팅·해외 진출 등 분야별 맞춤형 컨설팅을 지원하는 비즈니스 센터도 운영된다.
지난 2010년초부터 운영 중인 콘텐츠 위주로 한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콘텐츠코리아랩(CKL)을 벤치마킹했다. 이미 산업화된 ‘콘텐츠’ 분야와 달리 아직 산업화가 더딘 ‘순수예술’ 분야의 맞춤 지원 모델을 만들어냈다는 평가다. 이길준 대표는 “기존 콘텐츠코리아랩은 예술지향의 우리 회사 모델과 맞지 않아 입주는 생각하지 않았다. 아트코리아랩이 예술기업에 딱 맞는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문체부가 별도로 추진하고 있는 스포츠 분야 ‘스포츠코리아랩(가칭)’ 등이 완료될 경우 전체 문화산업 활성화 패키지가 완료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관광 분야에서는 한국관광공사가 ‘관광기업지원센터’를 운영 중이다.
아트코리아랩은 지난해 9월 입주 지원과 집중 보육을 시작해 올해 1분기까지 6개월여 동안 특허출원 및 등록 16건, 프로젝트 240건의 성과를 얻었다. 이수령 아트코리아랩 본부장은 “아트코리아랩은 국내 유일의 예술 특화 종합지원 플랫폼이자 융합예술 분야 유통교류 허브”라며 “국내외 유관기관과의 중장기적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융합예술의 선순환 생태계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