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한때 고품질의 상징이었던 일본 브랜드의 인기가 시들해지고 있다. 경기 침체 장기화에 소비자들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현지 브랜드를 더 찾고 있다는 분석이다.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오염수 방류 이후 일본 제품에 대한 불매 운동이 지속된 영향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블룸버그통신은 13일(현지 시간) 시장조사업체 례단루를 인용해 올해 상반기 중국 타오바오·티몰 등 전자상거래 플랫폼에서 일본 코바야시제약의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4% 감소했다고 보도했다. 화장품 업체 시세이도와 SK-II 역시 같은 기간 매출이 각각 4%, 9% 줄었다. 두 업체는 지난해 하반기에도 플랫폼 내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0% 감소하는 부진을 겪었다.
경기 부진에 지갑을 닫고 있는 중국 중산층들은 값싼 현지 브랜드를 대안으로 택하고 있다. 상하이 소재 컨설팅업체 차이나스키니의 마크 태너 상무이사는 “중국 업체들은 시장 변화에 맞춰 더 나은 디자인과 품질을 갖춘 제품을 제공하고 있다”며 “일본 브랜드들이 현지 경쟁사들에 맞서 더 노력해야 한다는 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짚었다. 일본이 지난해 8월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방류를 개시한 후 일본 브랜드에 대한 신뢰도가 저하된 점 역시 타격이 됐다. 히로후지 아야코 시세이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후쿠시마 오염수가 방출된 이후 (중국 소비자들이) 일본 제품을 구매하는 것을 꺼리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매출 부진이 계속되자 일본 브랜드들은 잇따라 중국 시장에서 발을 빼고 있다. 일본 대형 백화점 체인인 미쓰코시이세탄은 6월 상하이 시내에 위치한 랜드마크 백화점을 27년 만에 폐쇄했다. 이로써 미쓰코시이세탄의 백화점은 중국 내 단 1곳만 남게 됐다. 소매업체 세븐앤드아이홀딩스는 최근 몇 년간 중국에서 대형마트 이토요카도 매장 수를 축소해왔다. 유니클로 역시 중국 사업 확장에 제동을 걸었다. 유니클로 모회사인 패스트리테일링은 “중국 소비자들이 점점 더 저렴한 대안을 선호하면서 (유니클로의) 중국 매출과 이익이 감소했다”며 “상하이와 광저우의 매장을 정비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