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생활 속 유쾌한 언어유희 개그로 상종가를 쳤던 변기수. 요즘은 개그 무대 대신 필드를 누비며 전국의 숨은 골프 고수를 찾아다닌다. 이름 하여 ‘변기트립’. 자신의 이름을 내건 골프 유튜브 채널(변기수골프TV)을 운영하는 그는 프로테스트에도 응시한 적이 있을 만큼 골프에 진심이다. ‘고음불가’에서 보여준 노래 실력을 발판 삼아 ‘싱글이고 싶어요’라는 골프송도 만들었다. 골프 관련 사업도 꾸준히 모색하고 있다. ‘까다로운 변선생’에서 ‘골프 치는 변프로’로 변신한 그는 인터뷰 내내 웃음 코드를 잃지 않으면서도 때론 격정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밝혔다.
‘변기트립’ 코너를 통해 전국의 숨은 골프 고수를 찾아다니던데.
“뭔가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 그런 아이디어를 낸 거예요. 제가 한 수 배운다는 콘셉트인데 정말 전국에 숨은 고수들이 어마어마하게 많아요. 그 분들과 치고 나면 항상 얻는 게 있어요. 공통적으로 여유가 있고, 화려하진 않지만 실수가 없다는 거죠.”
지금까지 몇 명의 고수를 만났나?
“대략 15명 되는 것 같아요.”
특별하게 얻은 팁이나 가슴에 와 닿은 얘기도 있었을 텐데.
“전남 곡성에 ‘대고대고’라는 분이 있는데 그 분은 어드레스 들어가자마자 쳐요. 워낙 준비동작 없이 치니까 처음에는 당황했죠. ‘준비 동작이 길믄 긴장돼 불지, 그냥 대면 바로 들어야 돼’ 이래요. 그래서 별명이 ‘대고대고’예요. 근데 준비동작만 빠를 뿐이지 스윙은 되게 여유가 있어요. 그 분이 이렇게 말해요. ‘내가 클럽을 대자마자 칠 수 있는 비결이 뭘 줄 알아? 꾸준히 연습을 했응께. 그라믄 생각이 필요 없어’라고.”
본인도 꾸준하게 연습하는 스타일 아닌가?
“연습량에 비하면 스코어가 잘 나오는 편인데, 골프를 독학으로 배운 탓에 한계가 있어요. 지금 골프를 배우는 후배들에게는 무조건 가까운 프로님한테 가서 배우라고 해요. ‘약은 약사에게, 골프는 프로에게’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에요. 제가 지금 구력이 14년 됐는데 그때로 다시 돌아간다면 한 프로님에게 1년 정도 꾸준히 배울 거예요. 확실히 기초가 부족하니까 컨디션이 안 좋은 날은 들쑥날쑥 하는 경향이 있어요.”
얼마 전 이준기 한국미드아마연맹 전 회장과도 촬영을 했던데.
“그날 진짜 많은 거 배웠어요. 사람들도 저희 유튜브 채널에서 그 영상을 엄청나게 시청을 했더라고요. 사실 82세라는 나이에 골프를 한다는 거 자체가 부러운데 OB 1개를 내고도 76타 치시는 걸 보고 정말 감탄했어요.”
이준기 전 회장은 1942년생으로 한국미드아마연맹을 창설한 인물이다. 1972년 골프에 입문한 그는 그동안 1만 번이 넘는 라운드를 했으며 남들은 평생 한 번도 어렵다는 에이지 슛(자신의 나이 이하의 타수를 치는 것)을 수백 번 넘게 기록했다. 최소타 기록이 61타인 이 전 회장은 세 번의 암 수술을 이겨내고 여전히 왕성하게 골프를 즐기고 있다.
유튜브 채널이 인기인데, 수익은 어떤가.
“가성비 안 좋은 것 중 1등이 골프 유튜브예요. 비용이 많이 들어가요. 특집 대회 한 번 하면 6000만~7000만 원 정도 들거든요. 예를 들어 변기트립 챔피언십 같은 건 2박 3일 동안 지방 내려가야 해요. 숙박에, 카메라 감독님들 많죠, 상금 외에 출연자 거마비도 드려야죠, 어휴~ 이게 보통 일 아니에요. 진짜 골프를 좋아해서 하는 거 아니면 힘들어요.”
