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서울의 아파트 매매 거래량이 4년 만에 최다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공급 부족 우려와 금리 인하 등이 맞물리면서 강북권 구축 아파트에도 매수세가 붙은 결과로 풀이된다. 다만 여름 비수기인 데다 치솟은 호가에 강남권 아파트 거래량은 다소 주춤한 모양새다.
12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전날까지 신고된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 건수는 6911건(계약일 기준)으로 집계됐다. 7월 계약분의 신고 기한이 이달 말까지인 것을 고려하면 지난달(7450건) 거래량을 넘어 2020년 12월(7745건) 이후 3년 7개월 만에 최다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만약 2020년 12월 거래량도 넘어선다면 2020년 7월(1만 1170건) 이후 4년 만에 가장 많은 규모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강북권이 견인했다. 25개 자치구 중 지난달 아파트 매매 거래량이 전월보다 상승한 곳은 총 10개 구다. 이중 구로·동작·양천·영등포구를 제외한 강북권이 6개에 달한다. 지난달 노원구 아파트 거래량은 560건으로, 전월(442건)보다 약 27% 증가했다. 같은 기간 도봉구(190건)와 강북구(118건)도 각각 약 10%, 16% 늘었다. 이는 지난 6월과 상반된 결과다. 올해 5월 대비 6월 거래량 증가 폭이 가장 컸던 곳은 강동구(83.6%)였고 이어 광진구(82.2%), 동작구(68%), 성동구(65.9%)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업계는 강남권에서 시작된 아파트 매수세가 준상급지를 거쳐 서울 외곽으로까지 번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강남권에서는 양천구(267건→388건)와 영등포구(343건→367건)의 아파트 매매 거래량 증가가 두드러졌다. 토지거래허가구역임에도 불구하고 재건축 기대감에 양천구 목동과 영등포구 여의도동 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많아진 효과로 풀이된다. ‘목동신시가지 7단지’ 전용면적 66㎡는 이달 6일 20억 원에 팔려 전고점이었던 2022년 9월(19억 2500만 원)을 넘어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다. 재건축이 추진 중인 여의도 ‘대교’ 전용 95㎡도 지난달 22억 8000만 원에 팔리며 신고가를 새로 썼다.
다만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의 거래량은 다소 줄었다. 강남구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지난 6월 463건에서 7월 387건으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 서초구도 거래량이 452건에서 279건으로 줄었다. 이는 통상 부동산 거래 비수기로 꼽히는 여름 휴가철인 데다 높아진 호가에 매매 결정을 보류하는 매수 대기자들이 많아진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이달 서울 아파트 계약 건수는 11일 기준 239건으로, 같은 기간 6월 계약 신고분(291건)보다도 적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달 강남 3구의 아파트 매매 가격은 올해 1월보다 평균 1.54% 올라 서울 평균 상승률(0.22%)을 크게 웃돌았다.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 전용 84㎡는 지난달 말 26억 5000만 원에 거래됐는데, 현재 최고 호가는 28억 원까지 뛴 상태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지난 5~6월과 비교해서 거래 문의가 절반가량 줄었다”며 “거래가 성사돼도 집주인들이 호가를 올려 받겠다며 가계약을 파기하는 경우도 늘었다”고 전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집값이 오르면자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 중 ‘상승거래’ 비중은 2개월 연속 절반을 넘어섰다.
프롭테크 기업 직방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아파트 매매거래 중 46%는 직전 거래와 비교해 가격이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올해 1월(42.5%)보다 3.5%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특히 서울의 상승거래 비중은 지난 6월에 50.3%로 절반을 넘어선 데 이어 지난달 51.7%까지 높아졌다. 25개 자치구 중 상승거래 비중이 50%를 넘어선 지역도 지난 5월 4곳에서 지난달 17곳으로 늘었다. 자치구별로는 용산구의 상승거래 비중이 57.8%로 가장 높았고 이어 △서초구(57.7%) △종로구(57.1%) △관악구(55.2%) △동대문구(55.2%) 등이 뒤를 이었다. 노원구도 지난 6월 46.8%에서 지난달 50.4%로 절반을 넘겼다. 노원구 ‘상계대림e편한세상’ 전용면적 114㎡는 지난달 7억 7000만 원에 신고가를 경신했다.
경기 지역은 지난달 상승거래 비중이 46%를 기록했다. 상승거래 비중이 절반을 넘어선 지역은 지난 6월 4곳에서 지난달 9곳으로 2배 이상 늘었다. 지역별로는 과천시와 성남시 분당구의 상승거래 비중이 가장 높았고, 서울지하철 8호선 별내선 연장 등 교통 호재가 있는 구리시와 하남시도 지난달 상승거래 비중이 절반을 넘어섰다. 인천은 수인분당선과 지하철 1호선 주변의 6억 원 미만 대단지 아파트 거래 증가 효과에 지난달 상승거래 비중이 44.7%로 뛰었다.
지방의 지난달 상승거래 비중은 △경북 45.7% △충북 45.6% △전북 45.6% △전남 45.3% △충남 45.0% △광주 44.7% △울산 44.7% △경남 44.6% △대구 43.8% △대전 43.7% △부산 42.7% △강원 42.6% △세종시 42.4% △제주 41.7% 등으로 나타났다. 다만 대구와 대전, 부산, 세종시, 울산 에서는 상승거래 비중이 절반을 넘긴 시군구가 한 곳도 없었다. 미분양이나 신규 입주물량 등의 영향에 따라 기존 아파트값이 약세를 보인 영향으로 풀이된다.
김은선 직방 빅데이터실 랩장은 “전셋값 상승과 공급부족의 불안감, 분양가 상승 등으로 아파트값 상승에 대한 불안감이 매수심리를 자극하고 있다”며 “똘똘한 한 채를 찾아 서울의 외지인 거래가 증가하는 등 서울 아파트에 대한 수요 쏠림은 심화되는 분위기”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