처음 골프는 어떻게 시작했나.
“2009년 겨울쯤이에요. 그때는 여의도 KBS 연구동에서 회의를 했는데 그 앞 지하에 스크린골프장이 하나 생긴 거예요. 그때 김준호 형, 정명훈, 홍인규 등 여러 개그맨들과 함께 어울리면서 한 거죠. 남들보다 잘 치고 싶어서 골프TV를 교육방송 삼아 봤어요. 겨울에 머리를 올리러 갔는데 머리 올려준다는 후배가 저보다 못 친 거예요. 하하. 지금도 그 동생 만나면 놀려요.”
개그맨 김국진 씨와 관련해서 ‘7번 방의 선물’이라는 얘기가 있는데.
“머리 올린 후 한 1년 정도 지났을 때인데, 마포에 서경석 선배가 스크린골프장을 운영했어요. 거기에 김진국 선배가 계시다고 해서 인사드리러 갔었죠. 선배님이 밝게 만나주시기에 제가 대뜸 ‘선배님, 죄송한데 선배님 스윙하는 거 구경하러 와도 될까요?’ 그랬죠. 그랬더니 ‘그럼, 난 언제든지 여기 있단다’ 그러는 거예요. 그때 선배님이 항상 7번 방에 계셔서 제가 ‘7번 방의 선물’이라고 한 거죠.”
변기수는 김국진과 자주 어울리면서 골프실력이 늘었다고 했다. 오전 11시부터 다음날 새벽 1시까지 11게임이나 친 적도 있다고 한다. 그에 따르면 당시 골프존 마포구 랭킹 1위가 김국진, 2위가 변기수, 3위가 정명훈이었다고 한다.
2014년에는 골프존 G-투어에도 나가지 않았나.
“초청 선수로 나갔던 건데 그래도 120명 중에서 20~30등 정도 했던 것 같아요. 홍인규는 꼴등하고요. 큭큭. 정명훈이 가장 나은 7등인가 8등 했고요. 근데 이젠 인규도 엄청 잘 쳐요.”
골프를 잘 치려면 꾸준히 운동도 해야 할 텐데.
“맞아요. 레슨도 정기적으로 받고 몸도 잘 만들어야 하는데 사실 그럴 여유가 많지 않아요. 어찌 됐건 움직여서 행사도 뛰고 돈을 벌어야 가족들 먹여 살리잖아요. 사람들이 ‘연예인 걱정 하는 거 아니다’라고 하는데, 해도 돼요. 진짜 몇 명만 빼놓고는 대부분 (걱정)해도 돼요. 사람 사는 거 다 똑같거든요. 연예인이라고 돈 많이 버는 건 소수예요. 연예인들은 오히려 퇴직금 나오는 안정적인 직장 다니는 분들을 부러워해요.”
그래서인가? 보스턴백이나 파우치, 장갑 등을 만들어서 판매도 하던데.
“스태프들 월급 밀리면 안 되고 아이들 학원비도 벌어야 하니까, 골프 관련 소모품 같은 거 제작해서 판매해 보는 거예요. 유튜브를 통해 중간 유통 단계 거치지 않고 공동 구매를 하면 소비자들에게도 이득이 될 것 같고요.”
요즘 새롭게 골프 의류 업체와 협업은 어떻게 이뤄졌나.
“좋은 회사(지오메트릭 그라운드) 만나서 옷에 제 아이디어를 넣으면 어떨까 하면서 함께 작업하고 있어요. 우리 구독자들도 합리적인 가격에 입을 수 있게 먼저 500명이든 1000명이든 선주문을 받아 제작하는 것도 시도해 보려고요. 제가 벨라룩스 선패치라는 업체의 모델을 하고 파우치도 만들고 있는데, 골프장 가서 그 선패치를 하고 있는 분이나 파우치 들고 있는 분 만나면 얼마나 반갑고 행복한지 몰라요.”
제품 판매로 돈은 좀 벌었는지.
“보스턴백을 작년에 처음 만들었는데 아직 첫 주문 물량이 남아 있어요. 하하. 파우치는 감사하게도 어떤 기업 회장님께서 본인 홀인원 선물로 하겠다고 해서 한꺼번에 400개 이상 주문해주신 덕분에 좀 팔았죠. 근데 큰돈은 못 벌었어요. 그래도 제 제품을 선택해주신 분들이 있다는 거에 항상 감사하죠.”
자칭 대한민국 행사 MC 넘버원이라고 하던데.
“저만 그렇게 말하는 게 아니고 대부분의 동료들도 인정을 해요.”
행사 진행을 얼마나 많이 하나?
“예전 ‘고음불가’ 시절에 비해서 행사가 훨씬 줄었어요. 국세청에서 세금으로 또 많이 가져가요. 아예 세금을 미리 떼고 행사비 줬으면 좋겠어요. 왜냐하면 괜히 일이 잘못되면 세금 낼 때는 돈을 빌려서 낼 수도 있거든요. 그리고 세금에도 이자가 붙어요. 연체율이 꽤 높아요. 제가 사기 당해 힘들 때 그런 적이 있어서 알거든요. 그런 점에서 미리 떼고 받는 직장인이 부럽죠. 하하.”
같은 행사를 진행해도 보람이 더 있는 행사가 있을 것 같은데.
“요즘 들어오는 행사 중 70%는 골프 행사예요. 얼마 전에 너무 기분이 좋았던 일이 있었어요. 8년 전 어느 행사 때 과장급이었던 분이 이제 임원이 되신 후 회사 행사에 저를 다시 부르라고 했다는 거예요. 이렇게 잊지 않고 찾아주시면 보람을 느끼죠. 그리고 제가 골프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어서 골프 행사 들어오는 게 가장 보람차요.”
골프 행사에서 직접 만들고 부른 ‘싱글이고 싶어요’ 노래를 자주 부르던데, 원래 음악에도 재주가 있었나?
“제가 곡을 만들 재능은 없었는데 이런 노래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작곡가를 찾아가 이런 노래를 만들고 싶다고 해서 함께 작업한 거예요. 그래서 공동 작사, 작곡이죠. 그 분이 가수 박구윤 씨의 형인 박정욱이라는 작곡가예요. 아버님(박현진)도 (‘봉선화 연정’ 등을 작곡한) 유명한 작곡가이시고 대단한 음악가 집안이에요.”
‘싱글이고 싶어요’의 가사는 대략 이렇다. ‘골프 치러 나갔죠 / 몸이 풀리질 않아 / 헤드 무게 전혀 느껴지지가 않아 … 중략 … 뒤땅 치면 안 돼요 / 대가리도 안 되죠 / 헤드업은 절대 하지 말아요 / 언젠가는 나도 나아지겠죠 / 싱글 할 수 있겠죠 / 잘할 수 있겠죠.’
가사에 골퍼의 마음이 잘 담긴 것 같다.
“제 경험을 다 담았어요. 제가 좋아하는 부분은 마지막이에요. (노래를 부르며) ‘몸이 풀렸는데 어느덧 18번 홀~’ 저는 이 부분이 제일 마음에 들어요. 그게 저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의 마음일 거예요. 그래서 ‘또 오세요 샷’이라는 것도 있잖아요. ‘골프 다시는 안 쳐!’ 이랬는데 마지막에 또 하나 잘 맞아가지고 다음에 또 오게 만들고요. 그런 공감대 덕분에 많은 분들이 좋아해줬던 것 같아요.”
저작권료 수입도 꽤 되나?
“사람들이 이런 거 궁금해 하시니까 얘기해 드리는데요. 벨소리 한 번 들어와야 4원 떨어질 거예요. (핸드폰을 보더니) 지난달에 기껏해야 7000원 정도 들어온 것 같은데요. 저작권협회에 20만 원 내고 가입하는데 그건 회수했어요. 그래도 골프 치는 사람들이 공감하고 즐거울 수 있다는… (표정을 바꾸며) 사실, 제작비는 회수를 못 했습니다. 큭큭. 나중에 저희 변기수골프TV 구독자들과 골프대회 만들면 그때 한두 장씩 팔아가지고 제작비에 보태려고요. 하하.”
골프와 관련한 다양한 일을 하는데, 또 다른 계획도 있을 것 같다.
“허황된 꿈이긴 한데 전 세계 셀럽 골프대회를 만들고 싶어요. 우선 소소하게 시작해 보려고 작년부터 일본 개그맨을 섭외했어요. 일본 후지TV 연예인 골프대회에서 1등한 사람인데 나이도 저랑 비슷하고 일본에서 유튜브를 하고 있더라고요. 올해 그 사람과의 대결을 추진하고 있어요. 한일전으로요. 이게 계기가 돼서 아시아, 그리고 전 세계 대회를 할 수도 있잖아요. 얼마 전에 (미국프로농구 선수) 스테픈 커리한테도 DM(다이렉트 메시지)을 보냈어요. 물론 무시를 당했죠. 하하. 팀 코리아 대 팀 아메리카, 이런 식으로 셀럽 라이더컵을 만들고 싶죠. 이걸 넷플릭스 같은 곳에 아이디어를 내고 싶은데 연결고리가 없어요. 큭큭.”
크고 작든 그런 기획을 실행하려면 제작비도 많이 들어갈 텐데 행사를 많이 뛰어야겠다.
“사실 행사를 하면 돈을 떠나서 제가 용기를 얻고 와요. 행사할 때마다 제 자존감이 올라가거든요. ‘맞아, 나 아직 연예인이지’ ‘내가 이래서 변기수지’ 이런 식으로요. 행사만큼은 진짜 대한민국 그 누구한테도 안 진다고 생각하거든요. 제가 만든 코멘트들을 후배들 중에 쓰는 친구도 있고요. 아무튼, 불러만 주시면 값어치는 합니다! 그리고 실력이 뒷받침되니까 비싼 겁니다. 푸하핫!.”
야구도 잘 하신 것 같던데.
“잘하는 건 아니고 좋아하는 거예요. 어렸을 때 한이 있었거든요.”
어떤 한인가?
“초등학교 4학년 때 야구부가 창단돼서 6~7개월 정도 했어요. 근데 집안 형편이 어려워서 어머니 한 마디에 딱 그만뒀어요. ‘네가 포기하면 동생들도 학원 다닐 수 있다!’. 당시 주산학원비가 1만 2000원인가 할 때였는데, 제가 야구를 포기하면 동생 둘이 학원을 다닐 수 있다고 하는데 어떻게 야구를 해요.”
슬픈 얘긴데.
“너무 슬프죠. 그때는 정말 동네 공사장에서 각목 주워 와서 사포로 밀어서 방망이 만들고 그랬어요.”
당구도 잘 치는 걸로 안다.
“잘 쳤죠. 고등학교 졸업할 때쯤 300점을 쳤으니까요. 당구로는 지역(양천구 신정동) 고등학교 대표로 나가서 다 이기고 왔으니까 말 다했죠.”
원래 공부를 안 하고 개그맨을 꿈꾸던 학생이었나?
“아니에요. 그래도 중학교 때는 공부를 곧잘 했어요. 고등학교도 그 지역에서 인정받는 학교(강서고)로 갔고요. 제가 당시 신정동에 살았는데 목동아파트에 사느냐, 신정동 사느냐에 따라서 선생님들 차별이 진짜 심했어요. 체벌도 많았고요. 제가 선생님한테 따귀를 77대를 맞아 봤어요. 제가 얼마나 한이 맺혔으면 라디오 DJ 할 때도 그 얘기를 했겠어요.”
왜 맞았나?
“야간 자율학습 시간에 5분 빨리 갔다고요. 그게 77대를 맞을 일인가요? 그땐 그게 잘못됐다고 인지 못하는 선생님들이 많았죠. 당시 선생님을 잘못 만나서… 아니, 잘 만나서 저는 아예 ‘나 공부 안 해, 나 개그맨 될 거야’ 그랬어요. 아마 어설프게 공부하고 어설픈 직장 들어갔으면 개그맨 안 됐을 거예요. 생각해보니까 고맙습니다. 하하. 그리고 제가 또 노는 걸 좋아했으니까요. 근데 그때의 경험들을 개그하면서 다 소재로 써먹고, 고등학교 때 당구를 열심히 친 덕분에 2008년 1회 연예인 당구대회에서 우승을 했잖아요. 큭큭.”
당구와 골프를 비교하면?
“당구는 안 치다가도 몇 시간 치면 감이 돌아와요. 근데 골프는 안 그래요. 그게 차이라고 봐요. 그래서 골프가 좀 더 어려운 운동이고 좀 더 쉽게 잊지 못하는 운동인 것 같기도 해요.”
평소 친하게 지내는 전 프로야구 선수 윤석민 씨와 프로테스트에도 나갔던데.
“재작년에 석민이가 혼자 가기 싫다고 해서 같이 간 적이 있는데 저한테 굉장히 도움이 많이 됐던 시간이었어요. 어린 선수들과 긴 코스에서 치다 보니까 진짜 힘들었죠. 어린 친구들이 5000cc급 자동차라면 저는 경차 수준인 거예요. 근데 그 과정에서 쇼트 게임이 늘 수밖에 없더라고요. 시합 코스에서 이틀 동안 70대 타수를 쳤는데 그걸 계기로 제 골프가 완전히 단단해졌죠. 화려해진 게 아니라 기복이 많이 없어진 거예요.”
지금도 체력훈련을 많이 하는지.
“최근에 별명이 ‘제주 흑돼지’인 고수 분을 만난 뒤 많이 깨달았어요. 그 분 몸이 엄청 좋거든요. 요즘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스쾃을 하루에 못해도 50에서 100개는 무조건 해요. 팔굽혀펴기도 하고요.”
이름 때문에 학창 시절에 놀림을 좀 받았을 것 같다.
“당연하죠. 그래서 멘탈이 더 강해졌다고 생각해요. 변자 뒤에 한 글자만 붙이면 끝나거든요. 변태, 변기, 변소처럼요. 그래서 제가 아이들 이름 지을 때 진짜 신중하게 지었어요.”
과거 중학 시절 친구 중에도 변씨인데 태자 들어가는 친구가 있었다.
“그 분 아마 지금 개명했을 수도 있어요. 그거 엄청 스트레스거든요. 그나마 저는 개그맨이니까 이름 안 바꾸고 개그 소재로 쓰고 하는 거예요. 제가 개그콘서트 때 만든 코너명에 거의 다 왜 변자를 넣은 줄 아세요? 변씨들 힘내라고요. 까다로운 변선생부터 DJ 변, 날아라 변튜어디스, 못 말리는 변접관, 이런 식으로 하면서 제 이름을 각인시켰죠.”
개그를 하려면 아이디어가 중요한데, 주로 어떻게 소재를 얻나?
“일상생활에서 공감이 될 만한 주제를 찾죠. 까다로운 변선생에선 수업시간이 후다닥 지나가는데 그건 학생이나 선생님이면 누구나 공감하는 내용이잖아요. 오빠라는 코너에서 ‘오빠~ 오빠~’ 부르거나 ‘꺼져 임마!’ 등의 대사는 동대문 옷가게 상인들을 보고 짰고요. 아이디어가 생기면 바로 녹음한 뒤 나중에 대본으로 만들어요.”
요즘은 개그 프로그램 인기가 예전만 못한 듯하다.
“예전에는 전 세대가 공감하는 개그가 통했는데 요즘은 세대별 특징이 워낙 강해서 맞춤형 개그를 해야 해요. 그러니 어렵죠. 뜨더라도 전 국민이 아는 스타가 되진 못하고요. 지금 후배들이 엄청 열심히 하고 있는데 그런 부분이 아쉬워요.”
개그맨 시험에 13번이나 떨어졌다던데.
“우리나라에서 제가 제일 많이 떨어졌을걸요. (목소리를 높이며) 제가 한이 있다니까요. 결국 이렇게 뽑아서 쓸 건데 왜 떨어뜨렸냐는 거예요. KBS에서 최종에서만 4년 연속 떨어지기도 했어요. 마지막엔 진짜 충격이었죠. 왜 개그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는 ‘6시 내고향’ PD가 뽑냐고요!”
다시 무대에 서서 개그하고 싶은 마음도 클 것 같다.
“원래 (윤)형빈이랑 하려고 했어요. 근데 후배들 생각하면 다시 가는 게 부담스러워요. 괜히 어설프게 선배랍시고 비집고 들어가서 진짜 꼰대처럼 보일까봐, 그게 제일 무섭죠. 출연료만 받는 그런 선배로는 보이고 싶지 않아요. 여기도 회사생활과 비슷해요. 20년 차쯤 되면 정리해고 생각하잖아요. ‘저 사람이 나가야 내가 진급하는데 왜 눈치 없이 안 나가고 있어’ 이런 분위기 있지 않나요? 개그맨들도 똑같아요.”
다시 골프 얘기로 돌아가서, 특별한 기록 같은 게 있나?
“사이클링 버디를 이글 끼고 해봤어요. 파3 홀 버디, 파4 홀 버디, 그리고 파5 홀에서 이글.”
홀인원은?
“6년 전쯤 인천 드림파크CC에서 한 번 해봤어요. 147m였는데 7번 아이언이 맞을 때부터 뭔가 약간 슬로비디오처럼 느껴지기 시작하더니 원 바운드 된 후 쏙 들어가는 걸 제 눈으로 봤어요. 그 순간 정말 짜릿했죠. 근데 제 노래 가사처럼 그땐 홀인원 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았어요. 보험 가입한 후에는 홀인원 근처에도 안 가고요. 하하.”
개그맨들은 골프 관련 에피소드도 많던데.
“준호 형이랑 인규, 명훈이랑 초창기에 골프 칠 때인데, 어느 날 빗방울이 굵어지면서 앞뒤 팀들이 점점 사라지는 거예요. 저희는 그래도 계속 쳤는데 나중에는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옷이 무거워서 못 칠 정도가 된 거예요. 그때는 기능성 의류가 있는 줄도 몰랐죠. 그래서 캐디 분에게 저희 웃통만 벗고 쳐도 되겠냐고 했더니 흔쾌히 그러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4명이 모두 웃통을 벗고 친 적이 있어요. 하루에 54홀 친 적도 있어요. 파주 서서울CC 첫 팀으로 나갔다 근처 고양 올림픽CC 가서 18홀 치고, 오후 4시에 다시 서서울에서 야간 치고요.”
그렇게 골프를 좋아하는 이유가 뭘까?
“일단 남 탓을 안 하는 운동이에요. 제가 모든 걸 선택하고 책임져야 하잖아요. 그리고 정복이 안 돼서 좋아요. 다른 운동은 어느 정도 경지에 올라가면 기복이 없는데 골프는 전혀 그렇지 않아요. 그게 매력인 것 같아요.”
유튜브 활동하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을 텐데 특별히 기억에 남는 인물이 있다면.
“저는 항상 김국진 선배를 멘토로 여기고 존경해요. 대한민국 골프 하면 박세리, 연예계에서는 김국진 선배 아닐까요? 하하.”
어떤 점에서 김국진 씨를 존경하나?
“외유내강이에요. 부드러우면서도 골프를 꾸준히 하고…. 그런 모습이 멋있어요. 제가 원래도 팬이었는데 골프를 통해 좀 더 알게 되면서 더 존경하게 됐죠. 올해 선배님과 멘토와 멘티로 한 팀을 이뤄 다른 팀과 대결하는 프로그램도 하나 찍으려고 준비 중이에요.”
개그 경력 못지않게 골프 구력도 상당하다. 인생은 지금 몇 번 홀쯤 와 있다고 생각하는지.
“7번 홀 그늘집에 있는 것 같아요. 원래 82세의 이준기 회장님 만나기 전까지는 14번 홀쯤 와 있는 줄 알았는데 전 아직 전반 9홀도 돌지 않은 거더라고요. 스코어는 욕심을 내다 OB 한 방을 내는 바람에 3오버파 정도요. 이제 그걸 만회하기 위해 다시 노력해야죠. 그런 게 골프와 삶 아닐까요?”
인터뷰를 마친 후 헤어지기 전 화장실을 찾는 기자에게 그가 변선생 톤으로 한 마디 했다. “아휴~, 변기나 변소, 그런 건 저한테 물어보세요. 저쪽으로 가시면 됩니다아~!”
[서울경제 골프먼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